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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현장] "사람이 어떻게…" 외교부 몰아세운 임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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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사법농단 사건 19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사법농단 사건 19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강제징용 의견서 제출 독촉…방청객 “도둑X, 나쁜 XX” 욕설도

[더팩트ㅣ송주원 인턴기자] 임종헌(60)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외교부에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재상고심에서 일본 전범기업의 승소를 뒷받침할 의견서 제출을 독촉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는 휴정시간에는 방청객에게 욕설을 듣는 등 13일 구속연장 결정을 앞두고 궁지에 몰렸다.

김인철 전 외교부 국제법률국장은 9일 서울중앙지법 제36형사부(윤종섭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임종헌 전 차장의 19차 공판에서 잘 아는 사이도 아닌 임 전 처장이 2015년 상반기쯤 이같은 전화를 한 사실을 전했다. 김인철 전 국장은 전임 강 모 씨의 퇴임 후 2014년 8월부터 업무를 수행했다.

김 전 국장은 “임 전 처장이 전화를 걸어 다짜고짜 ‘외교부는 어서 의견서를 제출하라’며 역정을 냈다”며 “통화 직후 ‘사람이 어떻게 이럴까’ 싶을 정도로 불쾌했다. 그러나 업무사항이므로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 등 상부에 이같은 사실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김 전 국장의 증언으로 부하 직원이자 지난 4월 증인으로 출석한 정 모 사무관의 진술도 신빙성이 더해졌다. 검찰이 증거자료로 제시한 정 모 사무관의 2015년도 업무수첩에는 '대법원의 모션(motion)과 싱크로(완성도를 뜻하는 synchronization의 준말) 바람직'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임 전 처장의 혐의 증명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같은 해 6월에는 ‘임종헌’이라는 이름이 직접 등장해 '임종헌, 포뮬러(formula, 공식) 따르겠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검찰이 의견서의 ‘포뮬러’는 임 전 처장과 외교부 중 누가 제시한 것인지 묻자 김 전 국장은 “대법원 쪽에서 한 제안을 따르겠다는 취지로 보인다”고 답했다.

2015년 2월 무렵 법원에 파견된 안 모 외교부 서기관에게 “기조실장(임 전 처장)이 (외교부가 대법원에 의견서를 낼 수 있도록) 민사소송규칙을 개정했으니 이를 전해주라더라”는 이메일을 받은 것에 대해서도 “그런 이메일을 받은 바 있다. 기억이 생생하다”고 했다. 국장으로 재직할 당시 작성된 재상고심 관련 문건도 “상부 지시에 의해 실무자로서 문서 작성에 임했다”며 “윤 전 장관의 개인적 성품이 워낙 꼼꼼하다. 게다가 이 사안의 경우 매우 중요하게 생각해서 최종적으로는 (윤 전 장관이) 문건을 직접 검토하고 수정했다”고 증언했다.

김 전 국장은 약 2시간에 걸쳐 증거자료로 제시된 문건 작성 시기와 경위를 상세히 진술했다. 18차 공판 당시 증인으로 출석한 박준용 전 외교부 아태국장이 “기억이 안 난다”는 말만 되풀이해 언성을 높이기도 했던 검찰 측은 “증인 답변에 따라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으로 넘어갈 수 있게 됐다”는 말을 반복하며 순조롭게 신문을 마쳤다.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구속기소 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판이 29일부터 본격화된다. 사진은 2월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출석하는 모습. /남용희 기자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구속기소 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판이 29일부터 본격화된다. 사진은 2월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출석하는 모습. /남용희 기자


구속연장에 자신감을 얻은 검찰과 달리 임 전 처장 측은 불리한 진술이 이어지며 구속만료에 적신호가 켜졌다. 특히 임 전 처장은 8일 심문기일에서 재판부에 "재판 출석 중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마주쳐도 일부러 외면하는 등 증거 인멸 우려를 덜기 위해 노력 중이다. 불구속 신분이 되더라도 집에서 근신하겠다"고 간청하며 "오늘(9일)도 아내가 방청을 와있다"며 울먹였다. 이날 재판에도 가장 먼저 출석해 텅 빈 법정에 홀로 앉아 자료를 뒤적거리며 반박 의견을 준비하는 등 반년에 달하는 구속수감에서 벗어나는데 절박한 입장을 보였다.

임 전 처장은 반대신문을 하기에 앞서 외교부에 전화로 역정을 낸 것에 "유쾌하지 않은 기억이긴 하나 너무 언짢게 생각하지 마시라"며 멋쩍은 듯 미소 지으며 사과했다. 이어 김 전 국장이 필요한 자료를 직접 준비했던 2차 소인수회의에 대해 "본 회의는 윤 전 장관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직접 요구해 개최된 회의라는 것을 알고 있냐"고 물었다. 또한 정 모 사무관의 업무수첩에 대해 "업무수첩을 통해 사법부가 전원합의체 회부를 바라는 목적성을 느낀 바 있냐"고 물으며 법원행정처의 재상고심 개입이 없었다는 취지의 신문을 직접 진행했다. 김 전 국장은 두 질문 모두에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오전 끝날 예정이었던 재판이 정오를 넘기자 재판부는 휴정을 선언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나 정장을 차려입고 서류 봉투 여러 장을 가지고 있던 방청객 한 명이 일어나 "재판장님, 제가 진짜 드릴 말씀이 있다. 임 전 처장과 관련된 것"이라며 "임 전 처장은 도둑X이다. 천하에 저런 나쁜 XX가 없다"고 소리쳤다. 재판부는 "휴정했다. 법정에서 나오는 어떠한 발언도 듣지 않겠다"고 거부했다. 법정 내 관계자도 "명백한 재판 방해 행위다. 다음부터는 방청이 금지될 수도 있다"며 제지했으나 "어차피 다시 오고 싶은 생각도 없다"며 취재진에게 가지고 온 서류 봉투를 나눠주며 임 전 처장에 대한 비난을 이어 갔다. 임 전 처장은 물론 변호인과 방청석에 앉아 있던 부인은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고 퇴장했다.


한편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구속기소된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은 5차례에 걸친 공판준비절차를 마치고 29일부터 정식 재판을 받는다. 양 전 대법원장을 일부러 피했다는 임 전 처장의 증인신문은 6월로 정해져 같은 법정에 설 예정이다.

ilraoh_@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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