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뭍으로 변했던 삼학도, 섬 모습 되찾아 시민의 품으로

중앙일보 이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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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복원공사 막바지
섬으로 되살아난 대·중·소 삼학도의 모습. 목포시가 산책로·자전거도로·간이체육시설 등을 갖춰 공원으로 꾸미고 있다. 사진 아래쪽 내항은 요트마리나로 개발된다. [오종찬 프리랜서]

섬으로 되살아난 대·중·소 삼학도의 모습. 목포시가 산책로·자전거도로·간이체육시설 등을 갖춰 공원으로 꾸미고 있다. 사진 아래쪽 내항은 요트마리나로 개발된다. [오종찬 프리랜서]


‘사공의 뱃노래 가물거리면/삼학도 파도 깊이 스며 드는데/부두의 새악시 아롱 젖은 옷자락/이별의 눈물이냐 목포의 설움…’. 가수 이난영(1916∼65)이 1935년 발표한 대중가요 ‘목포의 눈물’의 가사다. 이 노래가 큰 인기를 끌면서 전국에 이름난 삼학도(三鶴島)는 애초 목포 앞 바다에 떠 있던 3개 섬이었다. 멀리서 보면 크고 작은 학(鶴) 세 마리가 앉아 있는 것처럼 보였다고 해 삼학도라고 불렀다.

개발의 시대였던 1960년대엔 땅 한 평이 아쉬웠다. 세 섬 외곽에 둑을 쌓고 그 안쪽 바다를 메워 100m 이상 떨어진 육지와 연결했다. 매립 토사를 대느라 섬의 산 일부를 깎기도 했다. 삼학도는 더 이상 섬이 아닌 뭍으로 변했다. 그 자리엔 공장·조선소·부두와 골재·원목 야적장 등이 들어섰다. 유달산(해발 228m)과 함께 목포를 상징했던 삼학도가 난개발에 밀려 흉물지대가 된 것이다.

목포시가 이를 뒤늦게 후회하고 삼학도 일대 57만4850㎡를 복원해 공원으로 되살리기로 결정한 건 2000년대 들어서다. 2004년부터 복원 공사에 들어가 박차를 가한 끝에 이제 상당 부분이 시민의 품으로 되돌아왔다. 지난해 말까지 삼학도 복원에 1089억원이 투입됐고 아직도 추가 예산이 필요하다.

중·소 삼학도 사이에 길이 760m, 폭 20~40m, 깊이 2m의 수로를 파 총 길이 2142m의 물길을 만들고 바닷물을 끌어들였다. 대·중·소 삼학도가 과거 각각 바닷물 위에 떠 있는 것처럼 만든 것이다. 원래 낮았지만 토사를 채취하느라 깎기까지 하는 바람에 거의 평지가 된 소삼학도 자리(3600㎡)는 10만㎥의 흙을 쌓아 동산을 만들어 섬 모습을 재현했다. 대삼학도(10만4000㎡)와 중삼학도(4만1000㎡) 또한 절개지들을 흙으로 덮고 나무들을 심었다. 그리하여 섬에서 뭍으로 바뀐 삼학도가 다시 섬으로 돌아오게 된 것이다.

주동식 목포시 부시장은 “매립한 부분을 모두 걷어내는 것은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기 때문에 불가능하지만 섬 모양만이라도 찾아냈다는 점만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주 부시장은 “목포의 애환이 배어 있는 삼학도가 목포의 상징을 넘어 관광명소가 되어 지역발전을 이끄는 한 축이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삼학도 일대에 있던 공장 시설 등은 땅·건물 값은 물론 영업 손실까지 보상해 주면서 다른 곳으로 이전시켰다.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한국제분도 지난해 모두 옮겨갔다. 대삼학도 산기슭에 자리잡은 이 회사의 대형 사일로(높이 37.5m, 지름 9.4m) 14기와 공장(7200㎡)·제품창고(8600㎡) 등이 아름다운 바다 경관을 가리고 있었다. 회사는 목포시의 보상안을 받아들여 2011년 충남 당진으로 옮겼고 사일로 등은 지난해 모두 철거됐다. 지금 한국제분 터에서는 절개지를 녹지로 복원하는 작업이 펼쳐지고 있다.


 2개 조선소와 석탄부두, 해경전용부두도 모두 옮긴다. 석탄부두는 2015년 신항만으로, 해경전용부두는 내년에 북항으로 이전키로 각각 해운항만청과 해경이 결정했다. 이에 따라 목포역에서 삼학도로 들어가는 지선 철도 1.8㎞ 또한 사라진다. 이 철도는 1966년부터 곡물·원목·석탄 등을 수송했으나 한국제분이 이전한 데다 석탄부두마저 출하 통로를 육로로 전환함에 따라 이미 철도로서의 기능이 없어졌다. 윤인영 목포시 원도심사업과장은 “철도 폐선을 활용해 관광용 노면전차나 레일 바이크를 운행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 세 섬을 둘러싼 수로 9곳에는 다리가 놓여 사람들이 섬에 드나들 수 있게 됐다. 섬 둘레에 산책로 4.4㎞를 냈고, 자전거도로와 파크 골프장을 꾸몄다. 대삼학도에는 경기도 파주에 있던 묻혀 있던 가수 이난영의 유해를 모셔와 백일홍 나무 아래에 수목장을 하고 이난영공원이라 이름붙였다. 또 전망대와 간이체육시설 2곳을 설치했다.

 중삼학도 남쪽 1만5600㎡에는 김대중 노벨평화상기념관(건축 연면적 4677㎡, 지상 2층)을 세우고 있다. 외형은 ‘평화의 나래, 세계를 품다’를 주제로 5대양 6대주를 품는 평화의 나래를 형상화했다. 6·15 남북공동선언을 기념해 오는 6월 15일 개관할 예정이다.


 소삼학도 서쪽 7130㎡에는 어린이바다과학관이 지어져 이달 초 문을 열었다.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해양을 직접 경험하고 교감할 수 있는 32개 체험물을 설치하는 등 복합적 과학문화공간으로 조성했다.

 중·소 삼학도 서쪽에는 요트 마리나를 만들었다. 해상 계류시설은 길이 50피트급 요트 32척을 댈 수 있고, 육상 계류장은 25척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클럽하우스와 교육장·주차장 등도 갖췄다. 2019년까지 1000척 수용 규모의 계류시설과 요트학교·장비판매장·숙박시설을 갖춤으로써 경기 평택,부산 해운대와 삼각축을 이루는 요트 마리나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정종득 목포시장은 “요트를 타고 나가면 망망대해 뿐인 다른 지역과 달리 올망졸망한 다도해가 펼쳐지는 목포 앞바다야말로 천혜의 요트 마리나 입지”라고 말했다. ‘삼학도 파도깊이 스며드는데’란 노래 가사와는 달리 다도해의 섬이 천연 방파제 구실을 해 파도가 잔잔한 것도 좋은 입지조건이다. 이밖에 삼학도 공원에는 야외공연장과 음악분수광장·해변광장, 수변산책로 같은 친수공간 등이 들어선다.

유달산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문화관광해설사 이옥희(54)씨는 “예전엔 외지 관광객들이 삼학도가 어디냐고 물으면 난감했었으나 복원사업으로 이젠 3개 섬 윤곽이 드러나고 섬처럼 보여 해설을 하기가 좋다”고 말했다. 이씨는 “삼학도는 유달산·갓바위와 함께 목포의 정서와 가장 잘 대변하는 상징인데 섬으로 되살아난 게 기쁘다”고 덧붙였다.

  이해석 기자

이해석 기자 lhsaa@joongang.co.kr
▶이해석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msn.com/lhs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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