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현효제(40·미국명 라미 현) 씨가 펴낸 2020년도 달력에는 두 가지 특별한 점이 눈에 띈다. 사진 속 주인공 모두 제복을 입거나 입었던 인물들이고, 달력 날짜엔 이들과 관련된 사건들이 표기돼있다. 이를테면 8월 달력엔 2014년 북한 목함지뢰 도발 사건 당시 대원들이 모델로 나섰고, 4일엔 ‘DMZ 목함지뢰 매설사건’이 적혀있는 식이다. 천안함 피격 사건(2010년 3월 26일) 생존 장병, 제2연평해전(2002년 6월 29일) 참전 용사들도 각각 3월과 6월 달력 사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현 씨는 “제복 입은 분들을 기억하기 위해 기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우리 사회를 위해 헌신하고 희생한 분들에 대한 감사를 달력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현 씨는 군인들 사이에선 ‘군인 찍는 사진작가’로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가족과 함께할 시간이 없어 가족 앨범 하나를 못 채웠다는 한 주임원사 이야기에 충격을 받고 2013년부터 군인 사진을 전문적으로 촬영해왔다는 그는 2017년부터는 국내는 물론 미국, 영국 등을 돌아다니며 6·25 참전용사를 사진에 담고 있다. 촬영 후 액자로 만들어 당사자들에게 전달하는 과정까지 거친다. 작업명 ‘프로젝트 솔져(Project Soldier)’다.
그동안 그는 약 6200명의 군인 사진을 찍었다. 이중 약 5000명이 현역 군인, 나머지가 참전용사다. 이번 달력은 현재까지의 작업을 토대로 기획됐다. 현 씨는 “내년 6·25 전쟁 70주년, 천안함 피격 10주기를 맞아 더 의미 있는 일을 고민했다”며 “내가 지금껏 사진으로 기록한 기억이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되길 원하는 마음에서 달력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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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현효제 씨의 2020년도 달력 사진. [사진 현효제 씨 제공] |
현 씨는 군인들 사이에선 ‘군인 찍는 사진작가’로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가족과 함께할 시간이 없어 가족 앨범 하나를 못 채웠다는 한 주임원사 이야기에 충격을 받고 2013년부터 군인 사진을 전문적으로 촬영해왔다는 그는 2017년부터는 국내는 물론 미국, 영국 등을 돌아다니며 6·25 참전용사를 사진에 담고 있다. 촬영 후 액자로 만들어 당사자들에게 전달하는 과정까지 거친다. 작업명 ‘프로젝트 솔져(Project Soldier)’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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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현효제 씨의 2020년도 달력 사진. [사진 현효제 씨 제공] |
그동안 그는 약 6200명의 군인 사진을 찍었다. 이중 약 5000명이 현역 군인, 나머지가 참전용사다. 이번 달력은 현재까지의 작업을 토대로 기획됐다. 현 씨는 “내년 6·25 전쟁 70주년, 천안함 피격 10주기를 맞아 더 의미 있는 일을 고민했다”며 “내가 지금껏 사진으로 기록한 기억이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되길 원하는 마음에서 달력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가 기억에 인색해지고 있다는 점도 현 씨가 달력 작업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달력 속 13장의 사진 중 8월 목함지뢰팀의 사진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는 그는 “매년 육군에서 목함지뢰 도발 사건 행사가 열리는데 해가 갈수록 행사가 축소되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서 참전용사를 찾는 게 해외에서보다 어렵다”고도 했다. 참전용사를 기억하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차이가 난다는 의미다.
달력에는 “그들은 ‘우리는 영웅이 아닌, 남을 도울 수 있는 능력이 조금 있었을 뿐’이라고 말하지만, 다음 세대를 위해서라도 우리는 그들을 기억해야 한다”는 문구가 적혀있다. 현 씨는 “건강한 공동체라면 기념할 일 못지 않게 기억해야 할 일 역시 중요하게 여겨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씨는 또 “기억이 주제인 달력인 만큼 날짜 표기에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연평해전, 천안함 피격, 목함지뢰 사건 등 군의 공식 달력에 표기된 날은 물론 천안함 구조 활동 중 순직한 고 한주호 준위 기일(3월 30일)과 같이 기존 달력에서 찾기 힘든 날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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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현효제 씨의 2020년도 달력 사진. [사진 현효제 씨 제공] |
달력에 두 장의 참전용사 사진이 실린 점도 눈에 띈다. 영국 요크 지역에서 만난 영국군 참전용사 9명과 육군 예비사관학교 출신 국군 참전용사 16명이 그 주인공이다. 현 작가는 이 두 장의 사진을 설명하면서 “참전용사를 찍는 건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생존 참전용사들이 점점 줄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영국군 참전용사 사진의 경우 지난 6월에 급히 현지에 가 찍었다”며 “한 교민이 ‘올해가 아니면 이들이 한자리에 모일 일이 없을 수 있다’고 해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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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현효제 씨의 2020년도 달력 사진. [사진 현효제 씨 제공] |
그래서 내년부터는 아예 해외에 머물며 참전용사들을 찾아 사진을 찍는 데 전력을 다하기로 했다. 2년 전만 해도 미국에 36만 명의 참전용사가 있다고 했지만 지금은 16만 명으로 줄었다고 한다. 현 작가는 미국에서 캠핑카를 타고 2020~2021년에는 매달 2개 주를 방문한 뒤 2022~2023년에는 21개 국가를 찾아 4년 간 최소 1만 3000~5000명의 참전용사를 찍는 게 목표다. 현 작가는 이렇게 찍은 사진을 모아 2023년 6·25 전쟁 정전 70주년에 맞춰 대규모 전시를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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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현효제 씨의 2020년도 달력 사진. [사진 현효제 씨 제공] |
현재 달력은 1000부가 제작돼 300부가 선주문에 들어갔다. 달력은 한 부에 1만 7000원으로 수익금 전액은 프로젝트 솔져 작업 중 액자 제작에 사용된다. 현 작가는 “기억해야 할 날들을 추가해 매년 달력을 만들겠다”며 “많은 사람들이 제복의 명예, 자랑스러움에 공감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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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현효제 씨(왼쪽)가 지난 3월 미국 아리조나주에서 참전용사에게 사진을 전달하면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현효제 씨 제공] |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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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현효제 씨(왼쪽)가 지난 3월 미국 아리조나주에서 참전용사에게 사진을 전달하면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현효제 씨 제공]](http://static.news.zumst.com/images/2/2019/12/21/1560d7046fcc45f4a624eca1cd7b98f6.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