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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랭킹 313위인 미국의 15세 소녀 코리 가우프가 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윔블던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윔블던 테니스대회 여자단식 3회전에서 폴로냐 헤르초그(60위·슬로베니아)를 2-1(3-6 7-6<9-7> 7-5)로 꺾은 뒤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가우프는 이날 승리로 1991년 제니퍼 캐프리아티(미국) 이후 윔블던 여자단식 16강에 오른 최연소 선수가 됐다. /사진=런던 로이터, 연합뉴스 |
[쇼미 더 스포츠-174] 이번 윔블던 여자 단식에서 가장 관심을 끌었던 선수는 코리 가우프였다. 2004년생인 가우프는 이제 만 15살을 넘긴 소녀다. 하지만 175㎝의 키와 흑인 특유의 유연성에서 나오는 경기력은 20년 전 혜성같이 등장한 윌리엄스 자매를 연상시켰다.
만 15세 소녀는 예선 3경기라는 험난한 여정을 치른 후에 본선 1회전에서 자신의 우상 중 하나였던 비너스 윌리엄스를 상대해 승리하는 이변을 일으킨다. 그녀의 이변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고 2회전에서 마그달레나 라이바리코바(슬로바키아·세계랭킹 139위), 3회전에서 폴로나 헤르콕(슬로베니아·세계랭킹 60위)을 차례로 제압했다.
그래서 16강에서의 할렙과의 만남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비록 아쉽게 패했지만 가우프는 제니퍼 캐프리아티 이후 윔블던 최연소 16강 진출이라는 기록과 함께 향후 세계 여자 테니스계를 새롭게 이끌 샛별로 주목받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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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나 윌리엄스 /사진=EPA, 연합뉴스 |
가우프는 여러 가지로 윌리엄스 자매를 닮았고, 그 후광효과로 인해 더욱 주목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테니스계에서는 여전히 비주류라 할 수 있는 흑인이라는 점이 그렇고, 빼어난 피지컬 또한 그러하다. 더군다나 스스로가 밝혔듯이 가우프는 윌리엄스 자매를 보고 테니스를 시작했으며, 그녀들을 롤 모델 삼아 훈련했다.
물론 윌리엄스 자매와는 달리, 또 윌리엄스 자매 덕분에 가우프는 휠씬 좋은 환경에서 테니스를 하고 있다. 가우프는 대학농구 선수 출신인 아버지와 육상 선수 출신인 어머니의 지원하에 어릴 때부터 체계적으로 운동해왔으며, 세리나 윌리엄스의 코치인 무라토글루가 운영하는 재단의 도움을 받아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가우프는 오렌지볼과 프랑스오픈 여자 단식 주니어부에서 우승하며 더 이상 동년배에서는 적수가 없음을 확인했고, 본격적으로 프로 무대에 뛰어든 지 얼마 안돼 메이저 대회 16강 진출이라는 금자탑을 이루었다.
사실 이전에도 여자 테니스계에 어린 소녀가 혜성같이 등장한 예는 종종 있었다. 대표적 선수가 캐프리아티이다. 캐프리아티는 13살의 나이에 프로에 데뷔했고, 14살의 나이에 윔블던 16강과 프랑스오픈 준결승에 진출했다. 캐프리아티가 훌륭한 선수임에는 분명하지만, 그녀의 커리어가 여자 테니스계의 다른 레전드만큼 탁월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호주오픈과 프랑스오픈 등에서 총 3번의 메이저 타이틀을 차지했지만, 그녀가 처음 돌풍을 일으킨 1990년 이후 10년이 지난 2001년과 2002년의 일이었다. 충분히 좋은 선수였지만, 기대만큼 최고의 활약은 하지는 못했다.
반면 모니카 셀레스는 1989년 15살의 나이에 프로로 전향해 이듬해인 1990년에 첫 메이저 타이틀(프랑스오픈)을 차지해 만 20살이 되기 전까지 총 9개의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물론 20살 이후의 그녀의 활약은 다소 아쉬웠던 것이 사실이지만, 어린 나이부터 최고의 재능을 보이며 세계 여자 테니스계를 지배했다.
가우프의 우상이라 할 수 있는 세리나 윌리엄스 또한 10대 돌풍의 주역 중 한 명이었다. 세리나는 17세의 나이에 1999 US오픈에서 첫 메이저 타이틀을 거머쥔 뒤 20여 년 동안 세계 최고 자리를 지켰다. 그녀는 현역 선수 중 가장 많은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 세계 여자 스포츠 선수 중 가장 많은 상금을 번 그야말로 '슈퍼스타'다.
가우프의 등장은 새로운 스타의 탄생을 갈망하는 세계 여자 테니스계로서는 분명 단비와 같은 희소식이다. 특히 세리나 이후 주춤했던 미국 출신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이때문에 미국 언론의 관심이 더욱 컸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봤을 때 가우프의 경기력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는 느낌표보다는 물음표가 더 많다. 1회전에서 윔블던 5회 우승에 빛나는 비너스를 이겼지만, 비너스의 나이는 만 39세로 한국 나이로 따지면 40세에 해당한다. 전성기를 훌쩍 지났다는 점에서 볼 때 이러한 이변은 사실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또한 할렙과 16강에서 만나기 전까지의 상대들 또한 톱랭커들이 아니었다. 최고의 유망주임은 분명하지만 보다 많은 검증의 시간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
가우프가 자신의 우상인 세리나 윌리엄스의 길을 걷게 될지, 캐프리아티나 셀레스의 길을 걷게 될지, 아니면 그냥 이대로 조용히 사라질지는 전적으로 본인의 노력 여하에 달려 있다. 그녀가 여러 측면에서 슈퍼스타가 될 수 있는 좋은 조건과 환경을 가지고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하지만 그런 조건과 환경은 한없이 선수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인생이 그러하듯이 기회는 왔을 때 잡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오직 실력으로 증명해내야 한다.
[정지규 스포츠경영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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