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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예배당 건축물로 본 한국 교회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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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이미와 아직 사이에서
주원규 지음
곰출판 | 240쪽 | 1만5000원
<한국교회, 이미와 아직 사이에서>는 기독교 도입 초기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교회 예배당을 살펴보며 종교의 본질을 탐구한다. ‘사랑의교회’는 강남이라는 욕망의 한복판에서 복음을 부르짖는 것이 가능한지를, ‘향린교회’는 사회 참여를 통한 예수 정신의 구현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경산 하양무학로교회’는 창도 간판도 없는 작은 교회 공간을 통해 교회의 본질 찾기를 제안한다(왼쪽 사진부터).   곰출판 제공

<한국교회, 이미와 아직 사이에서>는 기독교 도입 초기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교회 예배당을 살펴보며 종교의 본질을 탐구한다. ‘사랑의교회’는 강남이라는 욕망의 한복판에서 복음을 부르짖는 것이 가능한지를, ‘향린교회’는 사회 참여를 통한 예수 정신의 구현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경산 하양무학로교회’는 창도 간판도 없는 작은 교회 공간을 통해 교회의 본질 찾기를 제안한다(왼쪽 사진부터). 곰출판 제공


강남의 초대형 교회들은 언제부터 그 자리에 거대한 존재감을 드러냈을까. 1980년대 한국교회는 폭발적인 양적 성장으로 비대해졌지만, 그에 비례한 영적 성숙이 따르지 못한다는 고민과 도전이 발화되던 시기였다. 고 옥한흠 목사는 예수를 닮은 평신도 지도자를 육성하는 ‘제자 훈련’으로 교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옥 목사는 1980년 강남으로 교회를 이전하고, 이듬해 교회명을 ‘사랑의교회’로 바꾼다. 신도수가 늘어나면서 1985년 강남역 인근에 교회를 건축해 입당한다. 강남이라는 ‘맘몬’의 상징이 태동하던 시기, 강남 한복판에 자리 잡은 교회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옥 목사는 세속 도시를 향한 저항의 방식으로 복음을 선택했다. 그의 개혁 의지는 당시 교회 건축에도 반영됐다. 지하에 둔 예배당은 낮은 자의 자세로 하나님을 만나려는 겸허한 의지가 담겼고,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건축 과정에 반영하길 주저하지 않았다고 한다. 당대 교회들이 외연적 성장에 집중하던 시기 사랑의교회는 탈욕망의 외침으로 존재했다. 하지만 교인이 수만명으로 늘면서 800명 규모 예배당으로는 감당할 수 없게 된다. 옥 목사의 후임 오정현 목사는 2013년 서초역 사거리에 새로운 예배당을 완성한다. 최근 수년간 ‘불법 도로 점용’으로 입길에 오르며 ‘3000억원짜리 바벨탑’으로 지탄받은 그 건축물이다. 예배당은 교회가 걸어온 길을 담고 있다.

<한국교회, 이미와 아직 사이에서>는 교회 건축으로 한국 기독교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살펴보는 책이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중세 고딕의 총체로, 르코르뷔지에의 롱샹 성당이 근대 건축의 아이콘으로 평가받는 것처럼 유럽에서 교회와 성당은 역사적·문화적 상징이다. 한국의 교회는 어떤 이미지인가. 언제나 열려있는 예배당의 오래된 책과 장의자에서 풍겨나오는 고풍의 향기, 해질녘까지 예배당과 교회 앞마당에서 뛰어놀던 아늑함인가. 아니면 아파트 재개발과 함께 교회 건물 또한 크고 화려하게 현대화됐지만 본당 정문은 굳게 닫힌 모습인가. 두 상반된 이미지 모두 한국교회의 모습이다.

책에선 한국교회의 명암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는 매개로 그 ‘공간’을 선택해 의미를 살펴본다. 저마다 특색 있는 22개 교회 예배당이 걸어온 변천 과정을 들여다보는 일은 한국교회의 현주소를 짚어보는 일이기도 하다.

시작은 한국 역사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세상과 보폭을 맞추어 나가는 공간으로서의 교회’들이다. 시선이 가장 머무는 곳은 1953년 전후의 폐허에서 창립된 이래 오늘날도 을지로3가의 빌딩숲에 둘러싸인 채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향린교회’다. 알려진 대로 “국가보안법 철폐”를 외치는 교회다. 보수주의가 주류인 한국 기독교에서 ‘민중이 곧 예수’라고 일갈한 안병무·홍창의 등 진보 신앙인들의 정신을 계승한 향린교회는 교회가 소외받고 가난한 민중의 곁에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충실하게 구현한 장소로 평가받는다. 예수의 사랑이 어떤 방식과 가치로 구현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은 제각각일 수 있지만, 향린교회의 치열한 역동성은 ‘교회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다양한 역사적 교회들을 지나면 오늘날 한국교회의 ‘문제들’에 다다른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대형교회들이다. 상당수가 ‘부자 세습’ ‘재정 비리’ 등 각종 스캔들에 휘말린 곳들이다.


이를테면 이명박 정권 당시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으로 회자되던 압구정동 ‘소망교회’는 손쉬운 비판 대신 여러 생각거리를 던진다. 둘러싼 현실과 다르게 소망교회는 ‘탈귀족화’를 지향했다는 것이다. 내부 공간은 계급화·계층화를 막기 위해 장로석을 구별하지 않고, 행정 민주화를 위해 직분을 2년 맡은 뒤엔 평회원으로 돌아가야 하며, 대형교회가 교인 결속 수단으로 사용하는 장묘 사업이나 운송 수단도 최소화했다고 한다. 흔한 ‘대각성 전도 집회’도 시행하지 않고, 예배 중에 ‘아멘’을 큰소리로 내뱉는 일도 없다. 초대 곽선희 목사의 지적이고 세련된 설교는 외로움을 느끼는 ‘도시적 유목민’을 끌어들이며 위로를 주었다. 하지만 “그 위로가 자본주의의 선봉에 선 이들의 외롭고 상처 난 부분을 싸매주는 역할에만 머무른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강단의 설교가 오늘날 교회 바깥으로 가닿지 않는 이유를 생각하게 한다.


책 전반부가 오늘날 ‘문제적’ 교회에 이른 과정을 보여준다면, 후반부는 예수의 정신을 닮으려는 작은 교회들을 보여준다. 현직 목사인 저자는 한국교회에서 ‘이미’와 ‘아직’의 긴장이 지금도 치열한 역사를 전개해나가고 있다고 말한다. 신의 축복과 가치는 ‘이미’ 예배당을 채우고 있지만, 신을 발견한 기쁨을 사회에 실천하는 길은 ‘아직’ 요원하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한국교회는 또다시 사회적 논란의 복판에 섰다. 책의 쓴소리는 오늘의 상황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 같다. “교회가 하는 일은 교회의 논리, 신의 논리로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이제는 멈춰야 한다. 교회가 세상을 향해 자기네들을 이해하지 못한다면서 맞서려는, 이른바 성전(聖殿)에서 성전(聖戰)으로의 신앙 행동 이행은 그 싸움에서 승리한 것처럼 보일지라도 서글프고 우스꽝스러운, 상처뿐인 승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철저히 인정해야 한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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