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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강 지류에서 외래종 미국가재 번식 첫 확인…생태계교란 우려

중앙일보 강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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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생태원이 지난해 영산강 지류인 전남 나주 지석천에서 실시한 외래생물 정밀조사 당시 통발에 포획된 미국가재. [사진 국립생태원]

국립생태원이 지난해 영산강 지류인 전남 나주 지석천에서 실시한 외래생물 정밀조사 당시 통발에 포획된 미국가재. [사진 국립생태원]


유럽에서 100대 악성 외래종으로 지정된 미국가재가 국내 일부 하천에 퍼져 번식까지 한 사실이 처음 확인됐다.

강한 육식성을 지닌 미국가재는 토종 가재와 먹이 경쟁을 벌이거나, 곰팡이 등 병을 옮겨 수생태계를 교란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국립생태원은 지난해 실시한 ‘전국 외래생물 정밀조사’ 과정에서 영산강 지류인 전남 나주의 지석천과 대초천, 풍림저수지 일대에서 미국가재(학명 Procambarus clakii)를 발견했다고 6일 밝혔다.

특히, 지난해 3월 지석천 지석대교에서 잡힌 가재 암컷은 복부에 어린 가재를 215마리나 붙이고 있었다.

국내 자연생태계에서 미국가재의 번식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영산강 지류인 나주 지석천에서 채집된 미국가재. 노란색 원으로 표시된 것은 길이가 20mm에 불과한 어린 가재다.[사진 국립생태원]

지난해 영산강 지류인 나주 지석천에서 채집된 미국가재. 노란색 원으로 표시된 것은 길이가 20mm에 불과한 어린 가재다.[사진 국립생태원]


미국가재는 주로 관상용으로 국내에 도입됐는데, 일부 사육자가 사육을 포기한 후 하천에 방사하면서 이제는 국내 하천에서 번식까지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미국가재는 1987년과 2006년 서울 용산 가족공원에서 출현한 사례는 있으나 추가 발견되지는 않았다.

서울과 익산에도 분포 가능성
미국가재(등쪽)[사진 국립생태원]

미국가재(등쪽)[사진 국립생태원]


미국가재(배쪽) [사진 국립생태원]

미국가재(배쪽) [사진 국립생태원]


연구팀은 또 미국가재를 직접 채집하지는 못했지만, 하천 시료에서 추출한 DNA를 분석한 결과, 서울과 익산에서도 미국가재가 서식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민물 가재인 미국가재는 미국 루이지애나 원산으로 크기는 대략 15㎝ 안팎이다.


몸 색깔은 흰색·붉은색·오렌지색·푸른색 등 다양하고, 수명은 자연상태에서 2~5년 정도다.

먹이는 동물 사체나 수서곤충은 물론 채소나 수생식물까지 다양하게 먹는다.

김수환 국립생태원 생태보전연구실 박사는 "미국가재가유럽에서는 경쟁을 통해 토종 가재를 밀어내기도 하고, 곰팡이를 전파해 다른 종을 도태시키는 생태계를 교란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미국가재 암컷은 1년에 2회 한 번에 200개 이상의 알을 낳고, 알은 부화후 16주가 되면 성체가 돼 다시 번식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환경에 대한 적응성이 높은 미국가재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하천·농수로·농경지 등으로 확산할 우려가 커 모니터링과 포획 트랩 설치 등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전국 10여 곳에 중국줄무늬목거북 서식
국내 야생에서 발견된 중국줄무늬목거북. 남생이과에 속하는 민물거북으로 붉은귀거북이 생태계교란종으로 지정되고 수입과 유통이 전면 금지되면서 그것을 대체해 수입되고 있다.[사진 국립생태원]

국내 야생에서 발견된 중국줄무늬목거북. 남생이과에 속하는 민물거북으로 붉은귀거북이 생태계교란종으로 지정되고 수입과 유통이 전면 금지되면서 그것을 대체해 수입되고 있다.[사진 국립생태원]


생태원 연구팀은 또 중국(푸젠·광둥·광시·하이난 성 등)·대만·베트남이 원산지인 중국줄무늬목거북(일명 보석거북)이 부산 등지에서 다수 서식하고 있다는 사실도 지난해 확인했다.

이번 조사에서 부산 평화공원·부산시민공원·부산어린이대공원·유엔기념공원·용소웰빙공원 등 5곳에서 중국줄무늬목거북이 직접 목격됐다.

또, 이들 5곳 중 4곳과 다른 4곳에서는 물 시료에서 중국줄무늬목거북의 DNA가 검출됐다.

연구팀은 부산 지역 외에도 서울과 제주 등 12개 지역에서도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국내 중국줄무늬목거북 분포 지역. [자료 국립생태원]

국내 중국줄무늬목거북 분포 지역. [자료 국립생태원]


중국줄무늬목거북(학명 Mauremys sinensis)은 주로 방생용으로 수입됐다.

과거 수입되던 붉은귀거북류가 생태계 교란생물로 지정되면서 수입·유통이 전면 금지되면서 대체 수입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다 자란 중국줄무늬목거북은 크기가 25㎝ 안팎에 이르고, 암컷이 수컷보다 더 크게 자란다.

사육 상태에서 최대 수명은 22.8년으로 알려져 있다.

다 큰 암컷은 초식에 가까운 잡식성을 나타내지만, 다 큰 수컷과 어린 개체는 육식성이 강한 것으로 보고돼 있다.

남생이와 교잡종 발생 가능성도
국내 남생이 사육농장에서 발생한 남생이와 중국줄무늬목거북 사이의 교잡으로 태어난 잡종개체(윗 사진). 아래는 멸종위기종인 남생이. [사진 국립생태원]

국내 남생이 사육농장에서 발생한 남생이와 중국줄무늬목거북 사이의 교잡으로 태어난 잡종개체(윗 사진). 아래는 멸종위기종인 남생이. [사진 국립생태원]

이번 조사에서는 또 중국줄무늬목거북을 사육하는 경기도 화성시의 한 농가에서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동물 II급인 남생이와의 교잡종도 발견됐다.

이에 따라 방사된 중국줄무늬목거북이 확산할 경우 자연계에서 교잡종 태어나면서 유전적 오염이 일어날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다.

실제로 대전광역시와 경남 진주 지역에서는 중국줄무늬거북과 남생이가 함께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생태원 김 박사는 "중국줄무늬목거북이 속한 남생잇과(科)는 종(種)이 다르거나, 속(屬)이 다른 개체들 사이에서 교잡이 잘 일어나는 분류군(종류)이고, 특히 대량으로 사육하는 경우 교잡종이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중국줄무늬거북을 포함한 외래거북류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관리, 검역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국내 남생이 집단의 고유한 유전자형을 잃게 되는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날 것이라는 게 연구팀의 지적이다.

또, 여러 종류의 거북류를 공동으로 사육하는 사육농가에 대해서도 교잡종이 나타나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국립생태원 연구팀의 현장 조사 장면 [사진 국립생태원]

국립생태원 연구팀의 현장 조사 장면 [사진 국립생태원]


한편,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에 도입된 외래생물은 동물 1834종, 식물 333종으로 모두 2167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환경부는 2006년부터 국내 도입된 외래종 가운데 확산 경향이 있거나 잠재적 위해성이 있는 외래생물을 선정, 전국적 분포 현황과 생태계 영향을 조사하는 외래생물 정밀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국립환경연구원이 진행하던 정밀조사는 2014년부터 국립생태원이 맡아 진행하고 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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