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맑음 / -3.9 °
경향신문 언론사 이미지

“그립 센 임종헌에 끌려다녔다” 법원행정처 실장의 증언

경향신문
원문보기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님은 굉장히 그립(쥐는 것)이 센 분이셔서 당신은 ‘논의했다’, ‘협의했다’고 이야기하시지만 (저는) 임 차장님의 카리스마에 좀 끌려다니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 항상 있었습니다.”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 심리로 열린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심준보 판사(53)가 말했다. 심 판사는 양 전 대법원장 재임 때인 2016~2017년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장으로 일했다.

심 판사는 당시 법원행정처가 통합진보당 행정소송을 심리하는 재판부에 법원행정처 의견을 전달하고 재판장 심증을 확인하는 등 ‘재판 개입’을 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자신이 참여한 ‘실장회의’에서 이러한 의사결정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법원행정처의 중요 결정은 내부 규정상의 결재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고 실장회의에서 하는 게 아니다. (모든 것을) 반드시 실장회의에서 논의했다는 말은 잘못된 것”이라는 게 심 판사 말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캐릭터. 박순찬 화백.

양승태 전 대법원장 캐릭터. 박순찬 화백.


그러면서 심 판사는 임 전 차장이 분위기를 주도했다고 했다. 심 판사도 법관 경력 25년의 고등법원 부장판사이지만, 임 전 차장이 사법연수원 기수가 자신보다 네 기수, 서울대 법대 학번으로는 7년 위라서 “어려운 선배”였다는 것이다.

임 전 차장이 법원행정처의 재판 개입, 국제인권법연구회 탄압과 관련해 뜻대로 되지 않자 격한 반응을 보였다는 증언을 심 판사는 했다. 김광태 광주지방법원장이 통진당 행정소송을 심리하던 재판부에 법원행정처의 참고자료를 전달할 수 없다고 하자 임 전 차장이 화를 냈다고 했다. 심 판사는 “임 차장이 ‘그 양반 항상 그런 식’이라고 역정을 냈다”며 “화를 크게 낸 것은 아니고 좀 짜증을 냈다”고 했다. 심 판사는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그 재판장(박길성 판사)은 제가 잘 아는 사람’이라고 말했던 장면이 기억이 난다”고 덧붙였다.

사법개혁을 주제로 한 국제인권법연구회 학술대회를 앞둔 2017년 1월 분위기와 관련해서는 심 판사는 “(임종헌) 차장이 ‘이제 이거 뭐 말려도 듣지도 않고!’라며 화를 슬쩍 내시더니, ‘이 문제는 이제 더 손대지 맙시다!’라고 약간 역정을 내면서 이야기했던 기억이 있다”고 했다.


2016년 ‘정운호 게이트’가 터진 뒤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 심의관이었던 최누림 판사가 검찰 수사의 문제점을 담은 문건을 작성한 데는 자신이 관여하지 않았다고 심 판사는 주장했다. 문건 작성의 기초가 된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사건 기록을 최 판사가 대법원 재판연구관 사무실에서 볼 수 있도록 직접 조치해준 게 심 판사다.

그러나 심 판사는 문건 작성은 “지시한 적 없다”고 했다. ‘격무에 시달리던 최 판사가 시키지도 않은 일을 스스로 했다는 것인가’라는 검사 질문에는 심 판사는 “최 판사가 ‘별종’이라는 점을 알고 본다면 그렇게 이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문건이 검찰 수사를 저지할 목적으로 작성됐다고 본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앞서 심 판사가 법원행정처 실장회의에 참여하면서 사법농단에 관여했다며 징계 청구했지만 지난해 12월 법관징계위원회는 ‘무혐의’ 판단을 내렸다. 솜방망이 징계라는 비판이 나왔다.


양 전 대법원장과 고 전 처장은 사법농단 주요 행위들을 임 전 차장이 주도했고, 자신들은 구체적인 내용을 모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증언이 끝나고 법정에서 퇴장한 심 판사는 박남천 재판장이 휴정을 선언하자 다시 법정에 들어왔다. 양 전 대법원장과 고 전 처장이 앉아있던 피고인석으로 다가간 심 판사는 고개숙여 인사하고 대화를 나눈 뒤 다시 법정을 나갔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최신 뉴스두고 두고 읽는 뉴스인기 무료만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광양 산불 국가소방동원령
    광양 산불 국가소방동원령
  2. 2트럼프 유럽 방향
    트럼프 유럽 방향
  3. 3부산 기장 공장 화재
    부산 기장 공장 화재
  4. 4임라라 손민수 슈돌
    임라라 손민수 슈돌
  5. 5류지현호 야구 대표팀
    류지현호 야구 대표팀

경향신문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당신만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