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맑음 / -3.9 °
중앙일보 언론사 이미지

대우인터, 호주 유연탄 개발 3년 만에 일본에 첫 수출

중앙일보 김기환
원문보기
나라브리 탄광 공동개발 개가
정제봉 대우인터내셔널 호주 지사장.

정제봉 대우인터내셔널 호주 지사장.

‘대우’란 브랜드는 묘한 향수(鄕愁)를 불러일으킨다. 누군가는 이 브랜드에서 1980년대 ‘세계 경영’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세계를 누볐던 대우 상사맨을, 누군가는 세계사에 유례 없이 고속 성장했던 수출 한국을 떠올린다. 대우인터내셔널(옛 대우종합상사)은 이런 대우 브랜드의 상징적 회사다. 28일 오전 11시(현지시간) 호주 나라브리(Narrabri) 유연탄광에선 대우인터내셔널에 의미 있는 일이 있었다. 이 회사가 5% 지분을 갖고 개발에 참여한 유연탄(발전탄) 7만5000t(약 100억원 규모)을 일본 수출용 컨테이너선에 실은 것이다.

지하 170m(길이 1.8㎞) 깊이 ‘막장’에선 선적을 앞둔 유연탄 채굴이 한창이었다. 밖은 환했지만 높이·너비 4~5m 규모 탄광 안은 칠흑같이 어두웠다. 트럭에서 내리자 석탄 특유의 매캐한 냄새가 훅 풍겼다. 몇 발짝 옮길 때마다 검은 진흙탕에 발이 쑥 빠졌다. 고개를 들어 ‘드르륵’ 소리가 나는 곳을 쳐다봤다. 안전모 조명에 비친 굴착기가 석탄을 캐고 있었다. 정제봉(44) 대우인터내셔널 호주 지사장은 “광부가 수작업으로 석탄을 캐는 게 아니라 100% 기계로 파내 먼지가 적다”며 “인부·물자, 광물, 환기용 통로 세 곳을 뚫어 채굴하기 때문에 실내 공기가 쾌적하다”고 설명했다.

 이곳에서 파낸 검은색 유연탄은 쉼 없이 컨베이어 벨트에 자동으로 실려 인근 야적장으로 운반됐다. 산더미처럼 쌓인 유연탄을 세척한 다음 기차에 싣기 위해서였다. 기차에 실은 유연탄은 이곳에서 380㎞ 떨어진 뉴캐슬항에 도착해 29일 일본으로 수출한다. 김기호(51) 대우인터내셔널 전무는 “1967년 대우 창립 후 직접 개발에 참여한 광물 자원을 해외로 수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대우인터내셔널이 호주 나라브리 유연탄광에서 채굴한 유연탄을 기차에 싣고 있다. 유연탄은 29일(현지시간) 컨테이너선에 실려 일본으로 수출된다. 이 회사가 직접 개발에 참여한 해외 광물 자원을 수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우인터내셔널이 호주 나라브리 유연탄광에서 채굴한 유연탄을 기차에 싣고 있다. 유연탄은 29일(현지시간) 컨테이너선에 실려 일본으로 수출된다. 이 회사가 직접 개발에 참여한 해외 광물 자원을 수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곳 개척의 주역인 시드니 지사는 대우인터내셔널의 1호 해외 지사다. 68년 8월 설립됐다. 미국·일본 같은 주요 무역국을 제치고 호주에 첫 지사를 세운 데 대해 김 전무는 “포항제철을 설립하면서 철광석 자원이 풍부한 호주와 거래 수요가 생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지사에는 현재 주재원 두 명과 현지 직원 여섯 명이 근무한다. 지난해 6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주로 면·자동차부품·화학제품을 거래한다.

 이 지사는 2009년 8월 현지 광산업체와 나라브리 유연탄광을 공동 개발한다는 계약을 맺었다. 2008년 불어 닥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투자가 위축된 상황이었다. 정 지사장은 “‘지금이 아니면 뛰어들 기회가 없다’며 본사를 설득했다”며 “본사에서 ‘이런 때일수록 위축되지 말라’며 1300억원을 투자한 게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수주는 쉽지 않았다. 먼저 개발에 참여한 중국·일본·유럽계 회사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졌기 때문. 게다가 현지 광산업체는 "대우같이 큰 회사는 의사 결정이 늦을 것”이라며 부정적이었다. 정 지사장은 "이들을 설득하기 위해 찾아간 것만 수십 번”이라며 "철강 수요가 풍부한 한국을 사업 파트너로 삼을 때의 장점을 중심으로 설득했다”고 털어놨다. 결국 현지 업체도 고개를 끄덕였다. 정 지사장은 “6개월 만에 자원 개발 계약을 따낸 것은 드문 경우”라고 설명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지난해 8월 포스코에 인수됐다. 60년대부터 쌓은 해외 네트워크를 가진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함으로써 포스코의 해외 자원 개발에도 속도가 붙었다. 이번 유연탄 수출은 그 첫 성과다. 정 지사장은 "열 번 탐사하면 한두 번 성공할까 말까 한 자원 개발이야말로 상사맨이 도전할 만한 분야”라며 “이곳 개발을 계기로 호주 자원 개발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의 ‘세계 경영’ 꿈은 이곳에서 다시 영글고 있었다.

나라브리(호주)=김기환 기자

◆유연탄(有煙炭)=무연탄(탄소 성분 85~95%)에 대응하는 석탄의 일종. 탄소 성분이 60~90% 수준인 이탄·아탄·갈탄·역청탄을 일컫는다. 휘발 성분을 다량 함유해 불꽃을 내며 탄다.

▶김기환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msn.com/khnews/
[ⓒ 중앙일보 & Jcube Interactive Inc.,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딥페이크 성착취물 제작
    딥페이크 성착취물 제작
  2. 2신지 문원 결혼
    신지 문원 결혼
  3. 3조세호 빈자리
    조세호 빈자리
  4. 4스키즈 필릭스 순금 선물
    스키즈 필릭스 순금 선물
  5. 5허훈 더블더블
    허훈 더블더블

중앙일보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당신만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