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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 연도별 ‘베스트셀러 10’]에세이로 얻은 힐링…‘하라리’가 채워준 지적 호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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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 시작해 ‘여행’으로 마무리한 10년. 2010년대(2010~2019) 베스트셀러 목록을 아주 간단하게 요약하면 이렇다. 2010년 5월 한국에 출간된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는 당시 ‘신드롬급’ 인기를 모으며 그해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10년 뒤인 올해는 소설가 김영하의 에세이 <여행의 이유>가 베스트셀러 맨 위에 이름을 올렸다. 앞과 뒤만 뚝 잘라 보면 평화로운 10년이었던 것 같다. ‘정의’에 대한 시민들 열망이 받아들여졌고, 이제는 여유롭게 ‘여행’을 생각할 만큼 사회가 안정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모두 알다시피 지난 10년간 한국에서 살아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온라인서점 예스24의 연도별 베스트셀러 목록 속에도 그 고단함이 스며 있다.


2011년 한 해 동안 가장 많은 독자들이 찾은 책은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쌤앤파커스)였다. 김 교수는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책을 통해 수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얻었다. 불안한 미래를 안고 외로운 시간을 보내는 청춘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위로’였다. 김 교수의 위로는 이듬해 8월에도 이어졌다. 에세이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오우아) 역시 큰 호응을 얻었고, 2012년 연간 베스트셀러 7위에 올랐다.

독자들이 ‘힐링’과 ‘위로’를 찾으면서 ‘스님 에세이’도 인기를 모았다. 2012년 1월 출간된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쌤앤파커스)은 2012년에 이어 2013년에도 연간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혜민 스님은 2016년 2월 펴낸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수오서재)으로도 그해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고, 올해 내놓은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수오서재) 역시 6위를 기록하는 등 ‘힐링 에세이’ 분야의 ‘절대 강자’로 등극했다.

법륜 스님의 <스님의 주례사>(휴)와 <엄마수업>(휴)도 큰 인기를 모았다. <스님의 주례사>는 2010년 9월 출간됐지만 이듬해 9월 나온 <엄마수업>과 함께 나란히 2012년 베스트셀러 9·10위를 기록했다.

■ 무라카미 VS 히가시노

히가시노 게이고(왼쪽)와 무라카미 하루키(오른쪽).

히가시노 게이고(왼쪽)와 무라카미 하루키(오른쪽).


한국인들이 사랑하는 외국 작가 명단을 작성하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이름이 빠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한 명 더 꼽자면 히가시노 게이고가 들어갈 듯하다. 하루키가 신작을 낼 때마다 한국에서는 출판사들 간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다. 과열 경쟁이 하루키의 몸값만 올려준다는 비판이 나왔지만 그의 소설은 한국 시장에서 ‘불패’라 해도 모자람이 없을 만큼 많이 팔렸다. 하루키가 2009년 8월~2010년 7월에 걸쳐 내놓은 소설 <1Q84> 1~3권(문학동네)은 모두 2010년 베스트셀러 10위 안에 들었다. 가장 늦게 나온 3권이 2위를 차지했고 1권이 5위, 2권이 6위였다. 2014년 8월 출간된 <여자없는 남자들>(문학동네)이 ‘상대적으로’ 부진(2014년 13위)했지만 2013년 7월 나온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민음사·5위), 2017년 7월 번역 출간된 <기사단장 죽이기>(문학동네·1권 6위, 2권 8위)는 모두 그해 베스트셀러 10위 안에 들었다.

하루키가 ‘강렬한 임팩트’를 자랑한다면 히가시노 게이고는 ‘꾸준함’이 강점이다. 대표작인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현대문학)은 2012년 12월 출간 이후 6년 연속 베스트셀러 15위 안에 들었고, 올해에도 69위를 기록했다. 2015년(8위)과 2016년(10위), 지난해(8위)에는 열 손가락 안에 꼽힐 만큼 많이 팔렸다. 지난해 7월 ‘100만부 돌파 기념 특별판’를 내기도 했다. 히가시노는 ‘다작’으로도 유명한데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외에도 많은 작품을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렸다. 2016년에는 <라플라스의 마녀>(현대문학)가 26위, 2017년 <기린의 날개>(재인) 42위, 지난해에는 <연애의 행방>(소미미디어)이 44위를 차지했고, 올해에도 <인어가 잠든 집>(재인)을 74위에 올렸다.


■ 100만부…1등은 못한 ‘김지영’

조남주의 소설 <82년생 김지영>(민음사)은 지금까지 100만부 이상이 팔린 ‘밀리언셀러’다. 올해 영화로도 만들어졌고 흥행에도 성공했다. 일본과 중국에도 번역이 됐을 만큼 큰 인기를 모았다. 그러나 정작 ‘연간 베스트셀러’에서는 1위를 차지하지 못했다. <82년생 김지영>은 2016년 10월 출간됐다. 출간하자마자 주목을 받았고, 2017년 말까지 50만부가 팔렸지만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지 못했다.


그해 1위는 <언어의 온도>(말글터)가 차지했다. 이기주의 잔잔한 에세이 <언어의 온도>는 지난 8월 ‘150만부 기념 에디션’이 나올 정도로 폭넓은 호응을 받았다. <82년생 김지영>은 지난해에도 인기를 이어가며 <언어의 온도>를 넘어섰지만 역시나 연간 집계에서는 4위에 그쳤다. 그 위로는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알에이치코리아)와 유시민의 <역사의 역사>(돌베개), <모든 순간이 너였다>(위즈덤하우스)가 자리했다.

1위에 오른 적은 없지만 <82년생 김지영>은 올해에도 영화의 흥행 등을 발판으로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켰다. 출간된 지 3년이 넘었지만 꾸준히 팔리고 있다. 올해 순위도 17위로 만만치 않다. <언어의 온도>도 이제는 스테디셀러라 부를 만하다. 지난해 5위를 차지했고, 올해에도 39위로 만만치 않은 저력을 자랑했다.

인문서 중 ‘스테디셀러’로는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김영사)와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문학사상)가 꼽힌다. 2015년 11월 출간된 <사피엔스>는 2016년 8위로 ‘베스트 10’에 꼽혔고, 2017년(21위)과 2018년(18위), 올해(19위)에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총, 균, 쇠>는 무려 14년 전인 2005년 12월 국내에 출간됐다. 2014년 7위로 정점을 찍은 뒤 4년간 ‘100위권 밖’으로 사라졌지만, 올해 다시 나타나는 저력을 보였다. <사피엔스>와 <총, 균, 쇠>는 이제 인류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 됐다.


■ 미국 주간지 타임이 베스트셀러에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아시아판에 한국 유명인사를 표지로 내세운 덕분에 베스트셀러 목록에 진입하기도 했다. 2017년 5월15일 발행된 아시아판은 나오자마자 품절을 기록할 정도로 날개돋친 듯이 팔렸고, 그해 베스트셀러 순위 ‘4위’에 올랐다. 당시 표지모델은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타임은 지난해 10월22일 낸 아시아판으로 다시 한번 주목을 받았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K팝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표지를 장식한 덕에 외국도서, 그리고 주간지라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연간 베스트셀러 23위를 차지했다.

최근 출간된 <오늘도 펭수 내일도 펭수>의 순위가 과연 어디까지 올라갈지도 관심거리다. EBS 캐릭터 ‘펭수’가 등장하는 에세이 다이어리 <오늘도 펭수, 내일도 펭수>는 정식 발매 전 예약판매부터 큰 인기를 모았다. 지난달 28일 예약판매가 시작되자마자 하루 동안 3만부 이상이 팔려나갔다.

홍진수 기자 soo4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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