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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건축의 교과서, 김종성

매일경제 효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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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효 아키텍트-22] 한국 건축의 교과서, 김종성

건축가 김종성(1935~)은 미국 건축사(일리노이·뉴욕·뉴저지주)다. 김종성은 1956년 서울대 공대 건축학과 2년 수료 후 1964년까지 미국 일리노이공대(IIT)에서 건축학 학사와 석사 과정을 마쳤다. 1961년부터 1972년까지 세계 모더니즘 건축의 선구자 루트비히 미스 반데어로에(1886~1969·이하 미스) 건축사무소 소속으로 캐나다 토론토 도미니언센터 프로젝트 등에 참여했다. 미스와는 그가 사망하기 전까지 8년 동안 같이 일했다. 1966~1978년 IIT 건축대학 교수, 1972~1978년 IIT 건축대학 학장 서리를 역임했다.

김종성이 건축을 공부하겠다고 결심한 것은 6·25전쟁 때 부산 피란 학교에서 서울로 올라와 천막 교사에서 대학 진로를 정할 때였다. 동시대 선배 건축가 김중업(1922~1988), 김수근(1931~1986)과 마찬가지로 전후 폐허의 도시가 그를 건축가의 길로 이끌었다.

다큐멘터리 영화 '사마에게' 무대인 유서 깊은 시리아 북부 도시 알레포는 부패에 찌든 정부에 반기를 든 혁명과 저항의 도시다. 그 저항의 대가는 참혹했다. 멀리 성채 아래 빌딩과 주택에는 비행기 폭격과 미사일, 전차의 포격이 난무해 도시가 폐허가 됐다. 마지막 남은 시민군의 아이 중 누군가가 도시를 재건하기 위해 건축가가 되겠다는 말이 겹친다.

서울 중구 소재 서울힐튼호텔/사진=매경DB

서울 중구 소재 서울힐튼호텔/사진=매경DB


마흔세 살에 설계한 서울힐튼호텔(1978~1981)은 단연 그의 대표작이다. 그는 이 호텔 설계를 계기로 일리노이공대 교수직을 떠나 귀국해 서울건축(SAC)을 설립했다. 고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호텔 설계 경험이 없는 김종성에게 일을 맡겼다. 당시 서울은 호텔과 같은 도시기반 시설이 취약했다. 박정희 정권 지원을 받은 롯데그룹이 소공동에 반도호텔을 헐고 막 롯데호텔을 준공한 때였다.

서울 남산시립도서관과 서울역 사이 내리막에 있는 힐튼호텔은 남산을 등지지 않고 바라보는 형태다. 대지 높은 쪽에서 로비에 들어서게 되는 호텔은 경사진 대지를 활용해 18m 높이의 수직으로 연결되는 아트리움(atrium·건물 내부 중정 역할하는 공간)이 특징이다. 연회장 등 기능은 내리막 지형상 지하층인 로어 로비 안쪽에 몰아 배치해 공간을 확보했다. 1층 로비에 서면 건너편 끝까지 훤히 보일뿐더러 로어 로비도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브론즈 커버 기둥, 트래버틴 대리석 바닥과 계단, 아트리움 중간에는 이탈리아석으로 만든 분수가 있다. 현대 조각은 재료의 물성뿐 아니라 빛, 소리 등을 응용한다. 물 떨어지는 소리가 아트리움을 지배한다.


올림픽 역도경기장(1986), 부산 파라다이스비치호텔 구관(1988), 경주 힐튼호텔(1991), 경주 우양미술관(옛 선재미술관·1991)을 설계한다. 우양미술관은 미시언(Miesian)인 김종성이 추구하는 건축 미학인 구조(Structure), 비례(Proportion), 재료(Material), 빛(Light)의 개념이 적절하게 녹아들어 있다.

서울 종로구 소재 SK본사/사진=매경DB

서울 종로구 소재 SK본사/사진=매경DB


서울 SK본사 사옥인 서린빌딩은 1992년 착공해 1999년에 완공됐다. 지상 36층~지하 7층 규모로 고 최종현 SK 회장은 1998년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도 건물 설계와 준공 과정에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진다. 정방형으로 군더더기 없는 평면은 공간 활용도를 고려한 것이며 수직 멀리언(Mullion·건물의 겉유리 붙이는 지지대 역할 구조물)은 3㎜로 두껍게 하면서도 격자무늬 기둥과 보로 입면 구성을 했다. 박영우 건축가는 "반복되는 그리드의 요철을 이용해 그림자를 많이 떨어뜨려 매우 변화 있는 외관을 보여준다"고 평가한다.

2016년 현대자동차그룹은 서울 삼성동에 들어설 글로벌 비즈니스센터(GBC)의 미래 모습을 담은 개발 계획안과 주요 건물의 디자인을 공개했다. 설계는 미국의 스키드모어 오윙스 앤드 메릴(SOM)과 NBBJ가 담당한다. SOM은 중동 두바이에 있는 세계 최고층 빌딩 '부르즈 할리파'를, NBBJ는 아마존과 구글 본사 사옥 설계를 했다. SOM은 GBC 내 105층짜리 그룹 통합사옥 '글로벌타워' 고층부, NBBJ는 글로벌 타워 저층부와 호텔, 업무용 빌딩 설계를 각각 담당한다. 김종성은 GBC 프로젝트의 설계책임 건축가(Director of Design)다. 그의 역할은 전체 용지의 마스터 플랜을 조율하고 일관된 건축계획을 유도하는 것이다.


GBC에는 초고층 그룹 통합사옥 건물을 비롯해 호텔·오피스 건물과 공연장, 컨벤션 및 전시시설 등 총 6개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그룹 통합사옥은 정사각형 수직타워 형태다. 통합사옥 건물 외벽 안쪽에는 순수한 자연에서 발견되는 피보나치 수열의 형태를 재해석한 비대칭 'X브레이스(건물 변형 방지를 위해 대각선으로 잇는 건축부재)'가 설치된다. X브레이스는 건물 외부에도 드러나 건물 전체의 디자인적인 독창성을 나타내는 역할을 한다.

GBC 바로 옆은 해체주의 건축가 다니엘 리벤스키트가 설계한 현대산업개발 사옥이다. 이 사옥에는 한국자동차 산업을 견인했던 포니정 기념관이 있다. 일본 나고야 시립산업박물관은 방직회사에서 시작한 도요타가 지어 시에 기증했다. GBC에 입지의 우월성을 활용한 명실상부한 한국자동차 산업 박물관이 들어섰으면 하는 바람이다.

GBC가 들어서는 영동대로 지하에는 GTX A, C노선, KTX 동북부연장선, 남부GTX선, 도시철도 위례~신사선 등 향후 수도권 철도망의 핵심이 될 다수 노선이 통과하게 되는 복합환승센터가 들어선다. 이 센터는 2018년 10월 국제현상설계공모를 통해 선정된 프랑스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가 참여한 정림건축 컨소시엄이 기본설계를 맡았다. 이 센터는 기존 2·9호선 지하철과도 연결된다.


김종성이 관심을 가진 건축 시대는 8세기에 시작한 로마네스크 양식이다. 군더더기 없이 기본에 충실한 건축 양식이 그의 스승 미스로 대표되는 모더니즘 건축과 일맥상통한다고 보는 듯하다.

[프리랜서 효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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