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코너 시작하겠습니다!” 지난 25일 오후 2시30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옆 연구동에는 큰 함성이 울려 퍼졌다. 1999년 방송을 시작해 14년 째 지상파 예능프로그램의 왕좌를 지키고 있는 KBS2 <개그콘서트>(개콘)의 새 코너 검사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새 코너를 방송에 기필코 올리려는 연기자들의 눈빛과 이를 바라보는 제작진, 동료 개그맨들의 눈빛이 팽팽한 긴장감을 만든다. 이 긴장감이 14년 여정의 가장 큰 힘이다. 방송 이후 지금까지 공개된 적이 없던 <개콘>의 새코너 심사현장을 스포츠경향이 찾아갔다. 이날 총 네 개의 코너가 소개됐다. 이미 3주 전에 선보여 수정을 거친 코너도 있었고, 모두가 새롭게 보는 코너도 있었다.
▲ 새 코너 검사는 매주 목요일
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
한주에 4개, 한달 20개정도
그중 무대 오르는 건 2개 뿐
“동료 앞에서 연기라 더 떨려
그래도 열심히 할수 밖에…”
주말에도 아이디어 준비 골몰
BS 연구동 5동에 위치한 작가실에 <개콘> 출연자들이 빼곡히 들어찼다. 코너를 선보이는 연기자들은 긴장감 속에 검사를 준비했다. 이윽고 우렁차게 “새 코너 시작하겠습니다”를 외치면서 연기에 들어간다.
연기자들은 대략적인 분장을 한 상태였다. 옷이나 가발, 사진, 피켓 등은 모두 직접 준비했다. ‘용감한 녀석들’의 정태호(35)와 신보라(26)가 뭉쳐 새 코너를 선보였고, 황현희(33)도 한 코너를 짜왔다. 최근 군복무를 마친 개그맨 이상구(30)도 이날 새 코너를 들고 복귀 준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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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코너 검사는 매주 목요일
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
한주에 4개, 한달 20개정도
그중 무대 오르는 건 2개 뿐
“동료 앞에서 연기라 더 떨려
그래도 열심히 할수 밖에…”
주말에도 아이디어 준비 골몰
BS 연구동 5동에 위치한 작가실에 <개콘> 출연자들이 빼곡히 들어찼다. 코너를 선보이는 연기자들은 긴장감 속에 검사를 준비했다. 이윽고 우렁차게 “새 코너 시작하겠습니다”를 외치면서 연기에 들어간다.
연기자들은 대략적인 분장을 한 상태였다. 옷이나 가발, 사진, 피켓 등은 모두 직접 준비했다. ‘용감한 녀석들’의 정태호(35)와 신보라(26)가 뭉쳐 새 코너를 선보였고, 황현희(33)도 한 코너를 짜왔다. 최근 군복무를 마친 개그맨 이상구(30)도 이날 새 코너를 들고 복귀 준비를 했다.
연기가 시작되자 작가실 소파에 몸을 묻은 서수민 책임프로듀서와 작가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동료 개그맨들도 조용히 집중해 새 코너들을 보았다. 웃기는 부분이 잘 살아나면 박수를 치고 환호하지만, 억지 설정이 이어지면 대번에 “에이~”하며 눈치를 준다. 10년차 ‘베테랑’ 황현희도 동료들의 시선에 긴장한 나머지 대사 실수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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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부터가 진짜다. 서수민 책임PD와 작가진의 회의가 열렸다. 서 책임PD가 한 코너를 언급하면 작가들의 소감이 이어진다.
“이 ‘시바이’는 다시 준비했는데 생각보다 살지 않았다” “이 부분은 ‘오도시’가 재밌다. 더 부각해 보자”는 등 코너에 대한 대화가 오간다. ‘시바이(しばい)’는 정교하게 연출된 상황을 말한다. ‘오도시(おとし)’는 웃음을 주는 핵심 대사를 일컫는다.
아직 예능 프로그램 현장에서는 일본어가 많이 쓰인다. 반전을 위한 상황을 쌓아올리는 대사인 ‘니주(二重)’, 한 단락의 상황을 뜻하는 ‘구다리(件)’도 즐겨 쓰는 용어다.
작가 회의에는 코너 관련 내용만 오르는 것은 아니었다. 코너가 내려가 힘이 빠져있을 개그맨을 위로하는 방법도 화제가 되고, 연기자와 어색한 작가에게는 친해지는 방법이 전수되기도 한다. 최종적으로 무대에 올릴 코너들이 추려진 후 작가들은 빠르게 자리를 비웠다.
이번에는 개그맨들과의 미팅이다. 이 순간만큼은 무대에서 웃고 울고 얼굴을 찡그리는 개그맨들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모두 긴장된 눈빛으로 서 책임PD의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인다. 조언을 꼼꼼히 적는 개그맨이 있는 반면 고참급은 책임PD와 활발하게 의견을 교환했다. “녹화를 조금 더 있다 해보자”는 말에 서운함이 가득한 개그맨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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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책임PD는 “검사 후 코너는 크게 세 가지의 길을 간다”며 “무대 녹화가 결정되는 코너도 있고, 재검사 판정을 받아 금요일 오후에 다시 선보이는 코너도 있다. 하지만 선보이고 바로 사라지는 코너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개콘>에서 방송되는 ‘미필적 고의’는 검사 한 번 만에 바로 무대 녹화가 결정됐고, ‘애니뭘’ ‘노애’ 등의 코너는 한 달 정도의 검사 기간을 거쳤다.
개그맨 정태호는 “동료들 앞에서 연기하는 게 더욱 떨린다”며 “새 코너는 지금까지 없었던 아이템, 캐릭터를 만들어야 하는 작업이다. 코너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그저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개그맨들은 검사 결과에 따라 코너를 다듬어 그 다음주 월요일 최종 검사를 다시 받는다. 조금이라도 나은 무대를 선보이기 위해선 주말에도 쉬지 않고 아이디어 준비에 골몰한다. 일주일 중 5일 이상을 고스란히 바치는 이들의 노력이 결국 대한민국을 웃게하는 원동력이 된다. <웃으면 복이와요> <유머 1번지> 등이 그러하듯 대한민국 개그는 이제 <개콘>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게 한 힘이기도 하다.
<글 하경헌·사진 정지윤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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