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인 지난 22일, 서울 서남부 지역에서 일하는 ‘배달의 민족’ 배달원 김정훈(39)씨의 스마트폰에 음식점 130곳 이름과 배달지 주소가 떴다. 김씨는 스마트폰 스크롤을 올리고 내리면서 머릿속에 음식점 동선을 그렸다. 약 10분 만에 5곳을 정하고 자신이 배달하겠다며 ‘배달 요청’ 버튼을 누른 뒤, 오토바이 시동을 걸었다.
약 40분 만에 배달을 마친 그가 쥔 돈은 1만5000원. 올해 최저임금 시급이 8590원인 점을 고려하면, 1시간 안에 그 두 배 가까운 수입을 올린 것이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들' 등에 따르면 작년 12월 한 달간 배달원 가운데 상위 10%는 632만원을 벌었다. 가능한 수치일까. 김씨는 12월 한 달 동안 딱 이틀만 쉬었다. 결과는 900만원이 넘는 수입. 그는 "배달은 정말 일한 만큼 돈을 벌기 때문에 정직한 직업이지만, 늘 위험한 직업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아무튼, 주말'이 김씨의 하루를 쫓았다.
약 40분 만에 배달을 마친 그가 쥔 돈은 1만5000원. 올해 최저임금 시급이 8590원인 점을 고려하면, 1시간 안에 그 두 배 가까운 수입을 올린 것이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들' 등에 따르면 작년 12월 한 달간 배달원 가운데 상위 10%는 632만원을 벌었다. 가능한 수치일까. 김씨는 12월 한 달 동안 딱 이틀만 쉬었다. 결과는 900만원이 넘는 수입. 그는 "배달은 정말 일한 만큼 돈을 벌기 때문에 정직한 직업이지만, 늘 위험한 직업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아무튼, 주말'이 김씨의 하루를 쫓았다.
40분 만에 8㎞ 달려서 1만5000원 벌어
오전 11시, 김씨는 검은색 점퍼에 검은색 조끼를 입고 스마트폰 바탕화면에 있는 '라이더스'라는 앱을 여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반경 5㎞ 내에서 배달을 원하는 음식점 리스트가 떴다. 주로 서울 구로디지털단지 주변 음식점과 빵집, 카페 등이다. 배달해야 하는 장소(배달지)는 금천구 가산동과 동작구 신대방동, 관악구 조원동, 영등포구 대림동 등. 음식점 한 곳을 클릭하니 음식점과 배달지의 지도와 상세 주소가 나왔다. 아래에는 김씨가 받을 배달료, 조리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완료되는 시간 등도 적혀 있다.
김씨는 3분 만에 첫 음식점을 골랐다. 관악구 조원동에 있는 중국 음식점A. 주문 메뉴는 매운 도가니 볶음 하나와 탄산음료 1개, 공깃밥 한 그릇이다. 김씨 집에서 약 1.7㎞ 떨어진 곳인데, 3분 정도면 닿을 수 있다고 했다. 배달지는 A에서 직선거리로 200m 떨어진 아파트다. 김씨는 "오 예, 꿀콜이다"라며 '배차 요청(선택)' 버튼을 눌렀다. 꿀콜은 좋은 배달을 뜻하는 속어다.
다음으로 고른 곳은 아파트에서 400여m 떨어진 파스타와 빵 종류를 파는 브런치 카페 B. 동선이 나쁘지 않지만, 약 1분간 고민했다. 김씨는 "B 업체가 파스타 등을 준비하는 시간이 꽤 오래 걸리는 데다, 약속한 조리 시간을 자주 지키지 못하는 '블랙리스트' 음식점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뒤이어 B에서 200m 떨어진 뚝배기집 C, 또 그곳에서 200m 떨어진 일식집 D를 선택했다. 김씨는 "파스타를 배달하는 곳에서 뚝배기집과 일식집이 불과 200~300m 거리에 있고, 이 음식들을 배달해야 하는 3곳이 비슷한 동선에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4곳을 고른 뒤 일어서려는데 김씨가 갑자기 "잠시만요, 꿀콜이 떴어요. 제발, 제발"이라고 말하며 버튼을 수차례 눌렀다. 한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에서 라테커피 2잔 배달 주문이 들어왔는데, 이곳은 첫 번째 배달지인 아파트 입구에 있었다. 배달지도 두 번째 고른 빵집에서 겨우 200m 정도 떨어져 있다. 김씨는 "커피 전문점은 커피가 금방 나와서 좋은데, 원래 그렸던 동선 안에 있기 때문에 최고 꿀콜"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해서 김씨는 '중국 음식→커피→브런치 카페→뚝배기→일식' 순서로 8㎞를 달려 40분 만에 배달을 완료했다. 배달료로 수수료 약 10%를 떼고, 총 1만5000원을 벌었다.
배달원은 최다 5건을 동시에 잡아 움직일 수 있다. 지난해 배달원들이 주문 1건당 올린 평균 수입은 4342원으로, 고객이 주문할 때 내는 건당 배달료(평균 3214원)보다 많다. 고객이 낸 배달료에 배달의민족이 건당 1000원 정도를 보태 주기 때문이다.
김씨는 이날 하루 오전 11시부터 자정까지 일하며 107건을 배달했다. 이렇게 거둬들인 하루 총배달료는 41만7000원이다. 여기에 약 10%에 해당하는 각종 비용(오토바이 대여료, 산재보험료, 소득세, 앱 사용료)을 빼고 나면, 37만원 정도가 김씨 손에 쥐어진다. 이 돈은 금요일(28일)에 김씨 통장에 들어왔다.
'배달의 민족'을 통해 서울 관악·금천구 등 서남지역에서 일하는 김정훈(39)씨. 평일에는 1시간에 2만~2만5000원, 주말엔 2만5000~3만원을 번다. |
배달원들 사이에서는 '똥콜'과 '꿀콜'이라는 말이 있다. 꿀콜은 비교적 짧은 시간에 손쉽게 가능한 배달이다. 반대로 똥콜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길도 험해 꺼리는 배달을 뜻한다. 김정훈 배달원은 "꿀콜을 잘 잡으면, 그만큼 편하게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했다.
① 배달 거리 5~10분 내 음식은 꿀콜
배달 거리(직선) 500m 이내 기본 배달료(도보 배달 제외)는 3000원이다. 500m가 넘으면 500m마다 500원씩 오른다. 또 오랜 기간 배달원을 잡지 못한 배달은 가산액이 붙는다. 멀수록, 남들이 꺼리는 곳일수록 배달료가 높다. 하지만 5~10분 내 거리에 있는 곳이 낫다고 한다. 거리가 멀면 동선을 짜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김씨는 "가까운 곳을 여러 번 하는 게 훨씬 돈이 된다"고 말했다.
② 빨리 조리하는 음식점은 꿀콜
조리 시간이 짧은 음식점 배달을 선호한다. 빵이나 곰탕·설렁탕·순댓국, 커피와 같은 음료가 그렇다. 조리 시간이 짧으면 빨리 음식을 배달할 수 있어 동선 짜기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조리 시간이 긴 음식을 배달하다 보면 동선을 짜기도 어렵고, 손님에게 "죄송하다"라는 말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김씨는 "내가 음식을 늦게 조리한 것도 아닌데 잘못했다고 해야 하니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했다.
③ 고층 아파트·사무실은 똥콜
배달원들은 고층 건물이나 복도식 아파트·오피스텔을 좋아하지 않는다. 음식을 배달하고 나오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앱을 통해 미리 계산하지 않는 사무실에서 하는 주문도 선호하지 않는다. 배달원을 만난 자리에서 법인 카드로 결제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도 적지 않은 시간이 흐른다.
"길 위는 늘 위험… 휴대전화 보지 말아야"
배달 일은 열심히 하면 한 달에 600만원 이상을 벌 만큼 벌이가 나쁘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김씨는 "그렇게 오래 하기는 어려운 거 같다"고 말했다. 당연히 사고 위험 때문이다.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2016년부터 작년 8월까지 서울에서 발생한 이륜차 교통사고 사망자는 196명이었는데, 이 가운데 배달업 종사자가 56명(28.6%)으로 가장 많았다. 배달원은 사고에 대비해 산재보험과 이륜차종합보험에 가입돼 있다. 보험료는 배달원과 배달의민족이 절반씩 낸다.
실제 이날 기자가 승용차로 김씨의 오토바이 뒤를 쫓아다녔는데,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곳이 많았다. 김씨는 좁은 거리를 시속 40㎞ 정도로 달렸고, 자동차가 들어가기 어려운 골목을 헤집고 다녔다. 좌회전·유턴을 하면 안 되는 길에서는 신호 위반도 해 시야에서 사라지는 경우도 있었다.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①반드시 전방을 주시하고 ②좁은 골목 사거리에서는 속도를 줄이고 ③비 오는 날 오토바이를 급하게 멈출 때는 왼쪽 브레이크를 먼저 잡고 나서 오른쪽 브레이크를 잡는 게 필수라고 했다. 김씨는 “다음 일을 서둘러 잡느라 길 위에서 휴대폰을 보면 정말 큰 사고가 날 수 있다”고 했다. 또 “비 오는 날에 급제동한다고 양쪽 브레이크로 같이 잡으면, 앞바퀴가 돌면서 미끄러져 넘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창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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