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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첫 재판서 "소설·픽션 같은 이야기…檢 기소 자체가 부적합"

조선일보 오경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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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전 대법원장, 고영한·박병대 전 대법관과 첫 재판
재판장이 직업 묻자 세 사람 모두 "직업이 없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9일 열린 자신의 첫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9일 열린 자신의 첫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직업이 무엇입니까."(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 박남천 부장판사)
"직업은 없습니다."(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고영한·박병대 전 대법관이 29일 열린 첫 재판에 출석했다. 올해 2월 8일 기소된 이후 107일 만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9시 16분쯤 법무부 호송차를 타고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해 구속 피고인들이 드나드는 통로를 통해 법원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이어 오전 9시 39분과 9시 40분에는 박 전 대법관과 고 전 대법관이 각각 법원에 도착했다. 이들은 '양 전 대법원장을 법정에서 만나는 소감' '혐의를 인정하는지' 여부 등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

법정에 먼저 도착한 것은 고 전 대법관과 박 전 대법관이었다. 이들은 재판 시작 이후 양 전 대법원장이 법정으로 들어오자 두 전직 대법관과 변호인들은 모두 일어나 양 전 대법원장을 맞이했다. 고 전 대법관은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했다.

재판부는 양 전 대법원장 등에게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의사가 있는지 확인한 후, 곧장 인정신문 절차에 들어갔다. 인정신문은 기소된 인물과 실제 법정에 나온 인물이 같은지 확인하는 절차다. 박 부장판사는 "통상 절차로 진행하겠다"며 "일어설 수 있으면 일어서주시겠느냐. 인정신문 때까지는 서 있어 달라"고 했다.


재판부가 직업을 묻자 양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3명 모두 "직업이 없다"고 했다. 이에 박 부장판사는 "무직으로 적겠다"고 했다.

검찰은 '기소 취지 및 입증 계획'이라는 제목으로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주요 공소사실을 밝히는 한편, 이를 어떤 증거로 어떻게 증명할지 설명했다. 그동안 양 전 대법원장은 무표정한 얼굴로 정면을 바라봤고, 고·박 전 대법관은 피고인석에 있는 모니터를 통해 검찰이 준비한 자료를 꼼꼼히 살폈다.

양승태(왼쪽부터) 전 대법원장과 고영한·박병대 전 대법관이 29일 열린 첫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양승태(왼쪽부터) 전 대법원장과 고영한·박병대 전 대법관이 29일 열린 첫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양 전 대법원장은 모두진술을 통해 "모든 것은 근거가 없는 것이고 어떤 것은 정말 소설, 픽션 같은 이야기"라며 "모든 것을 부인하고, 그에 앞서서 이 공소 자체가 부적합하다는 것을 이야기한다"고 했다. 박 전 대법관도 공소사실을 부인한다는 취지로 짧게 발언했다.


고 전 대법관은 "그토록 사랑했던 형사법정에 서고 보니까 말씀드리기 어려울 정도로 가슴이 메인다"며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고 죄송하다. 재판에 임하시는 양 전 대법원장을 잘못 보필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참으로 죄송스럽고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법원행정처장으로 근무하며 국민의 신뢰가 없으면 사법부가 존립할 수 없다는 신념 아래, 어떻게 신뢰를 받을 것인가에 사법행정의 주안점을 뒀다"며 "이 사건 공소사실은 권한을 남용했다고 봐서 사실 여부를 떠나 마음이 참담하고,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고 전 대법관은 또 "사후에 보기에 다소 부적절한 게 있더라도 이를 곧바로 형사범죄에 이를 정도로 권한을 남용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며 "사상 유례없는 재판에서 사법행정상 재량권의 의미와 한계, 직권남용의 인식 등에 대한 활발한 논의의 장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만 죄형법정주의와 무죄추정주의를 훼손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첫 재판에는 취재진과 방청객 등 150여명이 몰렸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두눈 부릅 사법농단 재판 시민방청단'을 꾸려 법정을 찾았다. 이들과 공모한 혐의로 기소돼 별도로 재판을 받고 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부인도 같은 시각 열린 남편의 재판에 가지 않고 양 전 대법원장 등의 재판을 지켜봤다.

[오경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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