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노을 기자
연출자의 작품·연출관은 창작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영화, 드라마, 예능 모두 마찬가지죠. 알아두면 이해와 선택에 도움이 되는 연출자의 작품 세계. 지금부터 ‘디렉토리’가 힌트를 드릴게요. <편집자주>
에드워드 양 감독은 1980년대 가장 중요한 아시아 감독으로 추앙받는다. 허우 샤오시엔과 더불어 대만 뉴웨이브 거장으로 불리는 그는 1947년 중국 상하이에서 태어나 2년 뒤 가족이 대만으로 이주, 타이베이에서 자랐다. 이후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학에 진학하여 컴퓨터 공학 석사과정을 밟았으며 LA와 타이베이, 홍콩, 도쿄를 오가는 삶을 살았다.
연출자의 작품·연출관은 창작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영화, 드라마, 예능 모두 마찬가지죠. 알아두면 이해와 선택에 도움이 되는 연출자의 작품 세계. 지금부터 ‘디렉토리’가 힌트를 드릴게요. <편집자주>
에드워드 양 감독은 1980년대 가장 중요한 아시아 감독으로 추앙받는다. 허우 샤오시엔과 더불어 대만 뉴웨이브 거장으로 불리는 그는 1947년 중국 상하이에서 태어나 2년 뒤 가족이 대만으로 이주, 타이베이에서 자랐다. 이후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학에 진학하여 컴퓨터 공학 석사과정을 밟았으며 LA와 타이베이, 홍콩, 도쿄를 오가는 삶을 살았다.
성장기를 보낸 타이베이는 에드워드 양 감독에게 아주 중요한 공간이다. 그는 당대 대만사회의 격렬한 변화를 예리하게 짚어내고, 그 공간과 시간을 살아가는 대만인들의 생활을 영화에 옮기는 통찰력을 지녔다. 격정적인 서사에도 불구하고 한없이 절제된 영화는 쓸쓸한 기운을 풍기며, 인간의 다층적인 감정을 절묘하게 묘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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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양 감독 사진=ⓒAFPBBNews=News1 |
◇ 타이베이 3부작의 끝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1991), 감독의 유작이 된 ‘하나 그리고 둘’(2000)
에드워드 양 감독이 1991년 연출한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은 타이베이 3부작의 마지막 영화로 지난 2017년 11월에서야 국내 관객들과 만났다. 타이베이 3부작은 ‘타이페이 스토리’(1985), ‘공포분자’(1986),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이다.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은 대만 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미성년 피의자 관련 실화를 소재로 한다. 237분에 달하는 러닝타임 동안 1960년대 대만을 살아가는 한 소년의 살인사건을 통해 억압된 시대상 속 방황하는 군상을 통찰한다. 안타깝게도 그 군상의 모습은 밝음보다 어둠과 맞닿은 부분이 더욱 크기에 희망보다 비극에 가깝다.
역사와 개인은 별개로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역사가 비극이면 개인도 비극으로 치닫는 순간을 수없이 목도했듯 에드워드 양 감독의 시선도 그와 비슷하다. 사회의 모순을 비판적 시선으로 견지하고 문제의식을 잃지 않으면서도 상당히 쓸쓸해서, 결국 먹먹하다. 더불어 윗세대와 후손의 전통적인 서사도 영화의 전체 전개를 촘촘히 만드는 데 일조한다. 상실감으로 대변되는 대만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그리 밝지 않아 보이는 미래까지. 부패한 사회 시스템은 역사와 개인을 송두리째 비극으로 몰아넣는다는 슬픈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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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 포스터 사진=리틀빅픽처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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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하나 그리고 둘’ 포스터 사진=리틀빅픽처스 |
‘하나 그리고 둘’은 에드워드 양 감독의 유작이 됐다. 2000년도에 이 영화를 세상에 내놓은 그는 이후 대만 영화계와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거리를 뒀고, 2007년 미국 베버리 힐스의 자택에서 대장암으로 별세했다. 향년 59세.
아빠 NJ로부터 카메라를 선물받은 8살 소년 양양은 정작 본인들은 보지 못하는 그들의 뒷모습을 찍는다. 양양의 사진 속에는 사업이 위기에 빠진 시기에 30년 전 첫사랑을 다시 만나게 된 아빠 NJ, 외할머니가 사고로 쓰러진 뒤 슬픔에 빠져 집을 떠나있게 된 엄마 민민, 외할머니의 사고가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누나 팅팅 그리고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담겼다.
양양의 집에는 다양한 구성원이 존재한다. 구성원이 다양하다는 것은 저마다의 시대를 겪어온 이들의 총체라는 뜻이고, 가족은 결국 또 하나의 작은 세상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여러 인생이 겹쳐진 한 가족을 미세하게 들여다보며 짙은 여운을 남기는 ‘하나 그리고 둘’은 당시 칸 영화제 감독상, 전미비평가협회 최우수 작품상, BBC, 뉴욕타임즈 선정 21세기 최고의 영화로 꼽히는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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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양 감독, 허우 샤오시엔 감독 사진=ⓒAFPBBNews=News1 |
◇ 대만 뉴웨이브를 이끈 두 거장 에드워드 양 그리고 허우 샤오시엔
대만 뉴웨이브는 1980년대 초 해외유학파 에드워드 양 감독과 대만 국내파 허우 샤오시엔 감독 등이 합심해 일으킨 영화계 새 바람이다. 지금까지도 대만 뉴웨이브 시대에 만들어진 다수 영화는 미국 등 해외 각국에서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두 사람이 서로를 지지하고 영화적 동지가 된 데에는 에드워드 양 감독의 1983년 작 ‘해탄적일천’이 크게 작용했고, 이후 감독과 배우로 호흡한 ‘타이페이 스토리’로 더욱 돈독한 우애를 다지게 된다. 허우 샤오시엔이 에드워드 양과 대만 배우 겸 가수 차이친의 결혼에 크게 일조했다는 건 유명한 사실이다.
다만 두 감독이 뜻을 모아 만든 수작 ‘타이페이 스토리’는 타이베이에서 상영 나흘 만에 상영이 종료, 흥행에서 참패했다. 흥행뿐만 아니라 대만 금마장영화제에서도 별다른 성적을 거두지 못했고, 이는 결과적으로 대만 뉴웨이브를 반대하는 대만영화계 기득권의 표적이 되는 고초를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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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타이페이 스토리’ 포스터 사진=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
◇ 차가운 도시 이야기 ‘타이페이 스토리’(1985)
에드워드 양 감독의 ‘타이페이 스토리’가 34년 만에 국내 최초로 개봉한다.
지난 7일 국내 개봉한 ‘타이페이 스토리’는 허우 샤오시엔 감독이 배우로 나섰다. 흘러가는 과거 아룽(허우 샤오시엔 분)과 새로운 시대의 흐름에 올라 탄 수첸(차이친 분)의 관계를 통해 급격한 도시화의 폐해와 물질만능주의의 이면을 조명한다.
1980년대 대만은 과거와 현재, 미래가 겹치던 시기로, 아룽과 수첸도 마찬가지로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낸다. 대만의 도시화 과정은 너무도 급격했고 당대 사람들은 마치 거대한 파도에 휩쓸리듯이 변화에 치여야 했다. 그리고 고독이 필연적으로 뒤따랐다.
과거, 현재, 미래의 충돌은 균열을 만든다. 급속한 경제발전은 누군가의 도태를 불러왔고 물질만능주의 사회는 인간성을 몰살했다. 비록 기계는 아니지만 어느 순간부터 기계만도 못한 존재처럼 비춰지고야 마는 ‘타이페이 스토리’ 속 현대인의 비애는 34년이 흐른 지금 봐도 먹먹하다.
허우 샤오시엔 감독이 필름 파운데이션과 디지털 복원 작업에 참여해 더욱 뜻깊은 ‘타이페이 스토리’다. sunset@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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