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맑음 / -3.9 °
경향신문 언론사 이미지

“제가 뭐 때문에 거짓말을…” 강제징용 재판 개입 질문에 김앤장 변호사 울컥

경향신문
원문보기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제가 전화를 한 것도 아니고 제가 전화를 받은 겁니다. 그래서 여기까지 나와있는 거예요. 제가 뭐 때문에 거짓말을 해요. 아휴 정말….”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재판장 박남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김앤장 법률사무소 한상호 변호사가 억울한 투로 말했다. 한 변호사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일본 기업들을 도운 인물이다.

이날 법정에선 박 전 처장 측 노영보 변호사가 공격적인 질문을 쏟아내면서 한 변호사와 설전을 벌였다. 한 변호사는 2015년 5월 임 전 차장에게 강제징용 사건의 ‘전원합의체 회부’에 대해 들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피해자들 손을 들어준 2012년 대법원 판결을 다시 뒤집으려면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 회부가 유력한 대안이었다. 한 변호사 진술이 재판 거래 및 개입 혐의의 주요 근거이기 때문에 노 변호사는 강하게 밀어붙였다.

“증인 말을 제가 신뢰를 못하겠습니다. 다 기억하고 계시는 것 같은데요?” “왜 ‘아니죠’라는 대답이 없으십니까?” “주어가 없는 문장이 있을 수 있습니까? 법조인들 사이에서. 전원합의체 회부가 누구 의견인지는 당연히 나와야 하는 것 아닐까요? 그 이상을 모르겠다고 하는 것은 이상하지 않습니까?”(노 변호사)

“꼭 그렇게 물어보셔야 됩니까?” “클라이언트(고객)한테 보고한 이야기는 좀 안 물어보셨으면 좋겠어요.” “왜 자꾸 제가 검사 편인 것처럼 이야기를 하십니까?” “저를 무섭게 쳐다보지 마세요.”(한 변호사)

2019년 5월27일자 김용민의 그림마당.

2019년 5월27일자 김용민의 그림마당.


의뢰인과의 대화 등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해서는 안 된다는 변호사의 비밀유지의무는 오히려 사법농단 피고인들의 발목을 잡았다. 피고인들은 김앤장과 일본 기업들의 대화 내용이 담긴 문건은 법정에 꺼내서도, 증인에게 물어봐서도 안 된다며 검찰 신문에 문제를 제기해왔다. 그런데 이날은 피고인 측이 대화 내용에 대해 신문했고, 한 변호사는 비밀유지의무를 이유로 증언을 거부했다.


노 변호사는 “검찰 신문 때는 분명히 클라이언트와 관련이 있는 일부 문건에 대해서만 증언을 거부했고 (김앤장의) 업무상 메모에 대해서는 분명히 답변을 했다”며 “검찰 조사에서는 대답을 시원시원하게 잘 하고 법정에 나와서 (피고인 측) 반대신문에 대해서만 이렇게 하느냐. 이런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따졌다. 노 변호사는 “검찰에서 진술했는데 법정에서 증언거부를 하면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에도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도 했다.

한편 한 변호사는 임 전 차장의 ‘전원합의체 회부’ 언급이 양 전 대법원장 지시에 따라 이뤄졌다고 생각했다고 재차 증언했다. 한 변호사는 “윗분들 허락 없이 임 전 차장이 저한테 연락했을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며 “양 전 대법원장이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만약 (강제징용 사건이) 전원합의체로 간다면 임 차장이 논의하지 않았겠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 변호사는 “(김앤장이 외교부의 의견서 제출을) 추진한 게 아니라 법원의 소송 지휘에 저희가 협조하기로 한 것”이라고 했다. 재판부 권한인 소송 지휘를 사법행정을 담당하는 법원행정처가 행사한다고 이해했다는 것이다. 한 변호사는 “(임 전 차장 전화를) 무시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한 변호사가 2015년 12월 작성한 메모에는 강제징용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3가지 옵션으로 ‘외교부 답변시까지 기다리는 방법, 대법원 적극적으로, 청와대 이니셔티브(주도권)’를 기재한 내용이 나온다. 한 변호사는 “제 생각을 정리해본 것”이라고 했다.


“김앤장 변호사들은 강제징용 사건의 결론이 은밀한 정치적 흥정으로 결정될 수 있다고 판단했느냐”는 노 변호사 질문에 한 변호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노 변호사는 “그렇죠. 그럴리가 없죠. 국내 최고의 로펌이 그런 생각을 했겠습니까”라고 했다. 노 변호사는 법무법인 태평양의 대표였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최신 뉴스두고 두고 읽는 뉴스인기 무료만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트럼프 젤렌스키 회담
    트럼프 젤렌스키 회담
  2. 2김병기 박나래 책임
    김병기 박나래 책임
  3. 3김하성 애틀랜타 영입
    김하성 애틀랜타 영입
  4. 4김기현 아내 특검
    김기현 아내 특검
  5. 5이서진 한지민 케미
    이서진 한지민 케미

경향신문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당신만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