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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스콧 폴 베이얼이 플로리다의 한 요가 학원에서 총기를 난사해 2명이 사망, 5명이 부상당했다. 당시 경찰이 현장 조사를 하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
“인셀들의 반란이 시작됐다!”
지난해 4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차량을 인도로 돌진해 행인 10명을 죽인 알렉 미나시안이 범행 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입니다. 그는 스스로를 ‘인셀(incel)’이라고 표현했습니다. 7개월여 뒤인 11월 미국에서도 끔찍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스콧 폴 베이얼이 플로리다의 한 요가학원에서 무차별적으로 총기를 난사해 2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당시 미 언론은 “인셀의 범행으로 보인다”고 보도했습니다. 그가 유튜브에 여성혐오적인 영상을 올렸기 때문입니다. ![]() |
지난해 4월 캐나다 토론토 시내 인도로 차량을 돌진해 10명을 죽게한 알렉 미나시안. [UPI=연합뉴스] |
지난해 영국 옥스퍼드 사전이 올해의 단어로도 선정한 인셀. 그들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이번 [알쓸신세-알고 보면 쓸모 있는 신기한 세계뉴스]에선 북미권을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는 인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검은약’ 먹은 인셀들…차드와 스테이시를 혐오하다
“‘섹스리스 키보드 워리어’인 그들은 이상한 이론을 만들어내고, 자신이 이성에게 거절당했던 경험을 공유한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인셀을 이같이 묘사했습니다. 인셀은 단순히 이성에게 인기 없는 사람이 아닙니다. 이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모여 ‘난 못생기고 유전적으로 잘못됐다’는 등 자신의 외모를 끊임없이 비하하고 삐뚤어진 방식으로 분노를 표출합니다. 인도계 혈통을 가지고 있으면 자신을 ‘카레셀’(currycel), 동아시아계 피가 흐르면 ‘라이스셀(ricecell)’이라고 부르는 식입니다. 자기비하뿐 아니라 여성을 향해서도 입에 담지 못할 표현을 쏟아냅니다. 아시아계 여성을 ‘누들 매춘부’라고 부르는 게 대표적입니다. 뉴욕타임스(NYT)는 “인셀은 여성들이 자신과 성관계를 거부한다며 여성을 비난하고 폄하하는 여성혐오주의자들”이라고 정의 내리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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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셀들이 '여성 인셀'을 뜻하는 '피셀(fecel)'의 모습 인셀이 아닌 여성 '스테이시(stacy)'를 묘사한 그림. [사진 Reddit] |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이들은 다른 인셀들과 이런 관점을 공유하게 되는 걸 ‘검은약을 먹는다’고 표현하는데요. 영화 ‘매트릭스’에서 주인공 네오가 빨간약을 먹고 현실을 깨닫게 되는 걸 빗대 표현한 겁니다. 또 지난 2014년 플로리다에서 6명을 살해하고 인셀 문제를 수면으로 떠오르게 한 엘리엇 로저를 마치 성자(세인트·St.)처럼 우상화해 ‘St. E.R’, 요가학원에 총을 쏜 베이얼은 ‘St. 요가셀’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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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발적 순결주의자'인 '인셀(incel)'과 인기있는 남성을 뜻하는 '차드(chard)'를 묘사한 사진. [사진 트위터] |
대부분 남성, 백인이 55%…“범죄에서 정치적 위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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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6명을 무차별적으로 살해한 엘리엇 로저. 그는 범행전날 "여자들은 다른 남자들에게 애정을 주지만 난 한번도 받지 못했다. 기숙사 여학생을 모두 죽이겠다"는 내용의 유튜브를 올렸다. [AP=연합뉴스] |
조사 결과 이 커뮤니티 사용자의 약 90%는 30세 이하였습니다. 또 인셀 중엔 여성도 있지만 대부분이 남성입니다. 약 80%는 북미와 유럽에 거주하고 있고 55%는 백인이었습니다. ‘북미권의 젊은 백인 남성’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소외당하거나 적응하지 못한 유색인종 이민자들이 일탈을 일삼는다는 편견과는 다른 결과죠.
현실에서 인셀들은 온라인에서와는 다르게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외부와 단절된 채 생활하면서 말이죠. ‘인셀’ 잭 피터슨은 BBC와 인터뷰에서 “과거 몇번의 부정적인 경험을 했고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또 다른 인셀 모(가명) 역시 “성관계가 아닌 그냥 사랑에 굶주려있다”고 인디펜던트와 인터뷰에서 말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인셀 커뮤니티가 이들의 외로움을 덜어주는 긍정적인 영향보단 패배감과 분노만을 키운다는 겁니다.
사실 인셀 커뮤니티는 1997년 대학생이던 알라나가 온라인에서 이성 친구를 만들기 위해 만들었지만 본래 취지와는 다르게 변질돼 버렸습니다. BBC는 "인셀은 외로움 때문에 커뮤니티로 향했다"며 "(그러나) 그들은 결국 자신들이 유전적인 복권에 당첨되지 않았다는 걸 깨닫는다"고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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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사람들로부터 소외당하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
복스는 “이같은 성향은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나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같은 반페미니즘 성향의 (정치적) 포퓰리스트들의 공통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즉 온라인상의 움직임이 현실 세계에서 목숨을 앗아가는 범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극단주의를 선호하는 정치 성향으로도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죠.
물론 한국에선 인셀과 같은 극단적인 이들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대중문화와 젠더의 상관관계에 대해 깊이 연구해온 한 국내 여성학자는 중앙일보에 “인셀에 대한 보도는 모방범죄를 유방하고 여성들에게 공포심을 일으킨다”며 “이같은 현상을 보도할 땐 신중해야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이 말대로 인셀을 둘러싼 이슈를 흥미로 소비하기보다는 신중히 접근해야합니다.
그렇다면 인셀 현상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시사점은 무엇일까요. 사회학자인 최태섭 문화평론가는 “한국 청년 남성문화에도 커뮤니티와 하위문화가 있고, 이들이 점점 높은 폭력성을 띤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에도 유사한 환경이 존재한다”며 “이는 자본주의 국가들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한국판 인셀의 탄생을 막기 위해선 “여성의 몸을 남성 소유물로 여기거나 성욕을 반드시 해소해야 한다는 잘못된 성관념을 없애야 한다”며 “여성에 대한 폭력을 가볍게 여기지 말고 제도개선 등으로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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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셀들이 '여성 인셀'을 뜻하는 '피셀(fecel)'의 모습 인셀이 아닌 여성 '스테이시(stacy)'를 묘사한 그림. [사진 Reddit]](http://static.news.zumst.com/images/2/2019/05/06/f17927f4faa14588af8d3c80add6775b.jpg)
!['비자발적 순결주의자'인 '인셀(incel)'과 인기있는 남성을 뜻하는 '차드(chard)'를 묘사한 사진. [사진 트위터]](http://static.news.zumst.com/images/2/2019/05/06/465a26b434434492b58c6a348a62b3ae.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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