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어도 반지하, 1층 겁나…울며 겨자먹기로 중간층 선택“
- 젊은 女 1인가구, 주거 침입 피해 비율은 男의 11배
-‘신림동 강간미수’엔 분개해도…저소득 1인 가구 女 임대주택엔 ‘역차별’ 비판
- 젊은 女 1인가구, 주거 침입 피해 비율은 男의 11배
-‘신림동 강간미수’엔 분개해도…저소득 1인 가구 女 임대주택엔 ‘역차별’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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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신촌 대학가 인근의 여성전용 원룸. 김용재 인턴기자/kyj192@heraldcorp.com] |
[헤럴드경제=김유진ㆍ정세희 기자, 김용재 인턴기자] “현관에 남자 신발 두고, 제 돈 들여 월세방에 방범창 달아도 안심은 안되죠.”
서울 신림동 원룸에서 일어난 ‘강간미수’ 사건으로 여성들이 지불하는 ‘안전비용’이 화두다. 여성 1인 가구는 주거 안전을 위해 일종의 ‘핑크택스’를 내고 살아간다는 목소리다. 신림동 사건을 둘러싼 국민적 공분에 비해, 여성 1인 가구의 주거안전 위한 정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여전히 인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전 위해 시간, 돈, 편의까지 포기”= 30일 신촌 대학가에서 만난 혼자 사는 여성들은 주거 안전을 위해 더 많은 시간과 돈을 쓰고 각종 편의를 포기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자취 5년차인 대학원생 정모(24) 씨는 “반지하와 1층은 밖에서 쳐다볼 수 있다는 이유, 꼭대기층은 옥상에서 내려올 수 있다는 이유로 비싸도 중간층에 살게 됐다”며 “없는 살림에 창문을 열면 경보음이 울리는 안전장치까지 구입해 설치하고도 안심이 안된다. 전에 살던 세입자가 몰카를 설치했을까봐 돈을 더 주고 여성전용텔로 옮긴 친구도 있다”고 했다.
자취생 김모(27) 씨는 “더 깨끗한 신축 오피스텔이라는 선택지가 있었지만, 인적이 많은 큰길에 있는 집을 고르느라 포기했다”며 “가격도 더 비쌌고 시설도 안 좋은 집이지만 더 안전할 것 같다는 이유로 월 5만원, 연 60만원을 더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취업준비생 박모(29) 씨는 일상화 된 경계심에 정신적 에너지 소비가 크다고 호소했다. 그는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을 보고 새벽에 밖에서 모르는 사람이 도어락을 눌러댔던 경험이 떠올랐다”며 “그 때 깜짝 놀라 남자신발을 빌려 현관에 두고 남자 집인 것처럼 항상 위장하며 살고 있다”고 했다. 그는 “버스 정류장 1분 거리 원룸도 선택할 수 있었지만, 여성전용 원룸을 찾느라 매일 10분 거리로 옮겨왔다”고 덧붙였다. 하루 20분, 한달 10시간(600분)의 시간은 박 씨가 포기한 안전에 대한 기회비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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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신촌 대학가 인근의 여성전용 원룸. 김용재 인턴기자/kyj192@heraldcorp.com] |
▶“부담되는 월세에도…딸 둔 부모는 무리해서 2ㆍ3층 계약”= 안전에 대한 불안과 공포로 시간, 돈, 에너지를 소모하는 사례는 여성 1인가구에겐 보편적 현상이 됐다. 신촌의 한 부동산 업주 김모(52)씨는 “학생들과 부모들이 가정 형편에 따라 집을 구하러 오지만, 돈 때문에 여학생을 반지하로 보내는 부모는 거의 못봤다”고 말했다. 반지하는 원룸에 비해 평균적으로 월 20만원 정도 저렴하다. 몇몇 여성전용 원룸은 시세보다 비싸도 입주희망자가 몇명씩 대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화여대 인근에서 부동산업체를 운영하는 박모(59)씨는 이같은 배경엔 혼자 사는 여성을 노린 범죄에 대한 우려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박 씨는 “여성전용 원룸은 어쩔 수 없는 상권의 흐름”이라며 “여학생 부모들이 각종 범죄 걱정과 불안이 더 크다보니 이화여대 앞은 죄다 여성전용 뿐”이라고 했다.
공학인 연세대 인근도 상황은 비슷했다. 평수와 샤워실 유무 등의 조건이 비슷한 한 블록 사이의 고시텔 중 여성전용의 월세가 더 비싼 사례가 수두룩했다. 모 여성전용 고시텔의 월세는 38만원으로, 불과 20m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공용고시텔(33만원)보다 5만원 비쌌다. 두 고시텔에 사는 학생의 연간 월세비용은 연간 60만원, 대학 4년 기준으로 240만원 차이난다. 원룸 간 거리를 50m까지 늘리자, 입지와 시설이 비슷한 원룸 중 여성전용만 10만원 가까이 비싼 곳도 나왔다. 이 경우 안전비용으로 인한 주거 비용 차이는 더욱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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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1인가구 현관에 남자가 사는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남자 신발을 놓아둔 모습. 박자연 인턴기자 제공/ nature68@heraldcorp.com] |
▶실체 있는 불안…청년 여성 1인가구, 주거 침입 피해 男의 11배= 여성들의 보편적 불안은 전문 연구를 통해서도 그 실체가 확인된다.
서울시가 1인가구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서울거주 1인가구 실태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에 따르면 안전(성폭력ㆍ범죄) 불안감으로 어려움을 겪는다고 답한 여성 1인 가구 비율은 11.2%로 같은 응답을 한 남성 1인가구(0.8%)의 14배였다. 청년 여성으로 나이대를 한정하면, 안전 불안감을 호소하는 여성 1인 가구 비율은 21.7%까지 치솟는다.
실제 범죄사례 3000여건을 비교분석한 연구에서도 여성 1인 가구는 범죄 취약계층으로 나타났다. 강지현 울산대 경찰학과 교수가 2017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논문집에 발표한 ‘1인 가구의 범죄피해에 관한 연구’에 연구에 따르면 33세 이하 청년 1인 가구 중 여성이 범죄 피해를 볼 가능성은 남성보다 2.276배 높다. 특히 여성이 주거 침입 피해를 입을 가능성은 남성의 11.226배에 달한다.
사정이 이렇지만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을 향한 전국민적 공분에 비해 정책적 대안 마련을 둘러싼 여론은 오히려 냉랭하다. 2017년 정부가 생활밀착예산으로 추진한 ‘여성전용 임대주택’은 거센 역차별 논란에 부딪힌 전례가 있다. 해당 정책은 생계ㆍ의료급여수급자ㆍ아동시설 퇴소자가 1순위,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 50%와 70% 이하가 각각 2순위와 3순위인 저소득층 지원사업이다. 정부가 매입한 85㎡ 이하 다가구ㆍ다세대 연립과 주거용 오피스텔을 전세가의 30% 수준으로 임대했다.
최선혜 한국여성의전화여성인권상담소 소장은 “신림동 범죄는 혼자 사는 여성들이 범죄 취약계층임을 알고 저지른 것”이라며 “경찰에 스토킹 신고를 해도 ‘좋아서 따라온 거 아니냐’며 사소하게 치부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여성들의 불안이 외면받고 축소돼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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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신촌 대학가 인근의 여성전용 원룸. 김용재 인턴기자/kyj192@heraldcorp.com]](http://static.news.zumst.com/images/37/2019/05/30/2ec41f52b47246658187d5c1f22711d6.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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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1인가구 현관에 남자가 사는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남자 신발을 놓아둔 모습. 박자연 인턴기자 제공/ nature68@heraldcorp.com]](http://static.news.zumst.com/images/37/2019/05/30/9ce396fdb2694787bc5d12a194ae5407.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