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고래 몸집은 지금도 커지는 중
미국 스탠퍼드대의 제러미 골드보겐 교수 연구진은 지난 13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고래의 몸집은 종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간단히 말해 소형 갑각류인 크릴을 먹는 수염고래는 지금보다 몸집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고 대왕오징어를 사냥하는 이빨고래는 몸집이 이미 한계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10년에 걸쳐 몸무게 50㎏의 쇠돌고래에서 150t의 대왕고래에 이르기까지 13종 100마리의 고래에 각종 센서를 달고 1만 번의 잠수 기록을 추적 조사했다. 이를 통해 먹이에서 얻는 에너지와 먹이를 찾는 데 들어가는 에너지의 수지를 계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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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하경 |
과학자들은 바다에서 몸집이 크면 장거리 이동에 용이하고 허파에 산소를 많이 저장해 바닷속에서 오랫동안 먹이를 잡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실제로 고래는 모두 몸집이 커지면서 에너지 효율도 높아졌다. 하지만 사냥하는 이빨고래류는 대왕오징어 같은 먹이가 부족해 몸집이 커지는 데 한계가 있었다. 즉 몸집이 어느 한계 이상 커지면 사냥으로 얻은 에너지보다 큰 몸집을 쓰는 데 들어가는 에너지가 더 많아진다는 말이다.
수염고래는 그런 한계가 없었다. 대왕고래나 혹등고래는 커다란 입으로 바닷물을 빨아들이고 입에 있는 수염으로 크릴을 걸러 먹는다. 골드보겐 교수는 "크릴은 고래가 먹는 것보다 훨씬 양이 많다는 점에서 수백만 년 지나면 수염고래가 더 크게 진화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북극고래 나이는 미국보다 25년 많아
골드보겐 교수는 고래에 부착한 센서로 심장박동의 비밀도 밝혀냈다. 지난달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린 논문에서 연구진은 대왕고래의 심장이 물속에서 1분에 단 2회만 뛴다고 발표했다. 반면 수면 위로 올라오면 심장 박동은 분당 25~37회로 급증했다. 대왕고래는 수면 위로 올라와 쉴 때 심장이 빠르게 뛰고 물속에서 먹이를 찾는 일을 할 때 느리게 뛰는 셈이다. 연구진은 대왕고래의 특이한 심장박동은 짧은 호흡 동안 조직에 산소를 빨리 공급하기 위해 진화했다고 설명했다.
고래는 수명도 길다. 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 연구진은 지난 12일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고래의 장수 비결을 발표했다.
연구진은 척추동물 252종의 유전자를 분석해 이 중 수명과 관련된 유전자 42개를 발견했다. 이를 바탕으로 동물의 수명시계를 만들었더니 북극고래의 수명은 기존 예상보다 57년 더 긴 268년 동안 살 것으로 예측됐다. 향고래는 92년, 혹등고래는 93년으로 예측됐다. 미국 독립선언서가 나온 지 243년이 지났으니 북극고래는 미국보다 25년은 더 나이가 많은 셈이다.
◇고래 한 마리 경제적 가치는 23억원
고래는 몸집이나 수명만큼 경제적 가치도 통이 크다. 국제통화기금(IMF) 산하 생산력개발연구소의 랠프 채미 부소장 연구진은 지난 9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고래가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회수해 엄청난 경제적 효과를 낸다고 발표했다.
먼저 고래는 생전 엄청난 양의 탄소를 저장하고 있다가 죽으면서 바다 밑으로 가라앉는다. 연구진은 이런 식으로 고래 한 마리가 평균 33t의 이산화탄소를 바다 밑바닥에 격리한다고 추정했다. 고래 배설물은 바다의 비료가 된다. 2010년 연구에서 남극해의 향고래 1만2000마리가 배설물로 식물성 플랑크톤의 성장을 촉진해 매년 대기 중에서 20만t의 탄소를 바닷속으로 격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모두 감안하면 고래 한 마리의 경제적 가치가 약 200만달러(약 23억원)에 이르며, 전 세계적으로는 1조달러(약 1166조원)가 된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yw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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