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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캅스’ 정다원 감독 “‘영혼 보내기’, 여성 콤비 형사물에 대한 지지라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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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곳곳에 한국사회 현실 반영 / 카메오 보는 재미도 ‘쏠쏠’ / “계속 도전하는 연출자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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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캅스’는 디지털 성범죄 조직의 일망타진에 나선 두 여경, 올케 미영(라미란)과 시누이 지혜(이성경)의 활약상을 그린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마블 스튜디오가 평정한 봄철 극장가, 한국영화 신작들이 잇따라 반격에 나서고 있다. 그 중심에 ‘걸캅스’가 있다. ‘걸캅스’는 지난 14일 개봉 6일 만에 일일 박스오피스 1위에 올라서며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21일간 지켜 온 아성을 깨뜨렸다. 디지털 성범죄 조직의 일망타진에 나선 두 여경, 올케 미영(라미란)과 시누이 지혜(이성경)의 활약상을 그린 이 영화는 관객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상영관을 늘려 나가고 있다. 영화를 봤거나 사정상 볼 수 없는 여성 관객들은 영화표 예매라는 일명 ‘영혼 보내기’에 가세해 지지를 보낸다.

메가폰을 잡은 정다원(34) 감독은 최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걸캅스’는 한국영화의 첫 여성 콤비 형사물일 것”이라며 “다행히 반응이 좋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영혼 보내기’에 대해서는 “여성 콤비 형사물이 충무로에서 나오기 힘들기 때문에 영화를 지지해 주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버닝썬 사건’ 예견?…제작사, 2016년 기획

‘걸캅스’는 가수 승리 등 연예인들이 연루된 ‘버닝썬 사건’과 똑 닮은 설정으로 일찌감치 화제가 됐다. 클럽 내 마약을 이용한 성범죄, 불법 촬영물 유포와 협박이란 디지털 성범죄가 만연한 현실을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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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영화 ‘걸캅스’ 촬영 현장에서 모니터에 집중하고 있는 정다원 감독의 모습.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각본을 직접 쓴 정 감독은 “영화는 3년 전부터 기획됐다”며 “제작사인 필름모멘텀 변봉현 대표에게 2017년 여성 콤비 형사물을 제안받고 2개월간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성범죄는 (버닝썬 사건) 이전부터 있었던 범죄입니다. ‘다음은 뭐가 터질 것 같냐’고 물어보는 분도 있는데, 저도 사실 잘은 몰랐습니다. 형사물은 안타고니스트(antagonist·악당)가 필요해 어떤 안타고니스트를 설정할지 고민하다 디지털 성범죄를 다룬 뉴스, 탐사보도 프로그램을 보게 됐어요. 가해자를 잡기도 힘들고 처벌도 미약하다고 하더라고요. 현실에서는 힘들지 몰라도 영화적으로 뭔가를 할 수 있다면 통쾌하지 않을까 생각했죠.”

정 감독은 첫 장면부터 한국 사회의 모습을 드러내 보인다. 스튜어디스 잉크 테러 사건은 2016년 서울 강남역 일대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다. 폐쇄회로(CC)TV 해킹으로 걸캅스에 힘을 보태는 민원실 주무관 장미(최수영)가 국가정보원 댓글 부대 출신이란 설정은 2017년 본격화한 국정원 댓글 사건 재수사에 착안했다. 서울의 한 경찰서 강력반을 찾아가 인터뷰도 했다.

영화 속에서 미영의 남편 지철(윤상현)이나 지혜를 제외한 강력반 형사들은 다소 무능력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여성 캐릭터들을 부각하기 위한 영화적 장치인 걸까.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성 역할을 한번 바꿔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해봤습니다. 최근에 젠더 갈등이 많이 드러났는데 영화적 시선을 그런 쪽으로 몰아갈 의도는 없었어요. 미영과 지혜가 올케와 시누이란 설정이 한국적인 정서잖아요. 좀 더 재밌게 표현하고 싶었죠.”

서울 강남 한복판인 도산대로의 카 체이싱(car chasing·자동차 추격전) 장면은 단연 압권이다. 도산대로를 전면 통제해 2일간 촬영했다. 한국영화로는 처음이었다. 정 감독은 “촬영 시간이 짧아 사력을 다해 찍었다”며 “작전을 잘 짜서 빠르게 찍었고 오히려 시간이 남았다”고 했다.

영화는 카메오를 보는 재미도 있다. 성동일과 안재홍, 하정우가 감초 역할을 한다. 정 감독은 “영화의 취지에 동감해 도와주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라미란의 첫 주연작…“이성경, ‘현대 여성’ 대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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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캅스’에서 미영 역할을 맡은 배우 라미란. 이 영화는 그의 첫 주연작이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기획 단계부터 미영 역할은 라미란(44)이었다. 변봉현 대표는 라미란과 ‘소원’(2013), ‘나의 사랑 나의 신부’(2014) 두 작품을 함께하며 그가 주연인 형사물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미란 선배는 단역배우부터 해온 분이잖아요. 저도 우리나라에 미란 선배 같은 여배우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보면 동네에서 볼 수 있을 법한 현실적인 사람인데 실제로도 정말 멋있는 분이에요. 많이 배웠죠.”

이성경(29)은 현대 여성을 대표할 수 있다고 생각해 낙점했다.

“이성경 배우가 출연한 작품을 다 찾아봤습니다. 할 말을 하는, 시원시원한 매력이 지혜와 흡사하다고 생각했어요. 요즘 현대 여성 같았죠. 여자 경찰이 강력반에서 버티려면 얼마나 더 노력을 해야겠어요. 그런 지혜의 모습이 이성경 배우에게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영화 속에서 빈번히 등장하는 욕에 대해서는 반응이 엇갈린다. 이에 대해 정 감독은 “독립영화를 하다 와서 욕에 대한 거부감이 별로 없는 편이었는데 의욕이 좀 앞섰던 것 같다”면서 “앞으로 신경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배우 출신의 독립영화 감독…“뭐든 도전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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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캅스’ 정다원 감독은 최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영화를 가볍게 보러 왔다가 무거운 마음을 조금만 가져가면 좋을 영화”라며 “많은 분들이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정 감독은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건국대 영화과를 나온 그는 대학로 연극 무대에 2차례 섰고, 영화 ‘타짜-신의 손’(2014) 등 장·단편영화에 단역이나 조연, 주연배우로도 수차례 출연했다. 2017년 ‘장기왕 :가락시장 레볼루션’이란 독립영화로 영화계에 감독으로 데뷔했다.

“(대학 시절) 하고 싶은 게 많았어요. 연기 공부도 많이 했죠. 가장 좋아하는 연출이 연기 연출이거든요. 영화 출연 제의는 가끔 있는데, ‘걸캅스’ 배우 분들을 보면서 모니터 앞에 있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웃음) 부끄러움을 좀 많이 타서 배우란 직업은 제 성격과 맞지 않고 연출자가 적성에 맞는 것 같아요.”

‘시네마 천국’에서 자란 영향이 컸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비디오 가게를 운영했다.

“제게는 아버지의 비디오 가게가 시네마 천국이었죠.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영화 ‘시네마 천국’을 좋아합니다. 이 영화는 영화에 대한 영화, 영화를 위한 영화 같아요.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사랑할 수밖에 없죠. 영화감독이 된 주인공 토토가 폭파되는 시네마 천국 극장을 보는 장면은 눈물이 나요.”

정 감독은 “하고 싶은 게 많다. 뭔가 새로운 것을 할 수 있다면 뭐든지 도전해 보고 싶다”면서 멜로물과 뮤직비디오, 비디오아트, 카 체이싱 영화 등을 줄줄이 읊었다. 앞으로도 끊임없이 도전하는 연출자가 되는 게 꿈이다. ‘걸캅스’는 정 감독이 그만의 시네마 천국에서 키워 온 영화적 상상력과 풍부한 감수성으로 한국 사회의 현실을 재해석한 성공작이란 생각이 들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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