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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왼쪽부터)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오후 판문점 자유의집 앞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제공 |
文대통령, 김정은-트럼프 만남 '조연' 자처… 김정은과 포옹 눈길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역사상 최초로 한데 모였다. 이로써 66년 정전 역사에 새로운 한 획을 그었다. 무엇보다 지난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꽁꽁 얼어붙으면서 중재자 위기설에 휩싸였던 문 대통령이 이를 일거에 해소했다는 평가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문재인 대통령과 우리 정부의 중재자 역할에 불신이 높았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문 대통령이 대화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했지만, 실질적 성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 지난해 훈풍이 불었던 남북관계마저 시들해졌다. 급기야 북한은 최근 한국 정부는 빠지라는 메시지를 내놓기도 했다.
특히 문 대통령이 지난 4월 김 위원장에게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했는데도 북한은 침묵했다. 6월 중순 북유럽 순방 때도 문 대통령은 재차 대화의 손짓을 보냈지만, 북한은 끝내 호응하지 않았다. 게다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을 방문하고 비핵화 중재자를 자처하면서 문 대통령의 중재자 입지가 좁아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역사적인 남북미 정상 간 만남과 사실상 3차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되면서 문 대통령은 이러한 불신을 일소에 해소하게 됐다. 교착 상태인 북미 간 비핵화 대화가 재개를 앞두게 된 것은 북미 정상의 만남을 주선한 문 대통령의 공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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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0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으로 갔다 다시 남측으로 넘어오고 있다. /뉴시스 |
사실 북미가 다시 마주할 수 있게 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만남 제안과 김 위원장의 결단이 크게 작용했다. 김 위원장이 "나는 어제(29일) 아침에 (트럼프) 대통령께서 그런(만남) 의향을 표시하신 것을 보고 나 역시 깜짝 놀랐다"고 할 정도였다. 하지만 여기에 문 대통령의 숨은 노력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한 발 더 진전시킨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문 대통령은 북미 정상의 만남과 그 과정에서 '조연'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날 한미정상회담 직후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저도 오늘 판문점에 초대를 받았다. 그러나 오늘 이 중심은 북미 간의 대화"라며 애초부터 물러서 있겠다는 뜻을 밝혔다. 실제 판문점에서 북미 정상의 만남에는 그 중심에서 한발 빗겨나 있었다. 자연스럽게 초점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에게 쏠렸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회담 종료 후에도 문 대통령은 "원래는 오울렛까지 공동 방문만 예정됐던 것인데 트럼프 대통령의 대담한 제안에 따라 역사적 만남 이뤄졌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아주 과감하고 독창적인 접근 방식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오늘 만남 통해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구축 위한 평화 프로세스가 큰 고개를 하나 넘었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세계와 우리 남북 8000만 겨레에게 큰 희망 줬다. 방금 트럼프 대통령이 얘기한 대로 양측이 실무협상 대표를 선정해 이른 시간 내 실무협상 돌입하기로 한 것만으로도 앞으로 좋은 결과가 성큼 눈앞에 다가왔다고 생각한다"고 기대를 나타내며 모든 공을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에게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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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끝내고 북으로 돌아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포옹하는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
그럼에도 문 대통령의 존재감은 살아 있었다. 북미 정상의 회담이 끝난 뒤 김 위원장을 배웅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나섰던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귀환하기 전 포옹했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악수한 것과 대조됐다. 정상 간 포옹은 단순한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두터운 신뢰와 우정이 있어야 가능하다. 최근 북한 선전매체들이 우리 정부를 향해 비난하면서 남북관계가 악화한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가 무색하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주 내 실무팀을 구성해 북한과 실무협상에 나서겠다며 북미 대화 재개를 공식화했다. 그러면서도 공동기자회견에서는 "제재가 해제되지 않았지만,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반면 김 위원장은 안전 보장이 핵심이며 비핵화에 대한 상응 조치의 필요함을 지난 4월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피력한 바 있어, 또다시 비핵화 협상이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앞으로 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고 할 수 있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은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의 인내심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우직하게 모든 상황을 참고 견디며 지금까지 이끌어온 공이 크다"라고 중재자로서 문 대통령의 역할을 높게 평가했다.
shincombi@tf.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