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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A 시험 유출 의혹, 쟁점들 살펴보니…

헤럴드경제 김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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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들 "출제 과정·출제 위원, 모두 찜찜"

'회계감사' 과목에 대한 금감원과 수험생 '온도차'

'제2의견의 보완장치 이유', 출제교수 책엔 나와

금감원 자문위원이 CPA 출제자 되는 경우 빈번

CPA 시험…"출제위원 특강 없애야"
2019년 회계감사 과목 실제 출제문제(좌)와 논란이 된 특강 대학의 모의고사 문제(우)실제 공인회계사 윤리규정 '제2의견' 부분대부분의 수험생이 읽는 L교수 외 3인의 ㄱ교과서에 나온 '제2의견' 설명 부분논란이 된 대학에 재직 중인 C교수와 특강교수 B가 공동 집필한 책의 내용

2019년 회계감사 과목 실제 출제문제(좌)와 논란이 된 특강 대학의 모의고사 문제(우)실제 공인회계사 윤리규정 '제2의견' 부분대부분의 수험생이 읽는 L교수 외 3인의 ㄱ교과서에 나온 '제2의견' 설명 부분논란이 된 대학에 재직 중인 C교수와 특강교수 B가 공동 집필한 책의 내용


[헤럴드경제=김지헌·정경수 기자] 공인회계사(CPA) 시험 '회계감사' 과목 유출 의혹을 놓고 갑론을박이 뜨겁게 진행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문제 유출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철저한 조사를 약속한 가운데 관련 업계와 학계에선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 수험생들 "출제 과정·출제 위원, 모두 찜찜" = 지난 6월 말 치러진 CPA 2차 시험('회계감사' 과목)에 대해 논란이 있는 이유는 서울 사립 A대학에서 진행된 모의고사의 주제들과 해당 과목의 실제 2차 시험의 주제가 상당수 겹치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학계 복수의 관계자들은 "이번 '회계감사' 기출 문제는 중요한 주제들이 나왔다는 것에 동의한다"면서도, "특정 대학의 모의고사와 실제 시험의 주제 유사성이 이렇게 높기는 쉽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특히 이 A대학에서 특강(특강 이후 모의고사도 출제)을 한 B교수(과거 출제위원)가 낸 문제와 실제 시험상 2개의 문제가 거의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2의견의 보완장치가 필요한 이유 ▷감사인 선임 문제 관련 표 등이다. 그런데 이 2개 문제를 모두 특강이 진행된 A대학의 경영학과 재직 교수 C가 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 C 교수는 올해 출제위원으로, 과거 출제위원인 B교수와 '회계감사' 과목 교과서를 지난해 공저하기도 했다. 현재 C교수는 금감원 회계제도실 자문위원 역시 역임하고 있다. 유학 생활을 하기 이전엔 금감원 생활도 했다. 논란이 된 문제를 낸 C교수가 금감원과 엮인 상황에서, 금감원이 자체 조사하는 것이라 수험생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 수험생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CPA 공부를 하며 배우는 일종의 '이기적 위협(감사의 결과가 감사인 자신의 이익에 영향을 주는 위험)'에 빠질 수 있는 일을 금감원이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 '회계감사' 과목에 대한 금감원과 수험생 '온도차' = 지난 10일 금감원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회계감사' 과목은 다른 과목과 달리 숫자를 쓰지 않아 문제 변형이 어렵고,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주제가 겹치는 빈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과목"이라는 설명을 내놨다. 주제의 유사성이 높다는 점이 큰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업계에선 이러한 설명에 '온도차'를 느끼는 모양새다. 현직 회계사는 "'회계감사' 과목을 제대로 공부하려고 하면 다른 과목과 달리 너무 규정이 많아서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며 "사실 '재무회계'·'원가회계'·'재무관리' 등 다른 과목과 달리 '회계감사'는 말로만 외워야 하는 규정이 너무 많아서, 수험생들 입장에선 요약본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복수의 회계사들은 "오히려 계산문제는 이해를 바탕으로 접근할 수 있지만, 규정 중심 과목은 순전히 '외우기'이기 때문에 결국 내용을 선택해 접근할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실제 시험보기 바로 전에 무엇을 중심으로 외우느냐'가 답안의 내용을 결정 짓는다"며 "이번 논란도 이러한 과목 특성 때문에 '누군가는 특정대학 모의사를 통해 봤는데, 누군가는 못본 문제'라는 데 수험생들의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논란이 되는 '제2의견'이 포함된 '공인회계사 윤리 규정' 역시 실제 전문은 109페이지에 달하지만, 이런 윤리 규정과 관련된 주요 교과서상 설명은 전체 페이지의 1% 수준에 못 미친다. 그만큼 수험생들이 '회계감사' 한 과목에서 공부해야 할 규정이 많은 것이다.

▶ '제2의견의 보완장치 이유'를 묻는 질문, 정말 문제일까? = 이번 CPA 논란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제2의견의 보완장치가 필요한 이유'를 묻는 질문이다. 제2의견이란 회계처리의 적정성을 기존의 회계사가 아닌 다른 회계사에게 의뢰해 받아낸 의견이다.


박권추 금융감독원 전문심의위원은 "2007년도에도 같은 주제가 나왔다"는 해명을 내놨으나, 다수의 수험생들은 '제2의견'을 묻는 질문은 나왔었으나 '제2의견의 보완장치가 필요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묻는 것을 본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헤럴드경제가 '회계감사' 기본 교과서에 '제2의견' 서술을 비교해봤다. 대부분의 수험생에게 읽히는 교과서 2개(L교수 외 3명이 만든 ㄱ교과서, N교수가 만든 ㄴ교과서)와 이번에 논란이 되는 B·C교수가 공저한 교과서를 살펴봤다. 그 결과 B·C교수가 공저한 책에만 '제2의견의 보완장치가 필요한 이유'가 서술된 것으로 나타났다. L교수 외 3명이 만든 ㄱ교과서에선 '공인회계사 윤리기준'을 서술하는 부분에서 '제2의견의 사례'와 '제2의견으로 인한 위협을 막는 보완장치'만 서술돼 있다. N교수의 ㄴ교과서에선 제2의견을 다루고 있지 않다.

이와 달리 B·C 교수의 교과서에선 "제2의견이 기존 공인회계사가 알고 있는 사실과 동일한 사실에 근거하지 않거나 부적합한 증거에 근거하여 형성되면 전문가적 적격성과 정당한 주의 강령 준수에 대한 위협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러한 이유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제2의견'에 대한 내용은 '공인회계사 윤리규정 230.1~230.3 문단'을 보면 서술돼 있는 게 전부다. 그러나 원래 윤리규정상 문단 서술만 봐서는 수험생 입장에서 '안전장치가 필요한 이유'를 직관적으로 알 순 없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B·C 교수의 교과서에선 '제 2의견과 관련된 위협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보완장치가 필요하다'는 인과관계 형식 서술이 나타나 있지만, 실제 윤리규정 문단에선 '제2의견'과 '보완장치'에 대한 설명이 인과관계 형식으로 전개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금감원이 말한 2007년 '제2의견' 문제 역시 '보완장치가 필요한 이유'가 아닌 '보완장치'에 대한 설명만으로 충분한 득점이 가능하다는 게 수험계의 의견이다.

▶ 시험 문제 유출? 아니면 편파적 출제? = '제2 의견 보완장치가 필요한 이유'가 B·C 교수의 교과서에는 서술돼 있다는 것을 접한 한 업계 관계자는 "어쩌면 문제 유출보다, 자신이 집필한 책에만 나온 내용을 다룬 편파 출제일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 관계자에 따르면 '회계감사' 학계는 '회계 기준서를 줄기로 서술하는 교수들'과 '예전부터 통용되는 수험 내용을 바탕으로 서술하는 교수들'로 집단이 나뉜다. 실제 출제를 할 때 이러한 다른 성향의 교수들이 들어가면서 자신의 성향에 따른 교과서로 시험문제를 출제해, '회계감사' 과목 수험가에선 항상 편파 출제 논란이 제기 됐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교수들이 수험가에 자신의 책을 더 많이 팔기 위해 다른 책에는 나오지 않은 문제를 낸다는 얘기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며 "대학간 CPA 합격 순위 경쟁 구도가 치열해지는 가운데, 교수들의 편파출제 논란 역시 과거부터 지속되면서 최근의 논란이 크게 터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알 만한 사람은 아는' CPA 출제위원 = 금감원 회계제도실 자문위원이 대부분 그해 2차 시험 출제위원으로 들어간다는 점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복수의 회계법인 현직회계사들과 학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금감원은 2년 임기의 회계제도실 자문위원을 2명씩 선정한다. 2명의 교수가 겹치는 임기는 1년이다. A가 교수가 2018~2019년 임기라면, B 교수는 2019~2020년인 식이다. 금감원이 회계제도실에 자문위원을 두는 이유는, 기업들이 회계처리를 어떻게 할지 답해 주는 ‘질의 회신’을 하기 이전에 사전적으로 교수들에게 처리 방식에 대한 자문을 듣기 위해서다. 애초에 공인회계사 시험을 출제하기 위해 위촉된 교수들이 아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자문위원들이 회계사 시험 출제에 들어가는 빈도가 높다는 것을 구조적 문제로 지적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자문위원들에게 해당 시험의 출제위원으로 들어갈지 우선적으로 물어보는 걸로 알고 있다"며 "바쁜 교수들이야 들어가지 못할 때도 있지만, 웬만하면 출제위원으로 들어가고, 그것을 들어가려고 일부로 시간을 비워놓는 사람도 봤다"고 설명했다.

교수들과 학원 관계자들의 인적 친밀도가 두터운 회계학계에선 이런 점 역시 문제란 지적이 나온다. 공인회계사 자격을 취득한 뒤 학원강사를 하고 교수가 된 한 관계자는 "학원강사를 하다가 국내 대학 박사학위를 받고 회계학 교수가 되는 경우는 흔하다"며 "각 대학마다 CPA 합격률이 중요한 상황에서 금융감독원 자문위원이 CPA 출제위원으로 대부분 들어간다는 것 역시 중요한 정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 CPA 시험…"출제위원 특강 없애야" = 복수의 관계자들은 각 대학마다 진행되는 '출제위원 특강과 모의고사'를 없애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 각 대학은 학교 수험생들의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 출제위원 출신 교수들에게 수백만원씩 주고 특강을 맡긴다. 다수의 출제위원 출신 교수들은 자신의 경험과 네트워크를 통해 그해 시험에 어떤 출제위원이 들어가고, 배제됐는지를 전할 수 있다. 이번 '회계감사' 과목 유출 의혹을 제기하는 수험생들 역시 이점을 문제로 지적한다.

학원계와 학계의 유착관계 역시 해소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회계학 교수들은 학원가 유명강사의 강의를 보면서 소통하고, 서로 학맥으로 연을 지어 공동으로 책을 집필한다. 현재 CPA 2차시험 5개 과목 주요 교과서를 살펴보면, 전부 학원계를 거치지 않은 교수와 학원강사가 공동 집필을 하거나, 학원강사 출신 교수가 집필하고 있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시험이 끝나면 바로 출제위원에게 연락해 이번에 문제 참 잘 내셨다고 하는 것을 교수나 학원강사 등이 말하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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