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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이 지난달 31일 콜로라도 록키스와의 경기에서 공을 던지고 있다. 연합뉴스 |
“잘 던지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거기서 승리 투수가 된 적도 있고, 안 좋았던 것만은 아니다.”
지난달 27일 워싱턴전 등판을 마친 류현진(32·LA 다저스)은 다가올 콜로라도 쿠어스필드 원정에 대해 이런 각오를 내놨다. 최근에는 그에게 악몽같은 장소지만 쿠어스필드가 처음부터 류현진에게 불친절했던 것은 아니다. 미국 진출 이듬해인 2014년 처음 이곳 마운드에 올라 6이닝 2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공교롭게도 다음 등판부터 꼬였다. 긴 부상 끝에 가까스로 회복해 처음 마운드에 오른 것이 쿠어스필드였고, 아직 몸이 100%가 되지 않았던 2017년에만 도합 3번 등판해 모두 난타당했다. 이 안 좋은 기억이 지난 6월의 난조로 이어졌다. 류현진은 쿠어스필드에 약한 것이 아니라 나쁜 흐름을 끊지 못했던 것뿐인 셈이다.
이 나쁜 흐름을 끊는 데는 평소보다 조금 더 신중한 투구와 수비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류현진은 징크스를 멋지게 극복해 냈다. 그는 1일 콜로라도 덴버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콜로라도 록키스와의 원정경기에 등판해 6이닝 동안 단 3개의 안타만 내주며 무실점으로 상대 타선을 막아냈다. 비록 0-0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와 승패는 없었지만 더 이상 ‘류현진이 쿠어스필드에 약하다’는 말은 할수 없게 됐다.
단, 이 징크스 극복을 위해 평소보다 훨씬 세심한 투구가 필요했다. 류현진이 경기 후 “여기에서는 한 이닝, 한 이닝이 중요하다. 평소 6~7이닝을 던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오늘은 1이닝, 1이닝씩 실점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마운드에 올랐다”고 털어놨을 정도. 하루 전 워밍업을 마치고 곧바로 비디오 분석실에 틀어박혀 1시간 가까이 치밀하게 상대를 분석한 뒤 이를 하루 뒤 마운드에서 그대로 구현해냈다. 경기 초반은 체인지업, 중반엔 커브를 주무기로 낮은 공 중심으로 공략해 최대한 장타를 억제했다. 평소 봉인해뒀던 슬라이더도 과감하게 꺼내들었다. 이런 탓에 삼진은 평소보다 훨씬 적은 1개밖에 잡지 못했지만 대신 땅볼을 대량 생산해내 18개 아웃카운트 중 절반인 9개를 땅볼로 잡아냈다. 3개의 안타 중 2개를 2루타로 맞는 등 이번에도 장타를 허용하긴 했지만 이런 적절한 땅볼 유도로 결국 무실점을 만들어내는 데에 성공했다.
때마침 수비도 류현진을 도왔다. 이날 다저스 동료들은 타석에서는 상대 투수 헤르만 마르케스를 공략하지 못하며 무득점에 그쳤지만 수비에서는 무실책으로 든든함을 보여줬다. 앞선 9경기에서 매번 실책을 범하며 등 뒤를 불안하게 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류현진도 이런 동료들을 믿고 맞혀 잡는 투구를 이어나갔다. 이후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이 0-0으로 팽팽하던 7회 페드로 바에즈를 마운드에 올리면서 류현진의 이날 등판은 끝났다. 투구수가 80개에 불과해 마음만 먹으면 승리투수에 도전해볼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로버츠 감독은 낮경기로 평소보다 휴식기간이 짧았던 점을 고려해 평소보다 조금 일찍 류현진을 내렸다.
결국, 이날 경기는 다저스가 9회 대거 5득점하며 5-1로 승리했지만 류현진은 동점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와 승패는 기록되지 않았다. 12승 기회도 다음으로 미뤄졌다. 그러나 올시즌 사이영상을 노리는 류현진의 앞을 가로막은 마지막 장애물을 완벽히 넘어서며 진정한 ‘최고투수’로 인정받는 길을 닦았다.
‘천적’으로 꼽혔던 놀런 에러나도를 넘어선 것도 소득이다. 이날 에러나도는 류현진을 상대로 세 번 타석에 나섰지만 3루 땅볼, 우익수 플라이,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다. 0.609(23타수 14안타)에 달했던 통산 상대 타율도 (26타수 14안타)로 0.538로 다소 내려왔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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