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전신탁 누른 재산신탁…신한은행, 또 웃는다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 부동산·주식·채권 등을 금융사에 맡기는 재산신탁 규모가 5년여 만에 금전신탁을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파생결합펀드(DLF) 대책을 내놓고 은행들의 금전신탁 판매에 일부 빗장을 걸 것으로 보이면서 금전-재산신탁 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재산신탁에 가장 많은 공을 들인 신한은행이 신탁시장에서도 우위에 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27일 금융감독원 통계를 보면 지난 9월 말 기준 국내 금융회사의 신탁재산 950조3000억원 가운데 재산신탁은 475조4000억원(50.1%)으로 금전신탁(474조8000억원)보다 6000억원 많았다. 올해 들어 재산신탁이 증가액도 39조3000억원으로 금전신탁보다 2조원 가량 많다.

신탁은 고객이 현금, 주식, 채권, 부동산 등의 자산을 맡기면 은행, 증권사 등 신탁회사가 일정 기간 자산을 운용하고 관리해주는 서비스다.

재산신탁이 금전신탁 규모를 넘어선 건 2014년 6월 말 이후 5년 3개월 만이다.

9월 말 기준 재산신탁 가운데 부동산신탁(278조3000억원)의 비중이 가장 크고 ▷금전채권신탁(192조2000억원) ▷유가증권신탁(4조9000억원)이 뒤를 잇는다.

금전신탁은 특정금전신탁과 불특정금전신탁으로 나뉜다.

특정금전신탁은 고객이 투자 대상을 정하고 신탁사에 돈을 맡기는 방식이다. 통상 정기예금형, 수시입출금식형(MMT), 채권형, 주가연계형(ELT), 파생결합형(DLT) 등이 있다. 반대로 불특정금전신탁은 신탁사가 자유롭게 고객의 자금을 운용하는 것으로, 연금저축신탁이 대표적이다.

금전신탁은 특정금전신탁이 458조4000억원으로 전체 신탁재산의 48.2%를 차지한다. 불특정금전신탁은 16조4000억원 수준이다.

업계선 당분간 부동산 등 재산신탁을 중심으로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본다. 일단 당국이 올해 들어서만 부동산신탁사 3곳에 영업인가를 내주며 시장이 커졌다. 올해 재산신탁 증가액 가운데 약 70%가 부동산신탁의 몫이었다.

반면 금전신탁 시장의 성장세는 미지수다. ‘DLF 사태’가 터지면서 은행들이 해오던 일부 금전신탁 상품 판매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가 내놓은 DLF 후속대책에는 은행의 고난도(고위험) 금융투자상품의 신탁판매도 제한을 두는 내용이 들어갔다. ELT, DLT 등 일부 특정금전신탁 상품 일부가 여기에 포함된다.

올해 9월 말 은행권 특정금전신탁 규모는 185조6000억원으로 전체 운용 신탁재산의 49.2% 수준이다. 은행들 입장에선 주요 수입원인 만큼 당국에 “고위험 사모펀드를 넘어서 신탁까지 제한을 두는 건 과도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n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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