河 "협의체 받아라" 黃 "필요하면 협의"… 일주일째 제자리 맴도는 보수통합

새로운보수당 하태경 책임대표가 20일 "자유한국당이 오늘까지 양당 통합 협의체를 거부한다면 새보수당은 통합 협상을 거부하고 자강(自强)의 길을 가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필요하면 협의해 나가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혁신통합추진위원회(통추위)와는 별도로 한국당과 당대당 통합을 논의하기 위한 협의체 구성을 요구해온 새보수당의 최후통첩에 황 대표가 원론적 입장으로 대응한 것이다.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된지 일주일째를 맞았지만 이렇다할 진척을 보지 못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보수당 하태경 책임대표가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대표단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연합뉴스

하 대표는 이날 당대표단 회의에서 "한국당이 통합을 하자면서 양당간 대화에 응하지 않는 것은 시늉만 하는, 가짜 통합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가짜는 보수혁신의 적이며, 가짜 통합은 국민들에게 박수받을 수 없다"며 "새보수당은 구태 정치 연장에 들러리는 절대 서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이어 "(통합에 불참하는) 그 길이 다시 '죽음의 계곡'으로 들어서는 것이라고 해도, 그것이 보수의 유일한 희망(이기 때문에 그 길로 가겠다)"고 했다. 하 대표는 지난 17일 "황 대표의 답변 여부에 따라 중대결단할 수 있다"고 했었다.

이에 황 대표는 이날 당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통추위가 만들어져 있다. 그 과정을 통해서도, 필요하면 다른 방법 통해서도 협의해 나가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황 대표는 지난주부터 새보수당의 당대당(黨對黨) 협의체 구성 제안에 대해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황 대표의 발언을 '협의체 거부'로 볼 수도 있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했지만, 새보수당에서는 "황 대표가 양당 협의체 구성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 의심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연합뉴스

실제 황 대표가 우선 논의 테이블로 언급한 통추위의 박형준 위원장은 새보수당이 주장하는 당대당 별도 협의체 구성에 부정적이다. 박 위원장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에 나와 "통합 열차는 이미 출발했다"며 "열차에서 내리는 사람은 중상을 입게 돼 있다"고 했다. 통추위와는 별도의 양당 협의체 구성을 주장하는 새보수당을 겨냥한 것이다.

이에 따라 황 대표와 새보수당 유승민 보수재건위원장 간 설 전 회동을 통한 보수통합 원칙 합의도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양당 일각에서는 "황·유 두 사람이 설 전에 만나 통합에 전격 합의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새보수당이 양당 협의체 구성 요구를 거둬들이지 않고, 한국당도 선뜻 새보수당 요구에 응할 생각이 없다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한 야당 관계자는 "양측 모두 보수 통합의 시너지를 내는 방향으로 대화에 임하고 있는지 되돌아봐야할 시점"이라고 했다.

[김명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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