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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일파만파 확산 중이다. 일본기업 리스트까지 등장하며 반일 감정은 점점 증폭되고 있다.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중소상인과 자영업자들이 일본제품 판매중지 돌입 및 불매운동을 선언하며 일본제품의 로고가 붙어있는 종이상자를 밟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
재한 일본기업 리스트 퍼지고 여행업계도 '긴장'...억울한 기업도 등장
[더팩트 | 신지훈 기자] 일본 정부가 한국을 상대로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을 규제하는 사실상의 '경제 보복 조치'를 내리며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일파만파 확산 중이다. 온라인에는 일본기업 리스트가 떠돌고 있는 데다, 일본여행 자제운동까지 시작되는 등 반일 감정이 점점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불매운동 리스트에 오른 일본기업들은 행여나 불똥이 튈까 노심초사 중이며, 여행업체들까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나섰다. 일본과 무관한 기업임에도 일본기업 리스트에 올라 난감한 상황에 몰린 기업들까지 나왔다.
◆불매운동 확산에 '일본 기업 리스트'까지
5일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을 중심으로 국내에 진출해 있는 일본기업들이 상세하게 적힌 불매 리스트가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이 리스트에는 전범기업부터 토요타∙렉서스∙혼다 등 자동차 브랜드, 소니∙캐논 등 전자제품 브랜드, 유니클로∙데상트∙ABC마트 등 의류 브랜드, 아사히∙기린 등 맥주 브랜드는 물론, 악기와 사무용품, 편의점, 게임, 영화배급사 등 100여 개 일본기업들이 총망라되어있다. 워낙 실생활과 밀접한 일본 제품들이 많아 국내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일본 기업들이 대부분이다.
네티즌들은 리스트를 공유하고, 자신의 SNS 등에 퍼나르며 국내 소비자들의 불매운동 참여를 독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분간이라도 리스트에 오른 회사의 제품은 쓰지 말자', '가능하면 국산제품을 사용하자' 등의 댓글은 수천 개의 '좋아요'를 받으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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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을 중심으로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빠르게 확산 중이다. 국내 진출한 일본기업들이 상세하게 적힌 불매 리스트까지 등장한 상황이다. 리스트에 오른 기업들은 불똥이 튈까 노심초사 중이다. /인스타그램, 인터넷 커뮤니티 캡쳐 |
◆리스트에 오른 일본기업들..."나 지금 떨고 있니?"
불매운동 리스트에 오른 기업들은 곤란한 상황이다. 그 동안 한∙일 양국 간 정치적인 문제, 역사적인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크고 작은 불매운동으로 뭇매를 맞아왔다. 더군다나 이번 불매운동은 그 방향성이 과거의 것과 사뭇 다르다는 전문가들의 분석까지 나왔다. 자칫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 조치가 장기화돼 한∙일 갈등이 더욱 크게 번질 경우 이들 기업은 매출 타격은 물론 반일 이미지 등의 영향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긴장하는 기업 중 하나는 유니클로다. 지난해 매출 1조3732억 원을 기록하며 4년 연속 매출 1조 원 달성에 성공할 만큼 국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유니클로 관계자는 5일 <더팩트>에 "아직까지 매출에 큰 변화는 없는 것으로 보이나 상황을 예의주시 중"이라며 말을 아꼈지만, 국내 소비자들에게 불매운동 1순위에 올라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국내 최대 신발멀티숍으로 꼽히는 ABC마트코리아도 일본 본사가 99.96%의 지분을 보유한 일본계 기업이다. 지난해 ABC마트 코리아는 한국에서 매출 5114억 원, 영업이익 427억 원을 올렸다. 이날 명동에 위치한 ABC마트 관계자는 "몸소 느껴질 만큼 손님이 줄거나 하지는 않았다"며 "그러나 지금의 분위기가 장기화 될 경우 매출에 타격이 있을 수 있겠다 싶어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실생활로 이어지고 있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만난 직장인 A씨는 "펜을 사기 위해 방문했다"며 "그 동안 일본제품을 주로 사용해왔으나 오늘은 국산 제품을 구매하려고 한다. 펜 뿐만 아니라 모든 물건을 구입하기 전 일본제품은 아닌지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기업 아니에요" 억울한 기업도 등장
일본자본과 관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리스트에 오르며 난감한 상황을 맞이한 기업들도 나왔다.
리스트에 일본계 편의점으로 분류된 BGF리테일이 대표적이다. BGF리테일은 편의점 CU를 운영 중이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5일 "과거 훼미리마트 브랜드를 빌려 쓴 적이 있다 보니 리스트에 오른 것 같다"며 "그러나 훼미리마트와는 지난 2012년 라이선스 계약을 종료했다. 현재 운영 중인 CU는 100% 한국 브랜드이며 BGF리테일은 국내 기업이다. 일본 자본과도 전혀 상관없다"고 강력하게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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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다이소 측은 '일본 다이소와 완전히 별개인 한국기업'임을 강조하며 불매운동 리스트에 올라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국 다이소는 일본 다이소와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것이며 로열티 등을 지불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더팩트 DB |
편의점 세븐일레븐도 마찬가지. 세븐일레븐 측 관계자는 "세븐일레븐은 미국 브랜드이며 한국에서는 롯데가 미국 세븐일레븐과 계약해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일본 회사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다이소를 운영하고 있는 다이소아성산업 또한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일본 다이소와 완전히 별개인 한국기업'이라고 수 차례 강조해온 다이소가 또 불매운동 리스트에 올랐기 때문이다. '다있소'라는 콘셉트로 일본 다이소와 같은 이름을 사용하고 있는 것 뿐, 로열티를 지불한다던가 경영을 간섭 받는 등의 일은 일체 없다는 것이 한국 다이소 측의 일관된 설명이다.
한편 일본제품 불매운동 확산에 국내 토종 필기구 업체인 모나미는 '한국을 대표하는 실생활 용품 기업'으로 손꼽히며 반사이익을 얻기도 했다. 4일 모나미의 주가는 장후반 주문이 몰리며 가격 제한폭까지 치솟았다. 평소 3만 주 수준이던 거래량이 650만 주를 넘어서며 전날보다 약 30% 오른 3325원에 장마감을 했다.
◆일본여행 자제운동 확산에 여행업계도 '노심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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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일본여행 취소 인증'까지 올라오기 시작했다. 일본여행 자제운동이 확산할 조짐을 보이자 국내 여행업계도 고심에 놓였다. 단, 일본정부의 '비자발급강화' 조치는 현실적으로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포털사이트 캡쳐 |
여행업계도 설상가상에 놓였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이어 일본여행 자제운동이 확산할 조심이 보여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일본여행 취소 인증’까지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런 와중에 일본 정부가 90일간 무비자 체류가 가능했던 한국인에 대해 '비자발급강화'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까지 들리자 네티즌들은 더욱 거세게 일본여행 거부에 나서고 있다.
국내 대표 여행사 관계자는 5일 <더팩트>와 통화에서 "실제 취소 여행객이 나오기도 했지만, 취소가 급증한 상황은 아니다"며 "여행이란 것이 장기간 고심하고 계획을 세워 가는 것이니만큼 지금 당장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여행사 관계자는 "당장 여행을 취소하는 여행객들이 많은 것은 아니나, 4일을 기점으로 일본 예약이 둔화되기 시작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보다는 향후 한∙일 갈등이 장기화되고 반일감정이 점점 더 심각해진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여행업계 관계자들은 일본 정부의 '비자발급강화' 조치는 현실화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을 방문하는 한국인 관광객이 연간 700만 명 수준이다. 일본 정부가 이들을 대상으로 비자 규제를 강화하고 나선다면 일본이 입는 타격도 상당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화될 가능성은 굉장히 낮다"고 말했다.
gamja@tf.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