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넷플릭스 ‘킹덤 시즌2’] 끔찍한 차별이 만들어낸 ‘한국판 좀비’ 강렬한 메시지 던지며 ‘시즌3’도 암시…

배고픔은 재앙이 됐다. 권세가들은 권력만 탐했고, 기근과 폭정에 내몰린 백성들은 끝없이 굶주렸다. 끔찍한 불평등은 피와 살을 탐하는 역병이 돼 조선 땅을 피로 물들였다. 그런데 왜? 이 부조리의 근간엔 무엇이 있을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2>의 장면들. 지난해 1월 공개돼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킹덤>이 배고픔에 내몰린 백성과 역병의 실체를 다뤘다면, 지난 13일 공개된 <킹덤2>는 역병의 근본적 원인인 피를 둘러싼 이들의 욕망과 사투를 그렸다. 넷플릭스 제공

지난 13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 시즌2(이하 <킹덤2>)는 지난 시즌이 남긴 ‘떡밥(복선)’들을 남김없이 ‘회수’하면서도 보다 근원적인 질문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간다. ‘킹덤’, 이 번듯한 왕조국가를 장악한 피비린내의 진원지는 어디인가. 짜임새 있는 서사와 폭발적인 액션도 좋지만, 코로나19 팬데믹에 전 세계가 신음하는 ‘오늘’이 담겨 있어 도저히 눈을 뗄 수 없는 이야기다.

“이 나라에선 그 피가 중요합니다. 대대로 이어온 왕실의 피가.” ‘쫓기는 자에서 쫓는 자’로 변모한 시즌2의 왕세자 이창(주지훈)은 전 시즌보다 확실히 성장했지만, 한층 피로한 표정이다. 그럴 법도 하다. 역모 누명을 쓰고 왕이 걸린 병에 대한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동래로 갔던 이창은 이제 생사역 병자(역병 감염자)와 싸우는 투사가 됐다. 밤뿐 아니라 낮에도 활개를 치게 된 생사역 무리와의 지옥 같은 사투에, 병의 확산을 막는다며 경상도를 봉쇄해버린 중앙군, 그리고 갖은 음모를 꾸미며 왕좌를 노리는 조학주(류승룡)와의 싸움까지 이어가야 한다.

넷플릭스 제공

여기에 <킹덤2>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혈통’을 둘러싼 문제들까지 가세한다. 전 시즌 성을 봉쇄하려는 관리에게 “누가 큰 백성이고 누가 작은 백성인가” 호통치던 이창도 결국 ‘피’를 기준 삼아 백성의 ‘급’이 나뉘는 현실 위에 서 있다. 그부터가 서자 출신이다. 역모 누명을 쓰기 전부터 그의 자리는 이미 위태로웠다. 좋은 가문의 혈통을 이어 받은 아들, 그것도 적자만이 인간 대접을 받는 세상이다.

출산이 임박한 중전(김혜준)은 아들을 낳아 적통 후계자로 만들겠다는 야망으로 음모를 꾸민다. 아무리 중전이어도, 해원 조씨 가문이어도 여성인 그가 아들을 낳지 못한다면 누구에게도 존중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창의 스승 안현(허준호)이 생사역에 태연한 이유, 홀연 나타나 맹목적으로 이창을 돕는 영신(김성규)의 속내도 ‘혈통’에 따라 사람의 등급을 매기는 현실과 관계돼 있다.

<킹덤2>는 이를 알면서도 차마 ‘왕실의 피’를 거역하지 못하는 왕국의 사람들을 비춘다. 지독한 이 차별의 구조가 왕국의 근간이자 역병의 원인이었음을 꼬집는다. 코로나19가 나날이 우리 사회의 차별과 혐오의 그림자를 드러내는 요즘 쉽게 지나치기 힘든 메시지다.

메시지만 강렬한 것은 아니다. 시즌1의 미스터리를 설득력 있게 풀어내는 서사의 재미, 롱테이크 촬영으로 빚어낸 스펙터클이 주는 생동감도 뛰어나다. 무술팀 인원 850여명, 생사역 배우 1300여명, 보조출연자 3000여명이 참여한 만큼 전투신의 스케일은 입이 떡 벌어진다. 긴장감과 리듬감을 함께 담아낸 재치 있는 액션 연출도 볼만 하다.

시즌1과 마찬가지로 6부작으로 구성된 <킹덤2>는 다음 시즌에 대한 암시와 함께 끝맺는다. 김은희 작가가 “시즌3은 시즌2의 성공 여하에 달렸다. 바람이 있다면 시즌10까지는 하고 싶다”고 밝힌 가운데, 마지막회에 배우 전지현이 특별 출연하면서 시즌3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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