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1년 6개월에 걸친 무역 분쟁을 봉합하기 위한 첫 단추를 끼웠다. 양국이 1단계 무역 합의문에 최종 서명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이미 부과된 관세의 일부를 소폭 낮추고 향후 추가 관세 부과를 멈춘 것일 뿐 ‘종전’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진단이 나온다. 한국 입장에서 대외 경제 불확실성이 줄어드는 건 다행스러운 일로 평가된다. 하지만 당장 수출 개선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오히려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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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은 15일(이하 현지시간) 백악관에서 1단계 무역 합의 최종 서명식을 가졌다. 서명식에는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양국 고위급 무역협상 대표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가 참석했다. 지난달 13일 양국이 공식 합의를 발표한 이후 약 한 달 만에 서명이 이뤄졌다. 2018년 7월 양국이 25%의 관세를 매기며 무역 전쟁의 포문을 연 지 18개월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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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미국 제품 232조 수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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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허 중국 부총리(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1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1단계 무역합의 서명식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미국과 중국은 15일(이하 현지시간) 백악관에서 1단계 무역 합의 최종 서명식을 가졌다. 서명식에는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양국 고위급 무역협상 대표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가 참석했다. 지난달 13일 양국이 공식 합의를 발표한 이후 약 한 달 만에 서명이 이뤄졌다. 2018년 7월 양국이 25%의 관세를 매기며 무역 전쟁의 포문을 연 지 18개월 만이다.
이번 합의에 따라 미국은 총 1600억 달러(185조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할 예정이던 추가 관세 부과를 철회한다. 또 지난해 9월 1100억 달러(127조원) 규모 제품에 부과했던 15%의 관세도 7.5%로 절반 인하하기로 했다. 중국은 2년간 2000억 달러(232조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을 구매하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서명식에서 “중국이 5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농산물을 사기로 했다”며 “공산품 750억 달러, 에너지 500억 달러 등 총 2000억 달러 규모”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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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중 관세율 1.8%포인트 '찔끔' 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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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 일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
관세 인하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기존 2500달러(290조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매긴 25% 관세율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관세율을 인하한 1100억 달러 수입품까지 합하면 총 3600억 달러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유지하는 셈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대중 수입관세율은 평균 19.6%에서 17.8%로 소폭 떨어지는 데 그친다. 스티브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14일 성명을 통해 미국은 2단계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추가 관세 인하를 계획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시사했다. 중국 역시 기존 관세를 철회하지 않는다. 평균 관세율도 31.1%로 그대로 유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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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수출엔 오히려 악재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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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의 대중 중간재 수출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
2018년 12월부터 13개월 연속 수출 '마이너스'를 기록 중인 한국으로서는 수출 규모가 가장 큰 중국의 상황을 보다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한국의 대(對)중 수출액은 1362억600만 달러다.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1단계 합의로 한국의 대중(對中) 수출 개선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봤다.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국경제통상팀 부연구위원은 “한국의 대중 수출품 중 80%가 중국이 최종 제품을 만드는 데 쓰이는 중간재”라며 “결국 중국에서 가공을 거쳐 미국으로 수출되는 것인데 관세 인하 효과가 크지 않으면 자연히 한국의 대중 수출도 더디게 개선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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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
국제통화기금(IMF)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전자제품·기계·자동차 등 10대 품목의 대미 수입을 확대한다면 한국의 수출이 약 460억 달러(53조원) 줄어들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창용 IMF 아시아ㆍ태평양 담당 국장도 지난 15일 한 강연을 통해 “중국이 미국산 제품 수입을 늘리고 다른 국가에 대한 수입은 줄일 경우 한국 수출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원호 부연구위원은 “새해부터 중국이 주변국을 대상으로 859개 수입품에 대해 자체적으로 관세 인하 조치를 했는데 이는 미·중 합의로 주변국들의 피해를 예상한 데 따른 배려 차원일 수 있다"며 "자동차 제조·용접용 로봇, 냉동 돼지고기 등이 관세 인하 대상에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연 부연구위원은 "다만 이번 합의에 따라 대외 불확실성이 줄어드는 것은 호재"라며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금융서비스 시장 개방 확대 등 중국이 시장 개방을 확대하면 우리 기업의 시장 진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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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갈등의 불씨…"합의 불이행 시 즉시 관세 복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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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두 번째)이 류허 중국 부총리(왼쪽 첫 번째)와 함께 백악관에서 열린 1단계 무역 합의 서명식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미·중간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중국이 ▶미국 기업에 대한 기술이전 강요 금지 ▶지식재산권 보호 ▶미국산 농산물 수입 등 합의문에 포함된 조건을 지키지 않는다고 미국이 판정할 경우 철회한 관세를 즉각 복원(스냅백 조항)할 수 있다. 므누신 장관은 서명식 전 미 CNBC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1단계 합의 준수에 실패하면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재부과하거나 인상할 수 있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은 "(미국이 스냅백 조항을 실제로 이행한다면) 그 어떤 것도 중국의 보복을 막지 못할 것"이라며 반발을 확실시하는 분위기다.
특히 미·중 갈등의 근본적 원인이 된 중국 정부의 국영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 문제 등은 2단계 무역 협상의 과제로 남아있는 상태다. 워싱턴포스트(WP)의 외교안보 칼럼니스트 조쉬 로긴은 중국의 산업스파이 행위 등 핵심 현안은 2단계 협상에서 다뤄질 것이라지만 "실제로 그렇게 될 것이라 믿는 이는 거의 없다"고도 말했다. 므누신 장관은 "2단계 합의에서 추가 관세 철회가 있을 것"이라며 "2단계는 2A, 2B, 2C가 될 수도 있다. 두고 볼 것"이라고 밝혔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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