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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첩보대로 수사한 경찰… 법조계 "결론 내리고 짜맞춰"

조선일보 조백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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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선거개입 의혹]
검찰, 이례적 99쪽 불기소 결정문… "김기현 수사 이것이 문제다"

"경찰 혐의 증거 부족, 무죄 뻔한데 기소해야 한다니 납득 못해
나중에 분명히 문제 생길 것 같아 두꺼운 불기소 결정문 남겨"
"수사를 가장한 선거 개입이었다." "나중에 분명히 문제가 생길 것 같아 두꺼운 불기소 결정문을 남긴 것."

지난해 11월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3차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조국(오른쪽) 당시 민정수석과 백원우 당시 민정비서관이 마주 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백 전 비서관은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첩보 문건을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에게 전달한 당사자로 확인됐다.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3차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조국(오른쪽) 당시 민정수석과 백원우 당시 민정비서관이 마주 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백 전 비서관은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첩보 문건을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에게 전달한 당사자로 확인됐다. /연합뉴스


경찰이 작년 6·13 지방선거 직전 야당 후보인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을 대대적으로 수사한 것에 대해 검찰 관계자들은 이렇게 말했다. 울산지검은 올 3월 울산지방경찰청이 수사해 넘긴 김 전 시장의 측근 2명에 대해 모두 무혐의 처분을 하는 불기소 결정문을 냈다. 보통 불기소 결정문은 3~5쪽이다. 그런데 이 결정문은 99쪽이었다. 검찰은 이 결정문을 통해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해 무죄가 선고될 것이 뻔한 이 사건에 관해 무죄가 선고되어도 괜찮으니 기소해야 한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들은 "경찰이 가장 강력한 공권력인 수사를 통해 선거를 앞둔 특정 정치인을 공격하는 것은 범죄에 가까운 수사권 남용이어서 99쪽의 불기소 결정문을 통해 그 문제점을 상세하게 기록해 둔 것"이라고 했다.

이 결정문을 낼 때 검찰은 이미 청와대가 내려 보낸 '김기현 첩보' 문건을 확보하고 있었다. 검찰은 당시 경찰의 '김기현 수사' 주요 내용이 이 문건 내용과 비슷하다는 걸 확인했다고 한다. 경찰 수사가 문건의 내용대로 이뤄진 측면이 크다는 것이다. 그래서 검찰은 처음에 그 첩보 문건 속 내용도 불기소 결정문에 대폭 담았다고 한다. 나중에 문건 내용을 많이 덜어내기는 했지만 여전히 결정문에는 이 문건의 '흔적'이 남아 있다.

이 결정문에 따르면 경찰이 김 전 시장의 비서실장 박모씨 등 측근 2명에게서 확인하려 했던 범죄 혐의는 크게 세 가지다. 이들이 2017년 4월 울산 지역의 한 레미콘 업체가 울산의 아파트 공사 현장에 10억원어치 물량을 공급할 수 있게 건설사에 압력을 넣었다는 혐의(직권 남용)가 첫째다. 경찰은 또 이들이 그 대가로 그해 6월부터 11월까지 3차례에 걸쳐 레미콘 업체 대표에게서 1인당 34만7000원어치 골프 접대(뇌물)를 받았고, 이 업체 대표는 울산시 다른 고위 공무원에게도 뇌물이 든 흰 봉투를 건네려 했다고도 했다.

그런데 이런 수사 내용이 '김기현 첩보' 문건에도 거의 그대로 적혀 있다는 것이다. 결정문 속 내용만 봐도 골프 접대 시기, 횟수, 금액부터 '흰 봉투에 뇌물이 들어 있었다'는 정황까지 자세히 적혀 있었던 셈이다. 결정문에는 '경찰은 김 전 시장 측근들이 이 업체 사장으로부터 명절 때 굴비 선물을 받을 정도로 친밀하다고 주장한다'는 내용도 나온다. 검찰 내에서 "김 전 시장 주변을 이 잡듯 뒤졌다고 볼 수밖에 없는 내용이 첩보 문건에 많이 담겨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경찰의 '김기현 수사'는 법조계에서도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증거를 기반으로 한 게 아니라 이미 내린 결론에 사건을 짜 맞추려 했다는 것이었다. 한 원로 변호사는 "청와대에서 내려온 첩보 문건대로 사건을 꾸미려다 보니 벌어진 일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검찰 단계에서 경찰의 '김기현 수사' 결과는 다 깨졌다. 검찰은 불기소 결정문을 통해 김 전 시장 측근들이 특정 업체를 밀어줬다는 경찰 수사 내용에 대해 "지역 업체 사용을 권장하는 울산시 조례에 따른 적법한 조치로 보인다"고 했다. 또 이들이 업체 사장에게서 골프 접대를 받았다는 수사 결과에 대해선 "증거가 전혀 없고, 오히려 김 전 시장의 비서실장이 카드로 결제한 내용이 나왔다"고 했다. 검찰은 레미콘 업체 사장이 울산시 고위 공무원에게 뇌물이 든 봉투를 건넸다는 경찰 수사에 대해서도 "경찰은 봉투 속에 뭐가 들었는지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다. 봉투 속에 뭐가 들었는지도 모르면서 뇌물죄를 적용한 것이다.


김 전 시장 동생의 '30억 용역 계약서' 논란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 계약서는 울산의 한 건설사 사장이 특정 사업을 따게 해주면 김 전 시장 동생에게 30억원을 준다는 내용이다.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은 2017년 울산지방경찰청장에 부임한 직후 김 전 시장 수사팀원들을 좌천시켰다. 이들이 이 계약서가 없다고 허위 보고를 했다는 이유였다. 그런데 당시 수사팀은 이 계약서의 존재를 알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에서도 모르는 걸 황 청장이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법조계 인사들은 "황 청장이 어딘가에서 미리 언질을 들었다는 얘기"라고 했다.

[조백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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