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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썬'에 추락한 강남경찰서 이미지…'물 한잔'이 살릴까

연합뉴스 권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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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부터 민원인에게 물 한잔 건네는 캠페인…사건 피해자 등 평정심 유도 효과
민원인에게 물 건네는 경찰관[강남경찰서 제공]

민원인에게 물 건네는 경찰관
[강남경찰서 제공]



(서울=연합뉴스) 권선미 기자 = 지난 8월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유흥주점에서 발생한 특수폭행 사건 피해자가 서울 강남경찰서 역삼지구대에서 불안에 떨고 있었다.

진술조차 제대로 못 하던 피해자에게 한 경찰관이 따뜻한 물 한 잔을 건넸다. 안정을 찾은 피해자는 진술을 마친 뒤 "불안하고 무서웠는데 따뜻하게 대해줘 감사하다"며 집으로 돌아갔다.

같은 달 23일 오전에는 망치를 들고 강남서를 찾은 한 40대 남성이 자신의 차량에 불법주차 스티커를 붙인 파출소 직원을 당장 불러오라며 소리를 질렀다. "침착하라"며 경찰관들이 말리자 "내가 침착하게 생겼어?"라며 망치를 휘두르고 고함을 쳤다.

이때 한 경찰관이 시원한 물 한 잔을 건넸다. 남성은 몇 차례 거절하다가 "고맙습니다"라며 물을 마셨다. 이성을 되찾은 그는 "민폐를 끼쳐서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집으로 돌아갔다.

강남서는 클럽 '버닝썬' 사태 이후 경찰 비리 의혹 등 논란의 중심에서 내내 입길에 올랐다. 지난해 12월 서울지방경찰청의 민원인 만족도 조사에서는 서울 시내 31개 경찰서 중 최하위였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저조한 점수를 받았다.

그랬던 강남서가 최근 '물 한 잔' 캠페인으로 민원인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 8월 시작한 이 캠페인은 강남서와 예하 지구대·파출소를 찾는 모든 민원인에게 물 한 잔을 대접하는 소소한 서비스다. 캠페인 시작에 앞서 한의사 도움을 구해 실제로 물 한 잔이 민원인에게 어떤 심리적 효과를 줄 수 있는지 '임상 검증'도 거쳤다.


이후 강남서에서는 길 잃은 치매노인, 사건 피해자, 쌍방 시비로 경찰서를 찾아온 민원인 등에게 직원들이 물 한 잔을 건네는 모습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흥분한 민원인에게는 찬물을, 피해자 등 불안감을 호소하는 이에게는 따뜻한 물을 건네 평정심이 생기도록 유도한다.

민원인에게 물 건네는 경찰관[강남경찰서 제공]

민원인에게 물 건네는 경찰관
[강남경찰서 제공]



민원인 만족도에 뚜렷한 변화가 보일 만큼 효과는 의외로 크다고 한다.

한 강남서 관계자는 5일 "민원인실에서 대기하는 분들에게 물을 드리면 '요즘 경찰이 이렇게 친절해졌냐'는 말을 많이 하다. 물 한 잔 대접했을 뿐인데 '감동받았다'는 분들도 있어 놀랐다"며 "교통 분야에서는 캠페인 한 달 만에 민원인 10명 중 9명 이상이 높은 만족도를 나타냈다"고 말했다.


강남서 홈페이지 '칭찬합시다' 게시판에도 "두려운 마음으로 경찰서에 출석했는데 정말 친절하게 물 한 잔을 주고 제가 진술하는 내용에 대해 많이 들어 줬다"며 "물 한 잔 대접에 큰 감동을 받아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글이 올라왔다.

효과가 나타나자 직원들 사이에도 캠페인이 확산했다. 한 파출소 관계자는 "딱딱하고 경직된 분위기에서 먼저 물 한 잔을 건네는 일이 유기적인 업무 협조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했다.

fortuna@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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