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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더P] 인연에서 악연으로…문 대통령과 윤석열

매일경제 우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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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관계가 나날이 껄끄러워지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에 이어 감찰무마 의혹,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수사까지 청와대를 향한 검찰 수사는 강도를 더하고 있다. 그리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검찰 고위직 인사에 이어 특별수사단을 구성할 때 장관의 승인을 받으라는 지시를 내놨다.

문 대통령이 윤 총장을 파격적으로 임명할 때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인연에서 악연으로 바뀐 셈이다.


1. 윤석열 응원한 문 대통령·추 장관

2013년 4월 박근혜정부 당시 국가정보원 여론조작 의혹 사건 특별수사팀장으로 당시 수원지검 여주지청장이었던 윤 총장이 임명됐다. 이명박정부가 2009년부터 2012년 대선까지 국정원 등을 통해 조직적으로 여론조작을 벌여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이다.

2013년 10월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의 특별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 여주지청장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위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당시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왼쪽)[사진=이승환기자]

2013년 10월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의 특별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 여주지청장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위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당시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왼쪽)[사진=이승환기자]


윤 총장을 필두로 수사팀은 국정원을 압수수색하는 등 적극적인 수사를 벌였다. 2013년 10월 조영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윤 총장을 직무에서 배제하는 명령을 내렸다. 국정원 직원에 대한 주거지 압수수색 영장과 체포영장을 보고 없이 청구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시기 윤 총장은 국정감사에서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을 남겨 화제가 됐다.

윤 총장 배제에 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던 문 대통령은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수사에 외압이 행사된다는 것은 대한민국이 정상적인 민주주의 국가로서 작동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검찰 수사에 가해지는 부당한 외압은 중단돼야 하고 진실이 반드시 규명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윤 총장을 옹호했다.

당시 추 장관도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 책임자인 윤석열 팀장을 내쳤다"고 비판했고, 당시 서울대 교수였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SNS에 "윤석열은 헌정문란 범죄에 맞서 국록을 받는 사람이 무얼 해야 하는지 잘 보여준다"고 응원했다.



2. 국정농단 게이트 수사에 "격려와 감사"


2016년 12월 "최순실 게이트" 박영수 특별검사(오른쪽)가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강남에서 파견검사들과의 회동에 앞서 수사팀장을 맡은 윤석열 검사와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016년 12월 "최순실 게이트" 박영수 특별검사(오른쪽)가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강남에서 파견검사들과의 회동에 앞서 수사팀장을 맡은 윤석열 검사와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016년, 이른바 '국정농단 게이트'가 터지면서 출범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윤 총장이 수사팀장으로 지명됐다. 윤 총장은 뇌물죄 관련 대기업 수사 분야를 맡았다. 특검팀의 수사는 박 전 대통령의 탄핵과 문재인정부 출범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대권주자였던 문 대통령은 특검 수사가 종료된 2017년 3월 "왜 검찰이 아니라 특검이어야 하는지 보여준 수사성과였다"며 "많은 국민과 함께 마음에서 우러나온 격려와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고 했다.


3. 적폐청산 수사와 검찰총장 임명

문재인정부 들어 윤 총장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됐다. 당시 윤 총장은 고검장급이 아니었다. 고검장급이었던 서울중앙지검장을 지검장급으로 환원까지 했고, 전직보다 5기수나 낮춘 파격 임명이었다.


서울중앙지검장이 된 윤 총장은 '적폐청산 수사'에 속도를 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일가와 측근에 대한 수사가 이어졌고, 2018년 3월 이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발부를 이끌어냈다. 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수사를 진행해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을 구속했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상대로한 사법농단 수사에도 착수했다.

이 전 대통령 구속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추 장관은 "비리와 부정부패, 헌정유린과 국정농단으로 얼룩진 '적폐정권 9년'이 뒤늦게 막을 내렸다"며 "법과 원칙 위에 더 정의롭고 공정한 대한민국을 위해 앞으로도 적폐청산은 중단없이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7월 25일 오전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준 뒤 환담을 하러 인왕실로 이동하고 있다.[사진=이충우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7월 25일 오전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준 뒤 환담을 하러 인왕실로 이동하고 있다.[사진=이충우기자]


2019년에는 문 대통령이 윤 총장을 검찰총장에 임명했다. 임명식에서 문 대통령은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똑같은 자세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청와대든 정부든 집권 여당이든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정말 엄정한 자세로 임해주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4. 조국 일가 수사


2019년 12월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기소한 31일 오전 서울 대검찰청 앞에 조 전 장관의 모습이 새겨진 현수막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2019년 12월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기소한 31일 오전 서울 대검찰청 앞에 조 전 장관의 모습이 새겨진 현수막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 총장이 검찰총장으로 임명된 지 한 달 만인 2019년 8월 조국 전 장관이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됐다. 조 전 장관 관련 의혹이 야당 등에서 잇따라 나오자 검찰은 조 전 장관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다.

조 전 장관의 인사청문회가 진행되던 날 검찰은 조 전 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를 기소했다. 정 교수는 조 전 장관과 정 교수의 딸이 받은 동양대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동시에 검찰은 조 전 장관 일가의 사모펀드 의혹에 대한 수사도 진행했다. 결국 정 교수는 구속됐다.

문 대통령은 조 전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문 대통령은 임명식에서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며 "저와 함께 권력기관 개혁을 위해 매진했고 성과를 보여준 조국 장관에게 그 마무리를 맡기고자 한다"고 했다.

임명 뒤 조 전 장관은 검찰개혁을 내세워 윤 총장을 압박했다. 법무부는 피의사실공표를 막는다며 검찰이 수사내용을 유포하면 감찰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공보준칙 개정안을 발표했다. 조 전 장관은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의 직접수사 부서를 축소하고 검사 파견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조 전 장관과 검찰의 갈등으로 서울 서초동에서는 조 전 장관을 옹호하는 집회, 광화문에서는 반대 집회가 열리는 등 여론이 양분된 끝에 결국,조 전 장관이 임명 35일 만에 사퇴했다.


5. 법무장관의 인사권 행사

조 전 장관 수사로 시작된 검찰의 수사는 청와대로 향하기 시작했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 재직 당시 의혹으로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감찰을 받았지만 감찰이 돌연 중단됐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시 김기현 울산시장에 대한 경찰 수사를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하명'했다는 의혹도 검찰이 수사하기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조 전 장관 후임으로 5선 의원인 추미애 의원을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추 장관 임명식에서 문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이 검찰 사무의 최종 감독자"라고 강조했다. 추 장관은 "수술칼을 환자에게 여러 번 찔러 병의 원인을 도려내는 것이 명의가 아니라, 정확하게 진단하고 정확한 병의 부위를 제대로 도려내는 것이 명의"라며 검찰의 수사를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윤 총장이 참석한 신년회에서 "권력기관이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을 때까지 개혁을 멈추지 않겠다"고 했다. 윤 총장을 향한 경고 메시지로 해석됐다.

추 장관은 지난 8일 검찰 간부 인사를 했다. 조 전 장관과 청와대 의혹 수사를 지휘하던 윤 총장 측근들이 포함됐다. 인사 과정에서 윤 총장은 '추 장관이 검찰총장의 의견 청취를 요식행위로 한다'고, 추 장관은 '윤 총장이 의견을 청취하러 오라는 장관의 명을 거역했다'며 충돌했다.

10일 검찰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수사와 관련해 청와대 자치발전비서관실 압수수색에 나섰다.

[우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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