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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시비 덮어두고 文 견제하자' 朴메시지, 총선 변수되나

조선일보 손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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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이 4·15 총선을 42일 남겨둔 4일 지지자들에게 전하는 옥중(獄中) 메시지를 발표했다. 메시지의 핵심은 4월 총선에서 "기존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태극기를 들었던 여러분 모두가 하나로 힘을 합쳐달라"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문재인 정권을 "무능하고 위선적이며 독선적인 집권 세력"이라고 규정했다. 이번 총선에서 현 정권 견제를 위해 보수 진영이 미래통합당을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만들어달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탄핵을 둘러싼 시비를 덮어두고 보수 진영 총선 승리를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가 4일 국회 정론관 앞에서 박 전 대통령의 자필 편지를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가 4일 국회 정론관 앞에서 박 전 대통령의 자필 편지를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자필로 작성해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대독한 메시지에서 미래통합당을 중심으로 보수 세력이 하나로 뭉쳐달라는 뜻을 분명히 했다. 통합당은 박 전 대통령 밑에서 총리를 한 황교안 대표가 이끌던 자유한국당과, 유승민 의원의 새로운보수당, 안철수 전 의원이 이끌던 옛 국민의당 출신 다수 인사들이 통합해 출범한 당이다. 탄핵 찬반 세력이 통합한 만큼 박 전 대통령이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에 따라 다시 갈라질 수 있는 '불안한 동거' 체제란 평가도 나왔다. 그런 상황에서 박 전 대통령이 통합당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이번 총선에서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분열할 가능성은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통합당 관계자들도 "박 전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탄핵 찬성 세력에 대해 원망이나 책임을 묻지 않음으로써 보수 분열 가능성은 상당 부분 차단됐다고 평가한다"고 했다.

통합당이 출범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각 정파들이 취했던 찬반 입장과 이를 둘러싼 구원(舊怨)이었다. 이 과정에서 유승민 의원 등 새보수당은 '탄핵의 강을 건넌다'는 통합 조건을 내걸었다. 반면 옛 친박(親朴) 세력 일부는 "탄핵 찬성파들과 함께 할 수 없다"며 유 의원 등과의 통합에 비판적이었다. 최근엔 박 전 대통령 탄핵 무효를 주장한 '태극기 세력'이 중심이 된 자유공화당도 창당됐다. 이런 가운데 박 전 대통령이 분열하지 말고 통합당을 중심으로 단일대오로 뭉쳐 총선에 임해달라는 메시지를 낸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메시지에서 자신의 탄핵에 대한 찬성 세력에 대한 서운함이나 원망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총선을 앞두고 구속집행정지나 특별사면을 통해 석방될 경우 탄핵 찬반 논란이 재점화되면서 보수 진영이 분열될 가능성이 거론돼 왔다. 최근엔 총선 전 사면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박 전 대통령이 어떤 내용의 옥중 메시지를 낼지 관측이 분분했다. 특히 미래통합당을 출범시키며 탄핵 여파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썼던 보수 주류 정파들은 박 전 대통령이 다시 탄핵 찬반 시비를 촉발시킬까 내심 걱정해왔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메시지에서 "나라 전체가 전례 없는 위기에 빠져 있고 국민이 고통을 받고 있는 현실 앞에서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이합집산하는 것 같은 거대 야당의 모습에 실망도 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도 "보수의 외연을 확대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받아들였다"고 해 자신의 탄핵을 둘러싼 문제가 보수 통합에 걸림돌이 돼선 안 된다는 뜻을 밝혔다.

현재 보수 야권은 미래통합당 출범에도 조원진·김문수 등 태극기 세력들이 주축이 된 자유공화당과 홍문종 대표의 친박신당 등이 속속 창당하며 총선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자유공화당과 친박신당 등은 옥중에 있는 박 전 대통령 메시지에 따라 정치적 진로를 결정하겠다고 해왔다. 이런 즈음에 맞춰 박 전 대통령이 메시지를 낸 것은 이들을 향해 통합당을 중심으로 뭉치라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통합당 공천 과정에서 탈락한 일부 옛 친박계 의원들이 탈당해 자유공화당으로 옮겨가거나 무소속 출마하려는 흐름에도 쐐기를 박은 것이란 해석도 있다.


유영하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많은 고심을 한 걸로 안다"며 "(발표 여부는) 오늘 접견에서 결정했다"고 했다.신율 명지대 교수는 "태극기 세력도 미래통합당에 통합하라는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이날 메시지로 태극기 세력들로부터 '배신자 프레임'에 갇혔던 유승민·김무성 의원 등 탄핵 찬성 정파들도 총선 국면에서 중도층을 향해 더 활발한 메시지를 던지며 선거 운동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지난 3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우리공화당과 자유통일당 합당 기자회견에서 우리공화당 조원진 대표(왼쪽 두 번째부터), 무소속 서청원 의원, 자유통일당 김문수 대표가 손을 맞잡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이들은 미래통합당에 후보 단일화를 제안했다. /연합뉴스

지난 3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우리공화당과 자유통일당 합당 기자회견에서 우리공화당 조원진 대표(왼쪽 두 번째부터), 무소속 서청원 의원, 자유통일당 김문수 대표가 손을 맞잡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이들은 미래통합당에 후보 단일화를 제안했다. /연합뉴스


그런가 하면 박 전 대통령 메시지로 인해 일부 중도층이 통합당에서 이반하거나, 여권 지지층이 다시 결집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를 계기로 통합당 외부에 있던 친박 인사들이 통합당에 합류하고, 이들이 또 탄핵 찬반 시비에 나서면 오히려 중도층 이탈과 범여권 결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현재 김형오 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이 인적 쇄신을 내걸고 공천 작업을 진행 중인 상황에서 친박 인사들이 통합을 명분 삼아 공천 지분을 요구하고 나올 경우 통합당에 대한 중도층의 실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손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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