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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프리카 사는 1969년생 코끼리 부부는 벌써 등목합니다"

중앙일보 김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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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대형 호스로 등목하며 더위 극복
달성공원 측 조만간 샤워기 가동할 예정
더위에 지친 대구 달성공원 코끼리가 시원한 물줄기를 맞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더위에 지친 대구 달성공원 코끼리가 시원한 물줄기를 맞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본격적인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의 무더위가 시작됐다. 6월 초이지만 벌써 대구·경북 대부분 지역에 폭염 특보가 내려지고 있다. 지난 4일엔 낮 최고기온이 36.1도를 기록한 곳이 나왔다. 이렇게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대프리카 동물들도 일찌감치 '더위 나기'에 들어갔다.

대프리카를 대표하는 동물들은 대구시 중구에 있는 달성공원에 모여있다. 코끼리·호랑이·물개·사자 등 78종 678마리의 동물 가족이 산다. 수컷 1974년생 '복동이', 암컷 1969년생 '코순이'이는 달성공원의 간판 코끼리 부부다. 과자를 던지면 코로 받아먹던 바로 그 코끼리들이 이렇게 나이를 먹었다.

큰 덩치답게 부부는 옥수수나 건초 등을 하루에 각각 100㎏씩 먹는다. 덩치가 크고, 많이 먹는 만큼 더위를 많이 탄다. 달성공원 측은 더위가 시작된 이달 1일부터 수시로 등목을 해주고 있다. 대형 호스로 코끼리 부부 등에다가 시원한 물을 뿌려주는 식이다. 이달 중순부턴 코끼리 부부가 사는 집 옥상에 설치한 샤워기를 틀어 부부가 같이 더위를 식힐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배광용 달성공원 사육팀장은 "무더위가 '찜통'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바뀌면 얼음에 넣어 시원하게 만든 수박을 여름 간식으로 제공할 예정이다"며 "코끼리 부부가 인도 출신이지만 대구의 더위는 쉽게 이겨내질 못하는 것 같다"고 했다.

유럽에서 온 암컷 28살 불곰 '월매'의 여름나기는 눈물겹다. 몸에 털이 많아 물을 뿌리는 것 만으론 대프리카의 더위를 쉽게 이기지 못해서다. 달성공원 측은 최근 시원한 물을 받은 수조를 우리 앞에 설치했다. 물이있는 인공 계곡으로 가는 길도 터줬다.

이와 별도로, 그늘막을 다음 주에 설치, 최대한 시원한 환경을 만들어줄 계획이다. 또 얼음과자를 특식으로 주고, 평소 먹는 닭고기·사과·당근도 냉장고에 넣어 얼려 줄 방침이다. 불곰은 혓바닥으로 핥거나 손과 발, 머리와 몸을 얼린 음식에 비비며 더위를 이긴다. 공원엔 월매 자매인 각각 16살 14살인 '향단이'와 '춘향이'가 있다.


1987년생 33살 암컷 침팬지인 '알렉스'는 꼭 사람처럼 대프리카 더위를 이겨낸다. 수컷 23살 '루디'와 함께 이온음료를 먹고, 관람객이 오면 재주를 부려 아이스크림 같은 것도 얻어먹는다. 무엇보다 침팬지 내실엔 에어컨이 있다. 공원 측은 이달 초부터 수시로 에어컨을 틀어주고 있다.

여름 달성공원 호랑이가 그늘에 누워 쉬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여름 달성공원 호랑이가 그늘에 누워 쉬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더위엔 장사가 없다. 맹수인 호랑이·사자도 더위나기 대비책이 필요해서다. 여름이면 이들 맹수는 가을이나 겨울처럼 으르렁거리며 우리 이곳저곳을 잘 다니지 않는다. 그늘에 누워 여름을 보낸다고 한다. 음식도 평소보다 적게 먹는다.

그늘막 아래에 가만히 앉아있거나, 물이 차 있는 수조에 몸을 담근 채 잠을 청하기도 한다. 달성공원 측은 이달 초 우리 문을 열어 호랑이·사자가 최대한 그늘을 찾아 자유롭게 왔다 갔다 할 수 있도록 했다. 평소 먹는 닭고기와 함께 보양식(쇠고기)도 제공하고 있다. 조만간 물이 있는 인공 계곡으로 가는 길도 터줄 예정이다.


달성공원엔 각각 8살과 6살인 수컷 호랑이 2마리와 6살 암컷 호랑이 1마리가 산다. 사자도 14살인 수컷 '바람이' 등 2마리와 암컷 1마리가 가족을 이뤄 지낸다.

달성공원 물개가 그늘막 아래 쉬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달성공원 물개가 그늘막 아래 쉬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대프리카 동물들이 더위와 한판 전쟁을 벌이는 달성공원은 1969년 처음 문을 열었다. 12만6576㎡ 규모로, 수백 마리의 동물이 수십 년째 가족을 이뤄 모여 산다. 대구 유일의 동물원이어서 시민들에겐 추억이 있는 특별한 장소다. 아직도 달성공원 입구에 가면 1960~70년대 소풍을 즐기는 아이들의 모습, 공원 입구를 지키던 '키다리 아저씨' 등 과거 흑백 사진이 다양하게 걸려 있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g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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