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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백두산’ 리준평으로 존재감 재입증…이병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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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H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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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은 화산 폭발에 따른 지진, 무너지는 강남역 등 볼거리가 가득한 영화다. 그러나 화려한 컴퓨터그래픽을 압도하는 배우가 있다. 북한 이중첩자 ‘리준평’, 이병헌(49)이다. 전작 <그것만이 내 세상>(2018)에서 다소 친근한 생활 연기를 보여줬던 그는 <백두산>에서 다시 한 번 카리스마를 선보이며 존재감을 입증했다.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이병헌을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 일답.

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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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후반작업이 길어져 시사회가 늦었다. 본 소감은.

“보통 시사회 전에 영화를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 <백두산>은 반 이상이 CG(컴퓨터그래픽)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게 커, 시사회 전까지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스케일에 매우 놀랐다. 촬영하며 대충 이럴 것이라 상상하긴 했지만, 그림(CG)이 입혀진 것과 아닌 게 차이가 크다는 걸 새삼 느꼈다. 강남역 빌딩이 무너지고, 지진 나는 초반, 굉장히 힘있게 시작해서 좋았다.”

-어떻게 출연을 결심하게 됐나.

“보통 재난영화는 전혀 관련 없는 개개인의 삶의 모습이 보여지고, 재난이 시작되면 재난에서 그들이 어떻게 살아남냐를 보여준다. 그런데 이 영화는 재난영화 형식을 갖고 있지만 ‘버디 무비’의 재미가 가득한 영화라 생각했다. 그 점이 매우 매력적이었다.”

-리준평의 등장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감독님들하고 이야기를 많이 했다. 리준평이 처음 등장하는 장면에서 임팩트(강한 인상)를 주기를 원했다. (한국에서 온) EOD(폭발물처리반) 대원들이 뒤로 물러날 정도로 놀라는 것이 고스란히 전해지게 하려고 했다. 목포 사투리. 러시아어를 쓰며 종잡을 수 없는 느낌을 주려 했다. 웃긴 것 같기도 하고 무서운 것 같기도 한 알 수 없는 사람의 모습으로, 상대방에게 ‘저 사람 뭐지’할 수 있게 현혹시키는 게 리준평의 목표다.”

-전라도 사투리를 쓴다. 시나리오에 원래 전라도 사투리였나.

“시나리오에 전라도 사투리로 돼 있었다. 관객이 등장부터 <내부자들>(2015)의 안상구를 떠올릴 것 같아 걱정했다. 어느 정도 걱정됐지만 인물이 처한 상황과 캐릭터 모습이 달라 시나리오대로 했다. 굳이 변명하자면 <내부자들>은 광주 사투리고, 이번에는 목포 사투리였다.”


-차이를 잘 모르겠다.

“사투리 선생님께서 열심히 설명해주셨는데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웃음).”

BH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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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변 보는 장면은 <공동경비구역 JSA>(2000)를 떠올리게 했다.


“촬영하며 그것까지는 생각 못했다. <공동경비구역 JSA> 때는 정말 건강하고 평범한 남한 병사였지만, 이번에는 북한의 이중첩자다. <공동경비구역 JSA>에서도 적과의 동침처럼 남북의 병사가 만나고, 이번 영화도 남쪽 군인과 북쪽 이중첩자가 함께 뭔가 해나가는 점에서 매우 비슷한 컨셉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 번은 남한 병사였다 한 번은 북한 이중첩자 될 수 있는 게 배우라는 직업이 가진 다양성과 재미라 생각한다.”

-전도연 배우와 짧지만 굵은 연기를 선보인다.

“같이 연기한 건 오랜만이었죠. 그래도 이전에 작품을 2~3개 해봐 익숙한 상대 배우여서 리허설을 따로 여러 번하고 호흡 맞추는 건 필요없었다. 매우 어렵고 중요한 장면이었지만 순조롭게 촬영됐다.”

-아버지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촬영장에서 정말 정말 좋았다. 순옥으로 나온 아역 친구(김시아)가 연기를 정말 잘해서 깜짝 놀랐다. 대사라도 있으면 자기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데, 어떻게 눈빛으로만 자신의 감정을 센스 있게 다 이해하고 표현해낼까 싶었다. 천재적인 배우라고 생각했다. 촬영 끝나고 (김시아) 어머니에게 가서 ‘정말 훌륭한 배우가 될 것 같다’고 얘기했다. 그런데 (상영본에서 편집이 많이 돼) 그 친구는 보면서 실망했을 수도 있다.”

-CG가 좋아 어디까지 실제 세트고, 어디가 CG인지 구분하기 힘들었다.

“저도 영화 보면서 저런 게 그 때 있었나 싶었다. 백두산을 영화에서 처음 봤다(웃음). 실제로는 허허벌판에서 찍었다. CG가 많은 영화여서 저도 볼 때 더 관객의 입장에서 본 것 같다. 드라마가 중심이 되는 영화는 내가 한 연기나 대사·감정, 그당시 어떻게 했는지를 기억하고 봐서 온전히 관객으로 보기 힘들다. 이번 영화는 제 뒤에 배경이 상상하지 못했던 게 나오니까 관객의 입장에서 즐기면서 봤다.”

-공동연출이었다. 감독 2명과 작업해보니 어땠나.

“두 분이 워낙 조용하고 심성이 착하다. 선장이 두 사람이면 의견충돌이 생기지 않을까 했는데 전혀 그런 것도 없었다. 다만 한 사람은 ‘괜찮은데’라고 하고, 다른 한 사람은 ‘그런데요’라고 할 때도 있어 스태프와 배우들이 몇 테이크씩 더 하는 수고는 있었다. 두 사람다 다 만족시켜야 하니까 다른 영화보다 그런 점은 있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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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다.

“이 영화는 재난 장르의 오락영화라고 생각한다. 다른 종류의 영화도 있는 반면 이 영화는 연말에 ‘많은’ 관객에게 보여주기 위한 영화다. 재난 영화의 스케일과 재미와 웃음이 됐건, 신파 눈물이 됐건 충분한 조건이 다양하게 들어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지고 보면 모든 게 다 클리셰라 얘기할 수 있다. 그런 부분만 따졌으면 이 영화에 출연하지 못했겠죠.”

-배우들 사이에서 ‘연기 기계’로 불릴 정도로 잘하는 것으로 평가받는데, 연기에 있어 고민하는 부분이 있나.

“겉으로 보여지고 결과물이 아무리 잘 나와도 고민은 계속되지 않을까 싶다. 다른 사람 인생 잠깐 사는 건데 계속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인생에 정답이 어디있나. 연구하고 깨달아가는 것이다.”

-집중력이 상당한 배우로도 알려져 있다. 비결이 있나.

“발버둥 치는 거죠. 촬영장에서 인물이 계속 어떤 감정인지 발버둥 치는 것이다. 울분이든 분노든 어떤 감정이든 사실 감정 상태를 계속 유지하기 힘들다. 안간힘을 쓰는 거죠. 특히 감정은 이어지는 상황인데 점심이나 저녁을 먹고 다시 촬영하면 감정 상태를 유지하기 힘들다. 그러면 모니터로 식사 전에 찍은 것을 유심히 본다. ‘그래 이 정도 감정이었지’라고 생각을 반복하며 수위를 유지하려고 한다. 그런 방법 밖에 없다.”

-올해는 한국영화 탄생 100주년으로 뜻깊은 해였다. 좋은 성과도 거두고. 한국영화계 대표하는 배우로 소회가 있다면.

“부정적인 측면으로 얘기하시는 분도 많지만 전 여전히 한국영화의 힘을 긍정적으로 본다. <지.아이.조>(2009) 때부터 외국업계 스태프들이 한국영화가 가진 특별함에 대해 얘기해줬다. 자기들에게 익숙한 영화들은 다음 장면 예상되고 결말 다 아는 상태로 보게 되는데, 다음 장면이 예상되지 않는 예측불허가 한국영화의 매력이라고 했다. 여전히 최근에도 미국에 갔을 때 그런 얘기를 들었다. <기생충>(2019)이 엄청나게 한국영화 위상을 살릴 것 같은 느낌을 아주 많이 받았다.”

-국내 활동 중단하고 할리우드에 다시 갈 계획은 없나.

“미래를 단언하고 싶지 않지만,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다. 지금 한국영화가 주는 파급력도 (할리우드에 비해) 만만치 않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영화·드라마는 이젠 전 아시아에서 다 본다. 심지어 북미와 남미에서도 본다. 그런 면에서 한국영화와 할리우드 영화가 많이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한국 작품에 출연하는 게 제가 제일 잘하는 일이다. 외국말로 외국문화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다. 우리말로 우리 문화를 연기하는 게 더 자신 있다.”

-앞으로 어떤 배우로 남고 싶나.

“기대되는 배우로 남는 게 꿈이다. 어떤 배우가 출연한다 할 때 ‘그 작품 재미있겠더라’라고 계속 기대감을 갖게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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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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