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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주의 사물극장] [118] 존 레넌과 '가죽점퍼, 검은 진, 검은 선글라스'

조선일보 장석주 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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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출신 4인조 보이밴드 '비틀스'의 등장은 전 세계에 신드롬을 일으켰다. 비틀스는 팝 음악을 넘어 한 세대가 공유한 철학, 이데올로기, 이슈였다. 청년 존 레넌(1940~1980)은 "우리의 모든 노래는 전쟁을 반대한다"고 선언했다. 비틀스를 추억으로 소환할 수 있는 1960년대를 지나온 세대에겐 축복이고 영화(榮華)였으리라.

몽상가이자 아티스트, 히피와 청년 문화를 이끈 반전 사상가 레넌에게서 비틀스가 시작되었다. 레넌은 영국 리버풀에서 나고 자랐다. 일찍이 이혼한 양친을 떠나 이모의 슬하로 들어갔다. 학교에선 반항아, 사회에선 비행소년으로 낙인찍혔지만 오스카 와일드의 책과 딜런 토머스의 시집에 심취한 소년이었다.


미국 로큰롤에 빠진 10대 소년 레넌은 가죽점퍼와 검은 진을 입고, 검은 선글라스를 즐겨 꼈다. 1957년 대학입학자격시험에서 낙방했다. 미술 특기생으로 리버풀 미술대학에 입학하고 재혼 가정을 이룬 친모와 종종 만났다. 어쿠스틱 기타를 사준 것도 친모였다. 친모가 음주 운전 차에 치여 숨지며 그의 평화로운 시절도 끝났다.

1958년 폴 매카트니와 밴드를 만들었다. '레인보스' '문샤인스' 같은 이름을 거쳐 딱정벌레라는 뜻의 '비틀스'로 활동했다. 함부르크의 선원과 노동자가 북적이는 클럽을 전전하며 연주했다. 섹스, 마약, 로큰롤에 취한 채 평일엔 네 시간, 주말엔 여섯 시간씩 클럽 무대에 섰다.

존 레넌,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 링고 스타가 비틀스로 활동한 것은 10년을 넘지 않는다. 1970년 비틀스가 해체되고, 마지막 앨범 '렛잇비'가 나왔다. 1980년 12월 8일 밤 뉴욕의 자택 앞에서 레넌이 마크 채프먼이란 청년의 총에 맞아 절명했다. 비틀스의 시대가 끝나고, 농담 같은 세기말이 저 멀리에서 다가오고 있었다.

[장석주 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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