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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등장한 부라보콘 광고(사진=응답하라 1998 화면 캡쳐) |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살짝쿵 데이트~ 해태 부라보콘~”
1988년 해태제과는 파격적인 시도를 했다. 이상은, 정수라, 윤복희, 김세환, 윤형주 등 당시를 대표하는 유명한 가수들이 총출동해 CM송을 합창하는 광고를 선보인 것이다. 해당 광고는 tvN 인기 드라마 ‘응답하라 1988’ 1화에 삽입되기도 했다. 그만큼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뇌리 속에 강력히 각인된 광고라는 방증인 셈이다.
지금도 보기 드문 화려한 캐스팅이 가능했던 것은 콘 아이스크림의 대표주자였던 부라보콘의 상징성 덕분이다. 1970년에 출시된 해태 부라보콘은 월드콘, 구구콘 등 기라성 같은 제품들 사이에서도 줄곧 콘 아이스크림의 대명사로 통용됐다. 해태제과가 출시한 각종 아이스크림 제품 중에서도 부라보콘이 가진 브랜드 파워를 뛰어넘는 제품은 아직껏 나타나지 않았다.
부라보콘을 내놓은 해태제과는 광복을 맞은 우리나라와 역동의 세월을 함께 보낸 기업이다. 1945년 광복 후 고(故) 박병규 회장이 나가오카 제과 남영동 공장의 생산설비 등을 적산불하받아 해태제과합명회사를 설립한 것이 해태제과의 모태다. 이후 한국전쟁 등 동란을 거치면서도 회사는 비스킷, 껌을 생산하며 제과업체로서 입지를 다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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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태 부라보콘(사진=해태제과) |
부라보콘이 탄생한 1970년 무렵은 정부가 국민체위 향상과 낙농업 육성을 국가 정책으로 내걸고 추진하던 시기였다. 이에 해태제과는 덴마크의 호이어사(社)로부터 아이스크림 시설을 도입해 콘 아이스크림 부라보콘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다만 생산까지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물기가 스며들지 않은 은박지와 습기에 강한 콘을 생산하기 위해 당시 해테제과 직원들은 밤낮 없이 연구 개발에 매진해야만 했다.
우여곡절 끝에 출시된 부라보콘의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당시 ‘아이스께끼’로 알려진 바 형태의 빙과류는 많았지만 유제품을 사용한 콘 아이스크림을 국내 기업이 출시한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맛을 보려는 소비자들이 몰려들어 물량을 대지 못할 수준이었다. 이에 해태제과는 1971년 생산 라인을 증설해야만 했다.
이후 롯데그룹이 월드콘, 구구콘 등 콘 아이스크림을 내놨지만 부라보콘의 위상을 뛰어넘지 못했다. 해태그룹이 1997년 IMF 외한위기로 부도가 났을 때에도 부라보콘은 꾸준히 생산됐다. 2005년 크라운제과에 해태제과가 인수되면서 크라운해태그룹으로 거듭났을 때에도 부라보콘은 회사를 대표하는 주요 상품으로 사랑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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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4분기 빙과류 소매점 매출 순위(사진=식품산업통계정보) |
단순히 상징성을 떠나 실적면에서도 부라보콘은 여전히 해태제과의 주요 품목 중 하나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아이스크림 판매량이 높은 지난해 3분기 부라보콘의 소매점 매출액은 160억원으로 전체 빙과류 중 6위를 차지했다. 해태제과가 생산하는 빙과류 중에서는 가장 높은 순위다. 부라보콘은 지난 2010년에는 40년간 40억개가 판매되는 기록을 세워 기네스에도 등재되기도 했다.
그러나 50년 간 회사의 상징으로 남아있던 부라보콘은 해태제과의 결별을 준비하고 있다. 해태제과는 지난해 10월 아이스크림 사업부 물적 분할을 결정하고 지난달 1일 해태아이스크림을 신설했다. 대표 냉동식품이었던 고향만두가 CJ제일제당의 비비고 등에 밀리고 허니버터칩 이후로 히트작을 내지 못하면서 아이스크림 사업부에 대한 투자유치 또는 매각을 추진해 악화된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부라보콘은 친정에게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크라운해태그룹은 해태 아이스크림에 대한 투자유치와 매각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해태제과로서는 해태 아이스크림의 가치를 높이 평가받아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한 사모투자펀드(PEF) 업계 관계자는 “ 빙과류의 주요 수요 계층인 아동, 청소년의 수가 줄어들고 있는 데다 해외 전문 아이스크림 브랜드 등 대체제가 등장해 해태 아이스크림 매각 성공에 의문이 든다”면서도 “다만 오랜 업력을 통해 다진 유통망과 부라보콘 등 대표 상품의 브랜드 파워로 관심을 가지는 곳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