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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마를 아시나요?] 그들만의 은밀한 뒷거래… 홈마ㆍ기획사 그리고 연예인

헤럴드경제 김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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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팝 시장 급성장의 뒷그늘… 문화 권력된 ‘아이돌 홈마’

- 홈마는 돈벌고, 기획사는 홍보하고, 연예인은 인기의 척도

지난 19일 오전 7시께. 서울 여의도 KBS 방송국으로 출근하는 아이돌을 촬영하기 위해 모인 홈마들의 모습. 김성우 기자/ zzz@heraldcorp.com]

지난 19일 오전 7시께. 서울 여의도 KBS 방송국으로 출근하는 아이돌을 촬영하기 위해 모인 홈마들의 모습. 김성우 기자/ zzz@heraldcorp.com]


[헤럴드경제=김성우ㆍ김유진 기자] #. “○○아, 여기 좀 봐봐!”

지난 18일 서울의 한 방송국 화장실 앞, ‘대포 카메라’를 든 한 남성이 화장실을 다녀오는 연예인을 불렀다. 그 여성 연예인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었고, 기다렸다는 듯 카메라 플래시가 잇따라 터졌다. 자신이 화장실을 다녀오는 장면이 사진에 찍히자 해당 연예인은 민망한 듯 얼굴을 손으로 가렸다. 카메라를 든 남성은 웃음을 지었다.

#. “아직 기자증이 안왔어”

지난 19일 오전 7시께. 서울 여의도 KBS 방송국으로 출근하는 아이돌을 촬영하기 위해 모인 홈마들의 모습. 김성우 기자/ zzz@heraldcorp.com]

지난 19일 오전 7시께. 서울 여의도 KBS 방송국으로 출근하는 아이돌을 촬영하기 위해 모인 홈마들의 모습. 김성우 기자/ zzz@heraldcorp.com]


4월 열린 한 연예인 기자간담회에서 ‘대포 카메라’를 든 남성이 말했다. 잠시 뒤 그에게 누군가가 기자증을 가져다 줬다. 기자증을 가져다 준 측은 연예기획사측 인사, 기자증을 받은 남성은 홈마였다. 홈마들은 기자증을 손에들고 간담회 출입절차를 통과했다. 그들에게 기자증이 전달된 것은 진짜 기자보다 더 열심히 취재에 임하는 홈마들에게 베풀어지는 일종의 혜택이다.



▶또하나의 문화 권력 된 ’홈마‘= K팝 시장의 폭발적 성장과 함께 아이돌 팬덤 시장의 규모가 폭발적으로 커졌다. 더불어 아이돌의 일거수일투족을 사진으로 촬영하고, 이를 값을 매겨 판매하는 ‘홈마’는 또하나의 문화 권력으로 자리잡았다. 연예인들은 자신을 따라다니는 홈마의 수를 인기의 척도로 삼고, 기획사는 무료로 홍보해주는 홈마의 존재가 고맙다. 홈마는 연예인과의 친분을 또하나의 권력 삼는다. 권력은 돈벌이로 이어진다.

’홈마‘의 원래 의미는 특정 아이돌의 홈페이지를 관리해주는 ‘홈페이지 관리자(Homepage Master)’란 의미다. 그러나 대부분의 홈마들은 홈페이지 유지를 위해 직접 사진을 찍고, 이를 공유하는 활동을 병행한다. 그들은 ‘대포 카메라’로 통칭되는 고가의 전문적인 카메라 장비로 아이돌의 일거수일투족을 촬영하고 SNS와 홈페이지에 올린다.

일부 홈마들은 아이돌 사진을 돈벌이에 이용하면서도 이에 대한 문제의식은 없었다. 지난 17일 MBC ‘쇼! 챔피언’ 녹화당일 만난 한 여자 아이돌 홈마는 “아이돌 사진을 인쇄한 스티커, 담요, 폰케이스 등 다양한 물건들이 SNS 공동구매를 통해 거래된다”며 “공동구매를 한다고 해도 최소수량 정도로 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수익보다 소장욕구가 더 크다. 이는 팬덤 문화로 인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연예인의 스케줄에 따라 움직이는 일부 홈마들의 변질된 팬심은 사생활 침해의 경계에도 서있다. 프로젝트 그룹 출신 가수 H군은 ‘사생팬’(사생활을 쫓아다니는 극성팬)으로 변질된 홈마 문화의 희생양이 됐다. 해당 사생팬은 방송 스케줄이 없는 날의 일상까지 뒤쫓았고, 등뒤로 바짝 접근해 촬영한 영상들을 온라인에 자랑스레 업로드해 지탄을 받았다.

지난 17일 오후 7시께 서울 여의도 KBS 방송국 앞. 이들은 다음날 오전 7시에 있을 한 아이들의 일정에 맞춰 전날 밤부터 줄을 섰다. 이들은 대략 12시간을 같은 자리에서 기다렸다. [사진=김유진 기자]

지난 17일 오후 7시께 서울 여의도 KBS 방송국 앞. 이들은 다음날 오전 7시에 있을 한 아이들의 일정에 맞춰 전날 밤부터 줄을 섰다. 이들은 대략 12시간을 같은 자리에서 기다렸다. [사진=김유진 기자]


▶기획사, 묵인과 방치 사이= 아이돌의 사생활이 홈마 등에 의해 과도하게 침해되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소속사 태도는 미묘하다. 홈마들이 홍보를 대신해준다는 측면이 크기에 활용가치가 높고, 자칫 대응을 강하게 했다간 홈마들의 ‘역공’이 무섭기도 하기 때문이다. 홈마들의 역공은 대체로 ’악성 루머 유포‘, ‘촬영 거부’ 형식 등으로 나타나는데, 가끔은 여러 홈마들이 기획사를 상대로 집단행동에 나서기도 한다.

지난 17일 만난 한 홈마는 “몇몇 홈마들의 경우 진도가 더 나아가 사생팬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이들에게 찍히면 사생활 관련 악성 루머가 퍼지는 건 삽시간”이라며 “소속사가 일부 홈마들의 도넘는 행동을 알면서도 이들의 심기를 거스를까 봐주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기획사들의 경우 팬을 늘리는 것에만 집중한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대다수 아이돌의 소속사는 팬덤을 관리하기 위해 ‘팬 매니저’라는 직책을 두고 있다. 팬 매니저는 팬을 늘리는 역할을 담당한다”며 “팬들이 과도하게 아이돌의 사생활 속으로 들어오는 것에 대한 제재는 팬매니저의 역할이 아니다”고 말했다.

소속사가 사생팬 또는 홈마에 대해 묵인 또는 방치하는 것에 대해 분통을 터뜨리는 것은 오히려 일반 팬이다. H 가수의 한 팬은 지난 1월 소속 연예인의 안전을 책임져야할 소속사가 사생팬을 방치하고 있다며 소속사에 성명서를 보내 항의하기도 했다. 팬들이 나서서 ‘과도한 스토킹으로부터 아티스트를 보호하라’고 요구하는 상황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범죄소지가 있다고 설명한다. 유선경 법무법인 태림 변호사는 “과도하게 일거수일투족을 쫓아다니는 행위는 스토킹 범죄, 숙소 복도 등의 공용공간 침입은 주거침입죄가 성립할 소지가 있다”며 “특히 아이돌의 신체 특정 부위를 자세히 촬영하고 자극적으로 편집해서 올리는 행위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에 해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 변호사는 이어 “신체의 특정 부위를 찍은 사진을 일종의 홍보수단으로 생각하거나 팬과의 관계를 위해 기획사가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면 아이돌의 권리는 제대로 보호받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kacew@heraldcorp.com

(사진설명1)

(사진설명2) (사진설명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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