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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에듀]촉망받던 음대생, 변호사로 진로변경한 까닭은?

중앙일보 이해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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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오케스트라 악장출신 김신해씨
경영대 복수전공 후 고려대 로스쿨 진학
"다양한 경험, 변호사 활동에 도움될 듯"
예원학교와 서울예고를 거쳐 서울대 음대(바이올린)에 진학했다. 대학에서는 악장으로 서울 음대 오케스트라를 이끌었다. 사범대에서 정교사 자격증을 획득했고 경영학과를 복수로 전공했지만, 졸업 후 로스쿨에 들어갔다. 지난 4월 변호사가 된 김신해(32·사진) 씨의 이력이다.




요즘 융합이 화두다. 이질적인 것의 연결에서 창의적 발상이 나온다는 것이다. 바이올린과 법전도 선뜻 연결은 안 된다. 그는 어떤 과정을 거쳐 이 같은 길을 걷게 됐을까. 그가 치열하게 고민하며 걸어온 길이, 앞으로 그처럼 새로운 진로를 모색할 청소년에게 하나의 이정표가 될 수도 있다.

네 살 때부터 바이올린을 켰다. 어린 시절 연주하는 모습. [김신해 제공]

네 살 때부터 바이올린을 켰다. 어린 시절 연주하는 모습. [김신해 제공]


에피소드 1: 장영주를 모사하라
“네 살 때부터 바이올린을 켰어요. 악보는 못 읽지만 한 번 들으면 그대로 연주를 흉내 냈대요. 책도 좋아했어요. 하나에 몰입하며 꽤 깊게 들어가는데, 초등학교 땐 백과사전을 통독하기도 했어요. 중고 내내 성적으로는 1등이었지만 실기에서는 7~15위 정도를 오갔어요. 오기가 생겨서 그때 제일 유명했던 장영주가 연주하는 파가니니 콘체르토 1악장을 한 마디 한 마디 되짚어가며 느낌과 분위기까지 최대한 똑같이 따라서 연습했어요. 파가니니 콘체르토는 바이올린 연주에서 가장 난도가 높은 곡이에요. 피겨로 따지면 김연아의 트리플악셀쯤 될 거에요. 굉장히 힘들었지만, 이걸 하고 나니까 선생님들이나 주위에서 연주를 듣고 ‘너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냐’며 깜짝 놀라더라고요. 연주 실력이 부쩍 늘었고 그 이후엔 실기에서도 좋은 성적을 받고, 콩쿠르에서도 자주 상을 받았어요. 피겨에서도 두 바퀴 점프하는 선수는 아주 흔하지만, 트리플악셀은 매우 힘들죠. 바이올린도 마찬가지예요.”

에피소드 2: 좋은 스승과의 만남

“김영욱 서울대 음대 학장님은 매년 한두 명 정도만 뽑아 특별 레슨을 해주세요. 여기에 뽑혔죠. 국제무대에서는 정경화 바이올리니스트와 쌍벽을 이루는 평가를 받는 분이죠. 활 잡는 법부터 새로 배웠어요. 그동안 바이올린을 배우면서도 뭔가 안개 속 같은 답답함이 있었는데, 김영욱 선생님은 그 모든 걸 명쾌하게 설명해주셨어요. 유학을 경험한 선배 언니들 이야기를 들어도 외국에서도 그런 레슨은 못 받았다고 할 정도죠. 전 지금 음악의 길을 걷지는 않지만 얼마 전에도 인사를 갔어요. "잘했다"고 격려해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김영욱 선생님의 형님은 법률가예요. 김앤장을 설립한 바로 그 김영무 님이요.”

2012년 서울대 졸업식. 경영대 복수 전공으로 두 개의 학위를 받았다. [김신해 제공}

2012년 서울대 졸업식. 경영대 복수 전공으로 두 개의 학위를 받았다. [김신해 제공}


에피소드 3: 경영대 복수 전공

“호기심이 많아 교직도 이수하고, 경영대 복수전공도 했어요. 덕분에 졸업학점이 130학점이지만 전 187학점이나 이수했죠. 경영대에서 수업받기 위해서 고등학교 수학부터 다시 공부해야 했지만 회계 등 새로운 것을 배우고 다른 전공 학생과 협업하며 공부하는 게 재밌었어요. 아버지나 친지 중에 사업하시는 분이 많아 경영이라는 학문이 왠지 친숙했어요. 하버드대 여름 스쿨에서는 하버드 오케스트라에 참여했어요. 여기서 줄리아드 음대 출신의 매사추세츠 주의 차장검사님을 알게 됐어요. 제가 법률가가 된 것은 그분의 영향도 있답니다.”

하버드대 섬머스쿨 때 연주 모습.(빨간색 티셔츠) 섬머스쿨 오케스트라에서는 악장을 맡았다. [김신해 제공]

하버드대 섬머스쿨 때 연주 모습.(빨간색 티셔츠) 섬머스쿨 오케스트라에서는 악장을 맡았다. [김신해 제공]


에피소드 4: 법률대학원의 까막눈


“하나의 스킬 셋을 더 장착하고 싶었어요. 법학대학원은 법학 적성시험(LEET)학점, 영어, 자소서로 입학하는데, LEET는 법률 지식을 묻는 게 아니라 학습 능력을 측정하는 것이라 IQ 테스트 비슷했어요. 진학을 마음먹고 한두 달 준비한 뒤 고려대 법률대학원에 진학했어요. 근데 막상 진학해보니 법학에 대한 기초 소양이 없는 상태로 입학한 사람은 저밖에 없었어요. 심지어 저는 한자도 몰라 까막눈이나 다를 바가 없었죠. 일 년 뒤 유급을 당한 뒤 1년을 쉬면서 재정비했어요. 법률 대학원을 마친 후에는 삼수 끝에 지난 4월 변호사가 됐어요. 변호사 자격시험은 성적 올리기가 쉽지 않은데 저는 재수 때 100점, 삼수하면서 다시 100점을 올렸어요. 삼수 때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제 사정을 절절하게 올렸고, 그 결과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엄청난 도움을 받을 수 있었어요”

서울대 경영대 때 연주 모습[김신해 제공]

서울대 경영대 때 연주 모습[김신해 제공]


CD 앨범 자켓을 위해 찍었던 모습. [김신해 제공]

CD 앨범 자켓을 위해 찍었던 모습. [김신해 제공]


고려대법학대학원 홈커밍데이 때 동문들 앞에서 연주하고 있다. [김신해 제공]

고려대법학대학원 홈커밍데이 때 동문들 앞에서 연주하고 있다. [김신해 제공]


에피소드 5: 더 많은 사람들이 눈 뜰 수 있도록 ‘일보전진’

“중학교 때 선생님과 안과 병원에 봉사활동을 다녔어요. 콩쿠르나 장학금을 받으면 개안수술에 기부했어요. 미래에 대한 뚜렷한 목표는 없어요. 목표를 세운다고 그대로 되는 건 아니잖아요. 바이올린을 켰던 제가 변호사가 되리라고 꿈도 꾸지 못했던 것처럼요. 다만 저는 한 발 한 발 후회 없이 도전하고 노력하고 싶어요. 바이올린을 배우고, 교직을 이수하고, 경영대를 다닌 다양한 경험이 앞으로 변호사를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믿어요. 아직 첫발을 뗐을 뿐이지만 싸움을 붙이는 변호사가 아니라 원만한 합의를 끌어내는 변호사가 되고 싶어요. 또 제게 더 많은 사람에게 개안수술을 시켜줄 수 있는 능력이 생기면 좋겠어요."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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