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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마크 |
이건 다 백종원 아저씨 때문이다. 골목상권 지키겠다며 숨은 맛집을 발굴하더니, 스트리트 푸드파이터가 되어 전 세계 맛집 '도장 깨기'를 시전하다니. 게다가 세계 3대 미식으로 꼽히는 터키 이스탄불을 찾아가서 케밥, 쾨프테, 메네멘, 카이막… 야무지게 드시는 것도 모자라, 가공할 입담으로 침샘을 터지게 만드셨다. 빙긋 미소를 지으며 "이거 원래 약 올리는 방송"이라고요? 때마침 출장 기회가 생겼다. 곧바로 이스탄불 직항 항공편에 올랐다.
◆ 카이마크와 메네멘으로 든든한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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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네멘 |
"꼭 무조건 먹어야 하는 거" "터키 와서 이거 안 먹으면 후회" "한국 오면 제일 생각나. 왜냐고? 없으니까". 빨리 드시기나 하시지 백종원 아저씨가 입 아프시도록 설명을 늘어놓으신다. 그러더니 쐐기를 박는다. 뭐라 표현할 방법이 없다면서 '천상의 맛'이라고.
천상의 맛을 내는 과정은 순탄치 않다. 카이막은 소의 젖으로 만드는데 이틀에 걸쳐 한 번은 40도로 달궜다가 식히고, 다시 한 번 90도로 끓여서 건져내면 원유의 4%가량만이 카이막이 된다. 생유 10㎏로 만들 수 있는 카이막이 400g에 불과하다는 얘기. 지방이 풍부한 물소 젖을 더 고급 원유로 친다. 혀에 닿자마자 사르르 녹는데 부드럽고 달콤하다. 정말이지 천국으로 승천한 기분을 선사한다. 여기에 꿀을 더해 터키의 국민 간식인 깨 붙은 빵 시미트나 바게트 비슷한 에크멕과 함께 먹으면 찰떡궁합이다. 든든한 아침은 메네멘이 책임진다. 계란과 양파와 고추, 토마토 등 채소를 듬뿍 넣어 영양도 만점이다. 파스타 양념 같은 걸쭉한 국물을 빵에 찍어 먹어도 좋다.
◆ 고등어 케밥 말고도 먹을 게 너무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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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레치 |
문제다, 문제야. 백종원 아저씨 말대로 터키는 먹을 것이 너무나 많아서 문제다. 한국인에게 고등어 케밥이라고 알려진 발릭 에크멕도 그중 하나다. 생선 빵이란 뜻이다.
한국 음식으로 치면 가시를 잘 바른 고갈비를 바게트에 넣어 우걱우걱 씹어 먹는 느낌이다. 좀 더 자극적인 맛의 샌드위치를 원한다면 양곱창으로 속을 채운 코코레치가 있다. 매콤한 소스가 특유의 비린내를 줄여 의외로 역하지 않다. 곱창이 입안에서 터지는 식감이 예술이다.
발릭 에크멕 폭풍 흡입에 여념이 없는데 주방장이 리액션을 요구하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엄지 척을 올려줬더니 그는 손으로 바다를 가리켰다. 보스포루스 해협과 낚시꾼으로 가득한 갈라타 다리가 보였다.
터키는 흑해와 마르마라해, 그리고 지중해를 접한 나라다. 양고기, 소고기, 닭고기로 만든 케밥과 쾨프테 말고도 해산물 요리도 무궁무진하다. 홍합밥 '미디예 돌마'는 길거리에서 파는 간식인데, 레몬즙을 뿌려 비린내를 잡고 고소함만 남는다. 터키인들은 흑해에서 건진 안초비를 즐긴다. 그들은 함시라고 부르는데 튀겨서도 먹고, 밥과 함께 지지고 볶아서도 먹고, 절여서도 먹는다.
◆ 보스포루스 해협서 눈 호강 입 호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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쾨프테 |
백종원은 터키 왔으면 최소한 세 종류는 먹어보라고 권했다. 강력 추천한 케밥은 이즈켄네르 케밥이다. 터키 서북부 부르사 지역의 이즈켄네르라는 요리사가 19세기 말에 만들어서 유명해졌다. 이즈켄네르는 고기를 불 위에 눕혀서 굽던 방식에서 벗어나 세워서 굽는 회전방식의 기술을 창안한 사람으로 알려졌다. 그 덕분에 잘 타지 않고 기름도 축축하게 고기에 남는 되네르 케밥이 탄생했다. 그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자신의 이름을 딴 케밥을 만들었다. 소고기에 양고기를 조금 섞어 구운 기름기를 잔뜩 배게 했고, 고기를 얇게 썰어 접시에 올려서는 버터기름까지 뿌려 느글느글한 맛을 최고로 높였다. 대신 케밥을 둥글고 납작한 피데빵에 올려 고소한 식감을 더하고 토마토소스로 간을 잡았다. 여기에 요구르트를 묻히면 상큼한 맛까지 더해져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다. 싸서 먹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는 베이티 케밥도 있다. 채소와 케밥을 먹기 좋은 크기로 라바쉬 빵에 돌돌 말아서 내어준다.
쾨프테도 빼놓을 수 없다. 우리 음식 떡갈비와 비슷하고 미트볼의 원조라고도 인정받은 쾨프테는 케밥보다 더 가정적인 요리다.
[터키(이스탄불) = 권오균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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