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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 페더러와 101번째 프러포즈

매일경제 정지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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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미 더 스포츠-158] 1993년 개봉한 영화 '101번째 프러포즈'에서 주인공 영섭(문성근 역)은 99번이나 선을 본 남자이다. 내세울 게 없어서 그런지 그의 선은 늘 실패로 돌아갔다. 그런 영섭은 어느 날 자신과는 비교할 수 없는 완벽한 여자 정원(김희애 역)을 만나게 되고,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서 두 사람은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달게 된다는 것이 이 영화의 줄거리이다.

'101번째 프러포즈'는 일본 최고의 작가 중 한 명인 노지마 신지의 동명 원작 드라마를 각색해 만든 영화로 27년 전에 꽤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특히, 이 영화의 OST인 'Say Yes'는 상당한 히트를 쳤고, 90년대를 살았던 젊은이들에게는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노래 중 하나이다(참고로, '101번째 프러포즈' 일본 원작 드라마는 일본 드라마 역사상 최고의 드라마 중 하나로 기록되어 있고, 한국에서 2006년에 드라마로 제작되어 방영된 바도 있다).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5위·스위스)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마이애미오픈 단식 결승에서 존 이스너(9위·미국)를 2-0(6-1 6-4)으로 꺾고 우승한 뒤 우승컵을 든 채 기뻐하고 있다. /사진=마이애미 EPA, 연합뉴스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5위·스위스)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마이애미오픈 단식 결승에서 존 이스너(9위·미국)를 2-0(6-1 6-4)으로 꺾고 우승한 뒤 우승컵을 든 채 기뻐하고 있다. /사진=마이애미 EPA, 연합뉴스


로저 페더러가 1일 새벽(한국시간),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마이애미오픈(총상금 835만9455달러)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개인 통산 '101번째 ATP투어 남자단식 우승'이다.

1998년 17세의 나이에 프로 무대에 뛰어들었을 때, 그는 꽤 괜찮은 유망주였다. 첫해에는 주니어 레벨을 벗어나지 못했지만, 이듬해인 1999년에는 66위, 그다음 해인 2000년에는 29위까지 올랐다. 하지만, 첫 ATP 타이틀은 프로 4년 차인 2001년에서야 차지했다. 페더러가 분명 좋은 선수인 것은 맞지만, 그와 같은 커리어의 선수들은 꽤 있었다. 게다가 그 당시 테니스는 피트 샘프러스가 10년 이상 독주하고 있던 시기이다.

페더러는 당시 최강이던 샘프러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2001년 윔블던 4회전에서 페더러는 풀세트 접전 끝에 샘프러스에게 승리하고, 샘프러스의 윔블던 연승 기록에 마침표를 찍으며,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이후에도 여전히 샘프러스는 테니스계를 지배했고, 페더러는 프로 5년 차인 2002년까지도 메이저대회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다.

2002년, 샘프러스는 은퇴를 선언한다. 31세, 지금으로 치면 한참 젊은 나이이지만, 그는 이미 14번의 그랜드슬램을 제패했다. 기록이었다. 샘프러스는 더 이룰 것이 없다고 생각했고, 그대로 떠났다. 샘프러스가 은퇴하면서, 페더러는 자신감을 얻게 된다. 그는 샘프러스가 없다면, 세계 남자테니스를 지배할 수 있을 거 같았다고 한다.


샘프러스 없는 윔블던에서 페더러는 처음으로 메이저대회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이후, 4년간 윔블던은 모두 페더러의 것이었다. 300주가 넘는 세계랭킹 기록과 237주간의 연속 세계랭킹 1위 기록은 페더러만의 독보적인 기록이다.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남자단식 8강전에서 로저 페더러(스위스)가 토마스 베르디흐(체코)를 3대0으로 꺾은 뒤 박수를 치며 관중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남자단식 8강전에서 로저 페더러(스위스)가 토마스 베르디흐(체코)를 3대0으로 꺾은 뒤 박수를 치며 관중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페더러는 2018년 호주오픈 우승을 차지하며, 총 20번째의 메이저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은퇴 당시만 해도 쉽게 깨지지 않을 것으로 보였던 샘프러스의 14회 우승 기록을 뛰어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어느 순간 사람들은 그를 '황제'로 부르기 시작했다.

현재, 페더러가 도전하고 있는 가장 의미 있는 기록은 지미 코너스가 가지고 있는 ATP투어 남자단식 최다 우승이다. 앞으로 8번 이상 더 우승해야 한다. 올해로 39세인 페더러에게 쉽지만은 않은 도전이다. 게다가, 페더러에게는 나달과 조코비치가 있다. 페더러와 함께, 모두가 인정하는 테니스계의 '빅 3'이다. 이들도 노장이기는 하나, 그래도 페더러보다는 한참 동생이다. 실제로 2011년부터 2016년까지 6년간 페더러는 메이저대회에서 단 한 번 우승했다. 나달과 조코비치가 휩쓸었고, 페더러는 이들에 비해 부진했다. 지금도 페더러의 세계랭킹은 이 둘보다 뒤처져 있는 4위이다.


2002년 샘프러스가 은퇴할 당시에 메이저대회 14승은 독보적인 기록이었다. 하지만, 이 기록을 훌쩍 뛰어넘는 페더러의 메이저 20승은 그리 안심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나달(17회), 조코비치(15회)가 맹렬히 뒤를 쫓고 있다. 단시간 내에는 쉽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아주 힘든 것도 아니다. 앞서 얘기했듯이 이들은 여전히 세계 테니스를 지배하고 있다.

'101번째 프러포즈'에는 원작이나, 리메이크작 모두에서 공통으로 나오는 빼놓을 수 없는 남자 주인공의 명대사가 하나 있다. "저는 죽지 않습니다(僕は死にません)!". 사랑하는 이를 앞에 두고 고백처럼 한 말이다. 아마 황제를 사랑하는 수많은 테니스 팬들은 그가 이 말을 외치며 조금 더 힘을 내어 주기를 바랄 것이다.

[정지규 스포츠경영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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