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털까지…경찰, 마약수사 기법 유출에 곤혹

“호기심에 마약 구입할까 우려”

박유천 檢 송치 “거짓말해 죄송”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된 배우 겸 가수 박유천 씨가 3일 오전 검찰 송치를 위해 경기도 수원시 수원남부경찰서를 나오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경찰의 대대적인 마약수사가 ‘마약 수사 기법’의 유출로 이어지고 있다. ‘던지기 수법’ 등 마약을 유통하는 방식, ‘염색과 제모’라는 마약 검출 회피 방식이 퍼지면서 수사관들이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마약투약 혐의로 구속된 박유천은 3일 검찰에 송치되면서 “거짓말을 해 죄송하다”고 했다.

박유천은 이날 오전 수원남부경찰서 청사를 나서면서 “거짓말을 하게 돼서 그 부분 많은 분들께 죄송하다고 말하고 싶었다. 지금 반성하고 있고, 제가 벌 받을 부분은 받고 반성하고 살겠다.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말했다. 박유천은 지난달 10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연예인 생명을 걸고 결단코 마약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구속된 이후 두번째 경찰조사에선 마약 투약 사실을 인정했다.

박유천을 검찰에 송치한 경찰은 그러나 또다른 고민이 생겼다. 마약 수사 기법이 일반에 대거 노출되면서 또다른 마약사범 검거에 애로가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예인 마약을 수사한 경기남부청 한 관계자는 2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마약 유통 방식이 인터넷 게시판에 공유되기 시작했다”면서 “처음에는 언론을 통해 공개되고, 삽시간에 전국으로 퍼진 셈인데 경찰의 수사방식과 기법이 공개되면 향후 수사 진행에도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경찰 마약 수사관도 “털을 제모하고 마약 수사를 받으면 국과수가 체내에서 마약 성분을 검출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면서 “제모를 한다고 마약 성분 검출이 안되는 것은 아니지만, 마약사범의 제모 사실이 부각돼 알려지는 것은 조금 부담스러웠다”고 털어놨다.

앞서 다수의 언론보도를 통해서 유명 연예인들이 마약을 거래한 방식, 마약 수사를 피하기 위해 취한 다양한 방식들이 공개됐다. 소위 던지기 수법이다. 인터넷 상에서 만난 마약상이 지정한 계좌로 돈을 송금하면 마약상은 특정 장소에 마약을 놓아두고 송금이 확인되면 장소를 알려주는 방식의 마약 거래가 ‘던지기’다. 대면 접촉이 없는만큼 검거되더라도 마약 매도자와 매수자가 서로를 확인할 수 없다. 그만큼 은밀함은 커지고 덕분에 안전도 확보되는 마약 거래가 던지기다.

‘온몸왁싱’이 마약 양성반응을 피할 수 있는 기법으로도 소개됐다. 또 염색을 여러번 할 경우 머리카락 내 마약 성분이 훼손돼 마약 양성반응을 피할 수 있다는 점도 공개됐다. 박유천의 경우 다리털에서 마약이 검출됐는데 추후 마약범이 검거될 경우 다리털까지 제모를 할 경우엔 경찰은 마약범의 마약 투약 혐의를 입증할 결정적 단서를 놓칠 수도 있다.

향후 경찰의 마약관련 수사는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마약 수사 회피ㆍ마약 유통 방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 이후 마약 사범들은 더욱 고도화된 방식을 연구하게 된다. 다수의 누리꾼들이 이번 사건을 통해 마약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문제다. 현재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최근 재벌가와 연예계 인사들의 마약투약 및 은폐 수법 등이 주목을 끌고 있다. 인터넷에 ‘던지기’나 ‘박유천 제모’ 등을 검색하면, 누리꾼들이 마약 투약 검출 및 유통방식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서 마약 유통 수법을 접한 일반 누리꾼들이 호기심에 마약을 구입하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고 했다.

김성우 기자/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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