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성 "MB, 취임후 직접 거래소 이사장 자리 제안"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 항소심에서 "이 전 대통령이 취임 후 직접 한국거래소(KRX) 이사장 자리를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이 진술에 이 전 대통령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 전 회장은 5일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 심리로 열린 이 전 대통령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 항소심 25회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말했다. 이어 "KRX 안에서 나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어 탈락했는데, (이사장을 시켜준다고 했으면) 제대로 해놨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고는 "계속 잘 안되니까 전화 통화를 한번 하면 좋을 것 같았는데 대선 이후로 통화가 안 됐다"며 이 전 대통령을 원망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 전 회장이 2008년 1~5월 작성한 비망록에는 이 전 대통령에게 인사 청탁한 내용과 뇌물을 줬지만 뜻대로 잘 되지 않자 불만을 드러낸 내용 등이 담겨 있다.

이 전 회장은 이 전 대통령 측에 돈을 전달한 배경에 대해선 "대선 자금으로 잘 쓰였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줬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대선 자금 상당 부분을 2007년부터 성동조선해양으로부터 현금으로 받아 이상득 전 의원과 사위 이상주 변호사에게 여러 차례 나눠 전달했고, 이 돈이 제대로 전달됐는지 불안한 마음에 이 전 대통령에게도 이 사실을 알렸다"고 전했다. 또 "금융기관장을 해보고 싶다는 말을 이 전 대통령에게 한 것 같다"고 했다.

이와 함께 이 전 회장은 2007년 서울 가회동 자택을 찾아가 김윤옥 여사에게 돈을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대문이 열려 있어 안에다가 (돈 가방을) 놓고 (김 여사는) 저쪽 마루에서 얼굴만 봤고, 이 변호사가 사전에 김 여사에게 연락했기 때문에 (내가 돈을 전달하러 왔다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 전 회장이 성동조선해양 등으로부터 마련한 뇌물 22억63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1심은 이 전 회장의 비망록 상당 부분을 받아들여 뇌물액 중 19억원과 1230만원 상당 의류를 유죄로 인정했다.

[송광섭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