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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운명을 예상한 듯한 쓸쓸한 음표의 파도

동아일보 임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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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13일 월요일 맑음. 우주 다이빙.

#330 Esbjörn Svensson Trio ‘From Gagarin's Point of View’(1999년)

51년 전, 최초로 달에 발을 디딘 인류는 이제 토성의 가장 큰 달인 타이탄마저 점령하려 한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2026년에 드론 ‘드래건플라이’를 날려 보낼 예정이다. 1.5기압의 대기를 지닌 타이탄은 커다란 호수와 모래언덕이 장관을 이루며 태초의 지구를 연상케 한다고 한다. 언젠가 꼭 한번 가보고 싶다. 호수에는 푸른 물 대신 메탄이 넘실댄다니 높이 떠서 유람해야겠다.

스웨덴 피아니스트 에스비에른 스벤손(1964∼2008)이 이끈 재즈 트리오 에스비에른 스벤손 트리오(e.s.t.)는 유럽 재즈의 미학과 위상에 큰 영향을 미친 그룹이다. 트리오의 명성을 스칸디나비아 밖으로 처음 알린 앨범인 ‘From Gagarin‘s Point of View’(사진)에서 동명의 표제 곡은 한 번 들으면 머리에서 쉽게 떠나지 않는다.

매우 느린 템포, 동양적 여백, 강박적 코드 진행 위로 물처럼 흐르는 멜로디…. 마치 미국 밴드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1967∼1994)이 잃어버린 악보를 키스 재럿이 습득해 연주한 듯하다. 너바나의 ‘Something in the Way’의 재즈 버전 같다고 할까. 슬로모션처럼 조금씩 천천히 밀려오는 쓸쓸한 음표의 파도를 맞다 보면 어느 순간 숨이 턱 막혀 온다.

어떤 음악가들은 자신의 이른 최후를 음악으로 예견한 듯하다. 지미 헨드릭스(1942∼1970)의 ‘If 6 was 9’이, 엘리엇 스미스(1969∼2003)의 ‘Everything Means Nothing to Me’가 아득한 인상을 남기는 것은 우리가 그들의 비극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세계 최초의 우주비행사인 유리 가가린을 소재로 한 ‘From Gagarin’s Point of View’에서 스벤손의 연주는 마치 심연을 내려다보는 듯하다. 뮤직비디오마저 누군가의 다이빙 모습을 슬로모션으로 담았다. 스벤손은 2008년 6월 어느 날 스쿠버다이빙을 하다가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 4분짜리 곡은 20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아래로, 아래로 침잠 중이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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