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중화인민공화국의 성립 전사(前史)인 국공내전부터 마오쩌둥이 추진한 이른바 대약진 운동(1958~1962) 시기를 주로 다루지만, 지난해 홍콩 시위 등 현재 벌어지는 일들을 곳곳에 언급하며 과거의 역사가 지금의 중국을 규정하고 있음을 끊임없이 환기시킨다. 3부작의 첫째 권이다. 앞으로 '문화대반란 1964~1976', '대륙의 자유인들 1976~현재'를 낼 예정이다.
현대 중국인들은 중국의 성립 과정을 위대한 해방전쟁이자 혁명투쟁이라고 배우고 또 그렇게 믿고 있다. 송 교수는 그러나 "중국의 현대사는 결코 화려하지도 숭고하지도 않다"고 했다. 내전 시기 공산당 지도부는 '인민 해방의 성전(聖戰)'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인민의 희생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공산당군은 1948년 5월부터 다섯 달간 지속한 지린성 창춘 포위전에서 보급로를 끊어 주민 37만명을 굶어 죽게 했다. 당시 생존자인 엔도 호마레는 2015년 연구에서 마오쩌둥이 중일전쟁 시기 장제스와 국민당군 정보를 일제에 넘기고 거액의 뒷돈을 챙겼다고 폭로했다.
1958~1962년 대약진운동 시기 중국 인민은 국가가 부리는 농노로 전락했다. 4년여 동안 강제 노동과 최악의 기근에 시달리며 최대 4500만명 인민이 굶어 죽거나 맞아 죽었다. 문화대혁명(1966~1976) 시기엔 2000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송 교수는 "문혁 10년 동안 중국 전체 인구의 9분의 1에 해당하는 1억명이 피해를 입었다"면서 "1978년 개혁개방으로 30~40년에 걸쳐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뤘지만 중국의 정치체제는 바뀌지 않았다"고 했다.
2019년 11월 18일 홍콩이공대 인근에서 중국 공안이 총을 겨누자 시위대와 취재진이 놀라 몸을 움츠리고 있다. 저자인 송재윤 캐나다 맥매스터대 교수는 "홍콩의 반중 시위가 중국의 체제 변화를 이끌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
중국공산당은 1954년 만든 헌법에 '인민민주독재'를 명시했다. "인민에게는 민주를, 적인(敵人)에게는 독재를" 실시한다는 통치 원리다. 사람은 인민과 적인으로 구분된다. 인민은 '역사의 정도를 걷는 다수 대중'인 반면 적인은 '역사의 정도에서 이탈한 적대 세력'이다. 절대다수 인민은 극소수 적대 세력을 제거해야만 한다. 반드시 제거해야 하는 '인민의 적'이 따로 있다는 발상이다.
'인민의 적'을 처형하는 일은 그러므로 정당하다. 국공내전 시기 공산당군은 토지개혁을 한다는 명목으로 '인민의 적'인 지주·부농 300만~500만명을 몰살했다. 지주라 해봐야 일반 농민이 가진 땅의 두 배 정도 소유했을 뿐이었다. 공산당군은 그저 하루하루 살아가는 농민들을 대거 동원해 전투에 투입하는 '인해전술'을 구사했다. 1948년 11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65일간 벌어진 화이하이 전투에서 공산당군은 농민 543만명을 동원해 국민당군의 '총알받이'로 삼았다.
한반도에서 벌어진 6·25전쟁은 내부의 반대 세력을 제거하는 기회였다. 마오쩌둥은 "반혁명 분자를 진압할 때에는 일관되고 정확하고 맹렬(잔인)해야 한다"는 3대 방침을 내렸다. 1950년부터 1952년 말까지 약 200만명이 반혁명 세력으로 몰려 처형됐다.
중국 정부가 행한 여성의 신체 통제는 충격적이다. 중국 정부는 산아 제한을 위해 1979년 이래 여성의 몸에 자궁 내 피임기구를 삽입했는데 2015년 이후에는 그 기구를 다시 빼라고 하고 있다고 한다. 송 교수는 "인간의 신체에 가해지는 무시무시한 전체주의적 통제"라고 했다.
이런 중국 체제의 변혁은 바랄 수 없는 일일까. 지난해 홍콩에서 벌어진 반(反)중국 시위가 중국의 변화를 이끄는 희망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송 교수는 "홍콩 사람들은 자유·민주·인권·법치 등 인류 보편의 가치를 체득하고 날마다 영어로 전 세계의 정보를 흡수하는 세계시민들"이라며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증명되었듯이 중국의 문제는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공산당의 인권유린 및 정치범죄를 그대로 방관할 수 없다. 홍콩의 시위는 그 변화의 시작일 것"이라고 했다.
☞인터뷰 전문
https://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4/04/2020040400282.html
[이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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