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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이날’]7월1일 ‘씨랜드’ 참사를 잊지 않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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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부터 2009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경기 화성군 씨랜드 청소년 수련원 화재사건 1주년을 앞두고 화재현장을 찾은 유가족들의 모습. 경향신문 자료사진

경기 화성군 씨랜드 청소년 수련원 화재사건 1주년을 앞두고 화재현장을 찾은 유가족들의 모습. 경향신문 자료사진


■1999년 7월1일 ‘씨랜드’ 참사를 잊지 않았다면...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반복된다.’ 분야와 관계없이 자주 인용되는 이 말은 사고 현장에서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특히, 잊을만하면 발생하는 ‘대규모 참사’는 놀랍도록 닮아 있는데요. 이런 참사는 전 사회적인 ‘트라우마’를 남기기도 합니다.

20년 전 오늘, 경향신문에는 한국형 ‘참사’의 대표적 사례로 언급되는 사고가 보도됐습니다. 해당 기사의 제목은 ‘유치원생 등 23명 사망’인데요. 아마 제목만 보고도 어떤 사고였는지를 눈치챈 분이 계실 것 같습니다. 이는 해당 사고가 우리 사회에 던진 충격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바로 경기 화성 ‘씨랜드’ 참사입니다.


“30일 오전 0시30분쯤 경기 화성군 서신면 백미리 씨랜드 청소년 수련원에서 불이 나 유치원생 19명과 어른 4명 등 모두 23명이 숨지고, 3명이 화상을 입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지도교사가 없었던 수련원 301호에서는 유치원생 18명이 한꺼번에 숨졌다”로 기사는 시작합니다. 사고 당시 씨랜드에는 유치원·초등학생 등 어린이 496명과 인솔교사 47명이 1박2일 과정의 갯벌체험을 위해 입소해 있었다고 합니다. 경찰은 전기 합선이나 모기향에 의해 발화돼 건물 전체로 번진 것으로 추정했다고 하는데요.

그렇다면, 이 같은 참사는 왜 일어났을까요? 마치 공식 같은 참사의 전형적인 모습들이 씨랜드 화재에는 모두 담겨 있었습니다. ‘금지된 캠프 강행···안전은 아예 없었다’라는 기사는 해당 참사의 진실을 보여줍니다. “교육당국의 허술한 어린이 캠프 감독, 엉터리 수련원 시설, 화재 무방비, 부실공사, 뒤늦은 진화 등 총체적 부실이 빚어낸 인재. 가장 큰 책임은 어린이들의 안전을 최우선 했어야 할 유치원측의 안전불감증에 있다는 지적이다”라고 기사는 전합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죠. 우선, 당국의 관리 부실 문제입니다. 기사에 따르면 “교육당국은 유치원생들에 대해선 숙박이 필요한 야외 수련 활동을 못하도록 지침을 정해놓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지침은 말로만 그칠 뿐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사실상 감독은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사실, 가장 큰 문제는 수련원입니다. “씨랜드 수련원은 장부에만 철근 콘크리트로 돼 있을 뿐 52개의 조립식 컨테이너 박스를 콘크리트로 된 건물 1층 위에 26개씩 2개 층으로 쌓은 가건물이다”라고 기사는 전합니다. 또 “방 천장 등은 인화성이 강한 스티로폼으로, 건물 외벽은 나무로 장식돼 있어 불길이 순식간에 전체 건물로 번졌고 유독가스로 가득 찼다”고 하는데요. “전혀 대처능력이 없는 어린이를 말 그대로 화마의 소굴에 재운 셈”이라고 기사는 비판했습니다.

초기 진화 문제도 있었습니다. 당시 화재 현장은 오산소방서와 70km, 남양 소방파출소와는 30km 떨어진 곳에 있었다고 하는데요. 이들 소방서 소속 소방차들은 상당수가 10년 이상된 낡은 것들이었다고 합니다. 결국, 초기 화재 진압이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인데요.


그렇다면, 아이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교사들은 화재의 순간에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요? “씨랜드에서 레크리에이션 강사로 일하고 있는 대학생들에 따르면 유치원 교사들은 불이 나기 직전 함께 모여 술을 마신 것으로 드러났다”고 기사는 전합니다. “일부 교사들은 술에 취해 정신을 가누지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거나 “어떤 원장은 술에 취해 불이 난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참사 현장에서 목숨을 걸고 한 명이라도 더 구조하려 한 의인도 어김없이 있었습니다. 씨랜드 수련원의 레크리에이션 대장 최문열씨인데요. 최씨는 수십명의 목숨을 구해놓고도 “숨져간 아이들의 부모를 볼 낯이 없다”며 “마지막으로 아이 4명을 한꺼번에 안고 나온 뒤 불이 번져 더 이상 들어갈 수 없었다. 조금만 빨랐더라도 더 구할 수 있었는데”라고 말했습니다.

극기훈련차 학생들과 함께 수련원에 왔던 경기 화성군 마도 초등학교 김영재 선생님도 있습니다. 김 선생님은 어린이들을 구하러 뛰어다니다가 결국 숨진 채 발견됐는데요. 유치원생 18명이 한꺼번에 숨진 301호 앞 복도에 쓰러진 채 발견됐다고 합니다.


씨랜드 참사로 7살 쌍둥이 자매, 고종사촌 남매, 원인 모를 설사병을 이겨낸 아이, 축구선수가 되고 싶었던 아이 등이 희생됐습니다. 어른들의 욕심으로 아이들이 이유도 모른 채 희생되는 참사. 우리는 이 참사로부터 무엇을 배웠고, 무엇을 대비했을까요? 안타깝게도 20년 전 ‘씨랜드’ 참사는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합니다. 사고 이후 드러난 우리 사회의 총체적 문제는 ‘대체 언제까지 이런 참사가 반복될 것인지’ 우려하게 합니다.

씨랜드 참사로부터 20년, 세월호 참사로부터 5년이 지났습니다. 오늘 우리 사회는 이러한 참사가 반복되지 않게 잘 대비하고 있을까요? 과거를 잊고 기억하지 않는다면 똑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라는 말.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김찬호 기자 flyclos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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