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전 세계 조직에서 수습사원 딱지를 떼고 정직원이 되거나, 평사원에서 중간관리자로 승진한 사람은 그 직무에 부여된 권한을 갖고 업무를 수행한다. 조직과 그 구성원의 관계를 살펴보면, 일본과 한국은 대조적이다.
일본에서 조직 구성원은 업무 매뉴얼이나 상사의 지시대로만 일해야 한다. 직장인은 각자 맡은 역할을 제대로 처리하기만 하면 된다. 개인적 판단에 의한 업무 수행은 제재 사항이다. 일본에서는 이러한 관행이 ‘호렌소(報連相)’ 조직문화로 자리 잡았다. ‘호렌소’는 보고(報告)·연락(連絡)·상담(相談)의 앞글자를 딴 조어로, 직장인은 상사에게 업무 상황을 항상 설명하고, 사실을 전달하며, 의문 사항을 질의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직원 혼자서 상황을 파악하지 말고, 정보를 조직·상사·동료와 공유하며, 독단적으로 일을 처리하지 말라는 것이다. 직원이 업무 진행 상황을 빼놓지 않고 조직에 보고·연락·상담하게 함으로써 업무 차질을 예방한다.
한국의 기업·공공기관 등의 조직도 분업에 바탕을 둔 전문화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일본과 다르지 않다. 그렇지만 한국의 조직에서 일하는 직장인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상당수 업무를 상사의 지시를 일일이 받지 않고 ‘스스로 판단하여’ 처리하라는 요구를 받는다. 조직이 구성원에게 직무 재량권을 주고, 성과로 그의 업무능력을 평가한다. 직원은 자기 업무에서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권한을 갖지만, 동시에 그에 따르는 무거운 책임을 지게 된다. 조직 내 구성원의 업무 성과와 만족도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 중 하나가 직무 재량권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알아서 해라’ 조직문화는 관료제에 바탕을 둔 조직 운영의 경직성을 탈피할 수 있는 대안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일본에서 조직 구성원은 업무 매뉴얼이나 상사의 지시대로만 일해야 한다. 직장인은 각자 맡은 역할을 제대로 처리하기만 하면 된다. 개인적 판단에 의한 업무 수행은 제재 사항이다. 일본에서는 이러한 관행이 ‘호렌소(報連相)’ 조직문화로 자리 잡았다. ‘호렌소’는 보고(報告)·연락(連絡)·상담(相談)의 앞글자를 딴 조어로, 직장인은 상사에게 업무 상황을 항상 설명하고, 사실을 전달하며, 의문 사항을 질의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직원 혼자서 상황을 파악하지 말고, 정보를 조직·상사·동료와 공유하며, 독단적으로 일을 처리하지 말라는 것이다. 직원이 업무 진행 상황을 빼놓지 않고 조직에 보고·연락·상담하게 함으로써 업무 차질을 예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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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동훈 전북대 사회과학연구소장 |
업무는 갈수록 복잡해지고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으므로, ‘보고·연락·상담’ 없이 ‘알아서 해라’라는 방식만으로 조직을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일 두 나라 조직이 업무 분화·전문화와 직무 자율성을 중시하고, ‘소통 능력과 솔직함을 갖춘 인재’와 ‘의욕이 강한 인재’를 소중히 여기는 것도 다르지 않다. 즉, 한·일 조직문화의 차이는 ‘강조점이 어디에 더 주어지냐’에서 비롯된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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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외국인은 ‘알아서 해라’라는 상사의 지시가 가장 처리하기 힘든 요구라고 한결같이 토로한다.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 도저히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외국인은 ‘알아서 해라’라는 지시를 받으면, ‘늘 하던 일’만 하고 ‘새로운 일’을 ‘스스로 찾아서’ 하지는 않는다. 그들은 괜히 솔선해 일하여 실패하고, 그 성과에 책임지는 상황을 피하려 한다. 그들과 함께 일하는 한국인들은 ‘언제까지 일일이 지시하며 일을 처리할 수 없지 않은가’라며 답답해한다. 이러한 문제는 조직이 외국인 직원과 보고·연락·상담을 상당 기간 지속해 그의 업무 처리 역량을 키운 후, 직무 자율성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해소할 수 있다.
‘알아서 해라’ 조직문화는 직장인이 업무에서 창의성을 발휘해 성실히 일을 처리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조직 구성원의 도전정신을 고취하고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는 원동력이다. 한국에서 외국인 직원은 ‘알아서 해라’ 조직문화에 적응하며, 높은 수준의 의사 결정 능력을 갖춘 인재로 성장한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과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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