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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쁘지만 죄 안 된다'는 이재명 판결, 양승태에게 영향 미칠까

조선일보 오경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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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17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와 손을 들어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17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와 손을 들어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입원 절차를 다소 무리하게 진행하고자 한 행위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일정 부분 비난 받을 소지는 있다고 할 것이지만, 그것 때문에 이 지사의 절차 관여 행위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쉽게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할 것이다." 이른바 '친형 강제입원' 등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 17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재명 경기지사의 판결문에는 이 같은 대목이 있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1부(재판장 최창훈)는 이를 근거로 이 지사가 친형 재선씨에 대해 강제입원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직권을 남용했다는 혐의에 대해 무죄 판단을 내렸다. 재선씨가 성남시 홈페이지에 이 지사와 공무원 등에 대한 비판·비난 글을 올리고, 무리한 민원을 요구하거나 폭언·욕설을 하는 등 정신병적 증세가 있었던 것이 판단의 근거가 됐다.

이 지사가 재선씨에 대해 성남정신건강센터의 자문·평가를 요청하고 평가 문건을 수정하라고 한 것도 위법·부당한 직권 행사가 아니라고 봤다. 이 지사의 지시에 의해 성남정신건강센터장이 재선씨에 대한 진단·보호신청을 한 것은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직권'의 범위를 다소 좁게 보고, 남용도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 같은 취지의 판결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이른바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에서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대법원과 법원행정처의 직무 범위는 물론 직권남용이 어디서부터 성립되는지를 놓고도 논쟁이 치열하지 않느냐"며 "양승태 사법부의 '정무적 판단'이 어디까지 인정받느냐에 따라 향방이 갈릴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연합뉴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연합뉴스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무(無)에서 무(無)를 창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 개입이라는 직권은 없고, 이를 남용할 수도 없다고도 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고영한 전 대법관 측은 "직권남용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직권남용 행위의 상대방이 있어야 하고, 상대방이 의무 없는 일을 해야 한다"며 "연구보고서를 올린 심의관들이 그 상대방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도 검찰이 '직권'의 범위를 넓게 본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그는 "사법부 독립이라고 해서 국가기관 관계를 단절하며 (사법부가) 유아독존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사법부를 위해 국가기관 상호간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역할을 법원행정처가 담당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문건들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방안을 '브레인스토밍'하듯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한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고법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양승태 사법부에서 일어난 일들을 '제왕적 대법원장' 제도의 폐해라며 비판하고 비난할 수 있다"면서도 "법적으로 죄가 성립하는 지는 전혀 다른 문제"라고 했다.

[오경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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