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성껏 내린 커피 한잔. |
휴일 오후, 남편과 함께 성북동에 갔다. 성신여대 앞 단독주택 1층에 위치한 리이케 커피에 가기 위함이었다.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 '리사르커피' 이민섭 사장님의 이야기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저는 휴일에 리이케 커피에 가요. 가정집 같은 분위기에서 마신 한 잔이 정말 좋더라고요."
![]() |
가정집 같은 리이케 커피의 외관. |
택시를 타고 성신여대 앞에 도착했다. 지도상으로는 분명 내렸던 자리에 카페가 있어야 하는데, 잘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헤매다 처음 도착했던 곳이 맞았음을 깨닫고 되돌아 들어갔다. 밖에서 보기에는 사람이 사는 집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법한 자연스러운 곳이었다. 거실도 부엌도 식사하는 다이닝 공간도 있는, 1960~1970년대 스웨덴 할머니 집 같은 모습이었다.
주문하기 위해 계산대에 서니, 사장님께서 조곤조곤 설명해주셨다. "저희는 에스프레소 머신을 사용하지 않아 브루잉만 가능해요. 우유가 들어간 메뉴에는 카페오레가 있고요."
오랜만이었다. 에스프레소 기계가 없는 카페. 파푸아뉴기니 원두를 사용한 카페오레와 콜롬비아 원두를 사용한 브루잉을 한 잔씩 주문했다.
집에서도 따라 할 수 있게 '쉽게' 내려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원두에 뜸을 들인 후, 숟가락으로 휘휘 저었다. 여기에 뜨거운 물만 적당량을 부어 진하게 내려준 뒤, 기호에 맞춰 물을 추가하면 끝이었다. 바이패스라는 이러한 희석 방식은 바리스타들 사이에서는 호불호가 나뉘는 방식의 추출법이었다. 하지만 전문가가 아닌 일반 사람들이 집에서 가장 쉽고 안정적으로 커피를 내릴 수 있는 편안한 방식이기도 했다.
가장 맛있게 커피를 내려서 보여주고자 하는 곳은 아니었다. 나같이 평범한 사람들도 원두를 사 가 편하게 내려 즐길 수 있는 커피를 지향하는 곳이었다. 카페라기보다는 홈바리스타들에게 원두를 파는 쇼룸에 가까운 곳이었다. 왜 이곳에 핀란드어로 '커피 상점'이라는 뜻을 지닌 상호를 달았는지 고개가 끄덕여졌다.
'집에서 마시는 커피'라는 주제를 가지고 공간을 바라보니, 조금 더 쉽게 이해가 됐다. 누군가의 응접실 같은 곳에서 편안히 커피를 마시는 외적 부분뿐만 아니라, 내적 부분에서도 정성이 담긴 커피를 제공하며 내실을 다지고 있었다.
판매하고 있는 3가지 종류의 원두를 살펴보다 여쭤보았다. "어떤 기준을 가지고 원두를 소개하셔요?" 사장님께서는 대륙별 커피를 골고루 소개하기 위해 남미, 아프리카, 오세아니아의 원두를 하나씩 선택하고 그때그때 볶아서 판매한다고 하셨다. 설명하는 사장님의 표정에서, 마치 엄마가 아이들을 생각하며 편식하지 않고 골고루 다양하게 음식을 맛보았으면 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말은 쉬워도 대륙별로 매번 원두를 수급하기란 쉽지 않으실 텐데.
![]() |
깔끔하게 정리된 로스팅실. |
대형 커피 로스팅 회사에서 오랫동안 로스터로 일했다던 사장님의 이야기를 듣고, 로스팅실을 구경하고 싶었다. 조심스레 부탁을 드린 후에 가게 안쪽 문을 열고 들어갔다. 깨끗하게 정리된 로스팅실이 나왔다. 여름에는 에어컨을 틀고, 겨울에는 난방을 하며, 이 로스팅실만큼은 24시간 동안 정온을 유지하도록 관리하고 있었다.
![]() |
꼼꼼하게 골라낸 불량 원두(왼쪽)와 하나하나 소분된 생두(오른쪽). |
생두 보관실의 문을 열자, 지퍼백에 진공으로 소량씩 소분된 생두들이 보였다. 조금 의아하여 여쭤보았다. "생두는 원래 그냥 포대 자루에다가 담아두면 되는 것 아니에요? 어차피 볶을 것을 왜 이렇게 귀찮게 일일이 소분해두셔요?" 나의 질문에 사장님은 웃으며 대답해주셨다. "그래야 가장 신선하게 볶아 드릴 수 있잖아요."
![]() |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제가 분석하는 건물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마음이요. 그래서 진짜 소비자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요즘엔 카페에 열심히 다니며, '커통세(커피를 통해 세상을 보다)'를 씁니다."
※ 더 도어(The Door)는 '공간'을 중심으로 하는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입니다.
[박지안 리테일 공간 분석가]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