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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일 새 연호인 '레이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도쿄|EPA연합뉴스 |
다음달 1일 새 일왕의 즉위에 따라 바뀌는 일본의 새 연호(年號)가 ‘레이와(令和)’로 정해졌다.
일본 정부는 1일 임시 각의(국무회의)에서 현재의 연호 ‘헤이세이(平成)’를 대체할 새 연호를 ‘레이와’로 정하는 정령(政令·법률의 하위개념인 명령)을 통과시켰다고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발표했다.
새 연호 ‘레이와’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시가집인 7~8세기의 <만요슈(萬葉集)> 제5권, 매화꽃을 노래한 시가 32수(首)에서 따왔다. “초봄의 음력 2월(令月)에 기운은 맑고 바람은 온화(和)하다”의 한자를 조합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레이와에는 ‘사람들이 아름답게 마음을 맞대면 문화가 태어나 자란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며 “화사하게 피어나는 매화꽃처럼 일본인들이 내일을 향한 희망과 함께 꽃을 크게 피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새 연호는 일본 최초의 연호 ‘다이카(大化)’로부터 248번째에 해당한다. 645년 제36대 고토쿠(孝德) 일왕 때 중국에서 도입한 연호를 중국이 아닌 일본 고전에서 선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베 총리의 지지기반인 보수층의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만요슈는 우리나라의 풍부한 국민 문화와 오랜 전통을 상징하는 국서(國書)”라며 “새 연호가 폭넓게 받아들여져 일본인 생활 속에 뿌리내리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새 연호 결정은 현 아키히토(明仁·85) 일왕의 생전 퇴위에 따른 것이다. 아키히토 일왕은 2016년 8월 대국민 비디오 메시지에서 생전 퇴위 의사를 밝혔고, 이후 일본 정부는 현 일왕에 한해 퇴위를 인정하는 특례법을 통과시켰다.
아키히토 일왕은 오는 30일 퇴위하고, 그 다음날인 5월1일 큰아들인 나루히토(德仁·59) 왕세자가 새 일왕에 즉위한다. 일왕의 생전 퇴위는 제119대 고카쿠(光格) 이후 202년 만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14일 복수의 학자들에게 의뢰해 새 연호 후보를 취합한 뒤 후보군을 6개로 좁혔다. 이날 오전 전문가 간담회와 중·참의원 의장단으로부터 의견을 청취했다. 이후 각료회의를 거쳐 임시 각의에서 새 연호를 최종 결정했다. 이 과정은 모두 철통 보안 속에 이뤄졌다.
새 연호는 5월1일 0시부터 적용된다. 원래 새 연호는 일왕 즉위와 함께 발표되는 게 원칙이지만, 이번에는 사회·경제적 혼란을 줄이기 위해 앞당겨 발표됐다. 1989년 1월7일 아키히토 일왕 즉위부터 사용해온 ‘헤이세이’는 오는 30일 30년4개월의 막을 내린다.
새 연호 발표를 전후로 일본 전국이 들썩거렸다. 언론들은 아침부터 연호 결정 과정을 생중계하고, 새 연호에 대한 전국 각지의 반응을 보도했다. 도쿄 신바시역과 JR 오사카역에선 호외를 받으려는 사람들로 대혼잡을 이뤘다고 NHK는 전했다.
일본은 서력(西曆)과 함께 연호를 쓰는 나라로, 아직도 공문서 등에 광범위하게 연호를 사용하고 있다. 일본인에게 연호는 시대를 구분짓는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반면 일왕의 권세를 과시하는 연호가 일왕을 절대권력의 정점에 두는 과거 천황제 이데올로기의 유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아베 총리가 나서 새 연호의 의미를 밝힌 것도 천황제와 뗄래야 뗄 수 없는 연호를 일본 국민 생활의 중심에 위치짓고 국수주의를 자극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하는 시각도 있다. 앞서 ‘헤이세이’ 발표 때는 오부치 게이조 당시 관방장관이 다케시타 노보루 총리의 짧은 담화를 대독했을 뿐이다.
도쿄|김진우 특파원 jw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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