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바초프, "개혁·개방 정책 추진 후회 없다…소련 붕괴는 보수파 책임"

미하일 고르바초프 옛 소련 대통령이 소련 몰락으로 이어진 '페레스트로이카'(개혁·개방) 정책에 대해 "지금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타스통신이 9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고르바초프(88)는 '베를린 장벽 붕괴' 30주년을 맞아 독일 슈피겔지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페레스트로이카를 시작했을 때 우리는 위험을 무릅쓰고 있음을 알고 있었지만 모든 국가지도부는 변화가 필수적이라는 데 견해를 같이하고 있었다"면서 "페레스트로이카의 주요 부분은 보편적 가치와 핵 군축, 선택의 자유 등을 포함하는 정치적 신사고였다"고 말했다.

미하일 고르바초프 옛 소련 대통령이 '페레스트로이카'(개혁·개방) 정책에 대해 “지금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위터 캡처

그는 이어 "1980년대에 우리는 개혁의 길로 들어섰으며 실수와 착오도 있었다"면서 "우리가 민주주의로의 여정에서 얼마나 전진했는지에 대한 논쟁이 있을 수 있지만, 전제주의 체제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페레스트로이카의 종말과 소련 붕괴의 책임에 대해서는 "1991년 8월에 쿠데타를 일으키고 그 뒤 소련 대통령의 지위 약화를 이용한 자들이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1991년 8월 흑해 연안의 크림반도에서 여름휴가를 즐기던 고르바초프는 페레스트로이카 정책에 반대해 쿠데타를 일으킨 보수파들에 연금당하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보수파의 쿠데타는 비록 '삼일천하'로 막을 내렸지만 고르바초프와 소련 지도부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혔다.

보수파 쿠데타 이후 고르바초프는 공산당의 활동을 정지시키고 보수적 내각을 물갈이하는 동시에 에스토니아·리투아니아·라트비아 등 발트 3국의 독립을 승인하는 개혁 조치들을 취했으나 이미 실추된 권위를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전제주의적 사회주의 체제를 무너뜨린 페레스트로이카 정책을 추진한 고르바초프는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와 이듬해 동서독 통일을 사실상 용인해 서방에서 냉전 해체의 주역으로 높이 평가받는다. 하지만 러시아 국내에서는 옛 소련 붕괴를 초래한 장본인으로 낙인찍혀 정치적 지지나 존경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정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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