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1兆 '로켓 적자'

온라인 쇼핑몰 쿠팡이 작년 1조원이 넘는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6년째 적자가 나면서, 누적 적자는 3조원에 육박한다. 이는 로켓배송(주문 다음 날 물건을 배송해주는 서비스)과 같은 물류·배송 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집행한 결과다.

쿠팡은 2017년 말 자본 잠식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20억달러(약 2조2700억원)의 투자를 추가 유치하며, 오히려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자금력을 앞세워 경쟁사를 몰아붙이는 '치킨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쿠팡, 지난해 영업 손실 1조970억원

쿠팡은 15일 공시한 감사보고서에서 지난해 매출은 재작년보다 65% 증가한 4조4228억원, 영업 손실은 72% 늘어난 1조970억원이었다고 밝혔다. 영업 손실은 역대 최대다. 쿠팡은 매출 증가 폭보다 적자 증가 폭이 더 컸던 이유에 대해 "작년 전국 12개 지역 물류센터를 24곳으로 늘렸고 2만4000명을 직간접 고용했다"며 "로켓배송 품목 수가 2014년 5만8000개에서 지난해 500만개로 늘었다"고 밝혔다.

/사진=오종찬 기자

작년 인건비는 9866억원으로 전년(6555억원) 대비 약 50% 늘었다. 운반·임차료는 같은 기간 60% 증가한 2367억원을 기록했다. 광고·선전비로도 2017년(538억원)의 약 3배인 1548억원을 썼다. 엄청난 적자에도 불구하고 김범석 쿠팡 대표는 이날 "앞으로도 기술과 인프라에 공격적으로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날의 검' 된 직매입·로켓배송

쿠팡의 적자 행진은 독특한 사업 방식에 따른 것이다. 다른 온라인 쇼핑몰들은 고객으로부터 주문이 들어오면 택배 업체를 판매자에게 보내 물건을 받은 뒤 고객에게 배송해주는 방식을 주로 쓴다. 그러나 쿠팡은 2014년부터 자신이 직접 사서 고객에게 주는 직매입을 시작했다. 주문 다음 날 물건을 배달한다는 '로켓배송'도 동시에 시작했다.

2017년 기준 전체 매출액의 약 88%가 직매입 상품군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빠른 배송을 발판으로 쿠팡의 시장점유율은 크게 늘었다. 지난해 거래액 기준으로 업계 1위 이베이코리아(약 16조원)에 이어 2위 11번가(약 9조원)의 턱밑까지 올라온 상황이다.

그러나 이는 매출 규모를 키우기는 쉽지만 손실도 동시에 늘어나는 '양날의 검(劍)'이 됐다. 재고를 떠안아야 하고 택배용 차량이나 기사도 직접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막대한 비용이 든 것이다. 매출이 느는 만큼 비용도 늘었다. 영업 손실은 2015년 5470억원, 2016년 5600억원, 2017년 6388억원 등으로 매년 증가했다. 이에 대해 쿠팡은 '계획된 적자'라는 입장이다.

◇현금 들고 '치킨 게임' 나선 쿠팡

이에 따라 쿠팡은 자본 잠식 상태에 빠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쿠팡은 지난해 11월 일본 소프트뱅크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함께 조성한 '비전펀드'로부터 20억달러를 유치하는 데 성공해, 자본 잠식 상태에서 벗어났다. 이뿐만 아니라 이를 계기로 쿠팡은 오히려 매출 확대에 나섰다. 신선 식품 새벽 배송인 '로켓프레시', 유료 멤버십 서비스 '로켓와우클럽' 등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선 것이다.

경쟁자인 11번가·티몬·위메프는 출혈 경쟁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업계에서 유일하게 흑자를 내던 이베이코리아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0% 이상 줄었고 이른 시일 내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하는 11번가·티몬·위메프도 여전히 영업 손실 상태다.

결국 관건은 쿠팡이 경쟁사들을 밀어내고 압도적 1위 자리에 오를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한 온라인 쇼핑몰 관계자는 "쿠팡이 현재 승승장구하는 듯이 보이지만 국내 시장 전체를 장악하는 '규모의 경제'를 만들지 못하면 엄청난 적자에 눌려 나가떨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양모듬 기자(modysse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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